엄마들의 다르지만 똑같은 걱정
[메모리딩-5] 한 번 본 책은 다시 안 찾는 아이
    2012년 07월 27일 10: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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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은 자녀 때문에 고민이 많다. 특히 자녀의 학습에 관해서 고민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엄마들의 진짜 고민은 자녀가 책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하고 인성을 길렀으면 하는 점이다.

공부는 그 다음이었다. 조금 소박하게 말하자면 ‘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났으면,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부모님들과 공부를 할 때는 항상 첫 시간에 부모님들의 고민을 차분히 들어 본다. 대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둔 부모님들이 많았는데, 절실한 고민들을 가지고 있었다. 엄마들의 고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마인드맵으로 그렸고(그림), 이를 바탕으로 소개를 한다.

노원에 사는 10여명의 엄마들과 함께 자녀 독서생활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린 마인드맵. 맨 위에 적은 원 안의 번호는 아래 어머니 자녀가 한 말이다. 번호를 맞춰보면 된다

최OO 어머니는 두 돌, 여섯 살, 아홉 살 아이를 두고 있다. 여섯 살, 아홉 살 아이는 책을 좋아하는데 책을 잘 읽고 있는지 어쩐지 잘 모르겠다는 게 최대의 고민이다.

큰 아이는 눈 뜨면 책 읽고 하루 종일 책 읽고 쌓아 놓기는 하지만 내성적이어서 “재밌었어?” 물어보면 “응, 재밌었어.”라고 싱겁게 대답하고 만다.

반면 둘째 애는 잘 모르지만 이야기를 열심히 한다. 어느 날 아이가 엄마와 길을 가다가 “바오밥 나무를 다 잘라버릴 거야!”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왜?” 하고 물었더니 “바오밥 나무가 지구를 다 삼켜버리면 어떡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린왕자>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는데, 이 일을 겪으면서 어머니는 아이가 읽는 책을 같이 읽어야 대화가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지만 잘 읽고 있는지는 모르겠고 괜히 독서량만 많은 것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초등학교 1학년(딸)하고 6살(아들)을 키우는 박OO 어머니의 큰딸은 책을 즐겨 읽는다. 새로운 책을 읽기를 좋아하지만 두 세 번 본 책들은 더 이상 안 보는 게 걱정이다.

책을 골라주는 게 고민인데, 아무래도 학교나 출판사에서 제공되는 권장도서 목록에 의존하게 된다. 직접 책을 고르고 선택해주기는 여러 여건이 되지 않고 입소문이 나거나 검증된 책 중심으로 골라 주고, 혹시 원하지 않는 책이 없는지 확인하고 나서 읽힌다.

아이가 새로운 책을 좋아해서 책을 골라주고 2~3일 정도 관심도가 떨어질 것 같으면 책을 바꿔주는 식인데, 아이가 책은 좋아하는데 표현은 많이 하지 않아서 아쉽다. 다만, 독서를 좋아해서 지적 능력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은 받는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독서프로그램을 하는 데 아이가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 점도 걱정이다. 어머니 역시 스트레스를 덜 주려고 과제 부담 외에 따로 부담은 주지 않는 편인데, 요새는 그래도 재미 있다고 이야기해서 그나마 안심이 된다.

윤OO 어머니의 4학년 아이 역시 한 번 본 거는 다시 안 본다. 어머니가 책에 대해서 물어보면 ‘이거 알아’가 대답의 거의 전부다. 2~3학년이 읽는 책이 꽤 돼서 ‘이거 봤니’ 하면 봤다고 하고 또 책 내용을 문제로 내면 맞히기도 한다. 읽은 책에 대해서 다시 손을 안 대고 읽은 책에다 일명 ‘테이프 붙이기’를 한다. 책을 즐겨 보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독서 편식이 심한 아이

6학년, 1학년 형제를 둔 손OO 어머니는 아이가 ‘엄마 나 이 책 사줘, 읽고 싶어’ 라고 이야기를 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학교 숙제 때문에 읽어야 하는 책만 읽는다고 한다. 그 외에는 만화책을 많이 읽는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도 처음에는 좋은 책만 많이 읽기를 바라다가, 그래도 만화책이라도 뭔 책이든 많이 보면 되지 하면서 내버려 두게 된다. 권장도서 같은 경우는 두 시간 정도 읽으면 한권 다 읽는데, 독서 속도나 이해력이 떨어지는 것 같지 않지만 글쓰기의 내용과 깊이는 좀 부족한 것 같다.

이OO 어머니의 2학년 아들은 하루에 평균 한 시간 정도 독서를 하는데 편식을 해서 과학책만 읽는다. 위인전기나 동화를 읽으라고 하면 엄마가 시키니까 읽는 정도이고, 학교에서 독후감을 써서 제출하라는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참 헤맨다. 과학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학책 같은 경우는 10번도 더 보고 활용과 이해를 잘 한다. 작은 책자를 만들어서 글도 쓰고 잘 한다.

조OO 어머니의 2학년 아이는 그림 동화책을 너무 좋아했다. 2학년이니까 글밥이 좀 많은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추천해주고 했는데 아직은 시원치 않다. 일반적인 어린이들처럼 놀 거 다 놀고 먹을 거 다 먹고 나서 책은 맨 마지막에 읽는다.

책을 읽고 싶은 욕구는 굉장히 강하다. 나 이 책 읽어야 돼 하면서 하루에 10권 읽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읽는다. 지금은 학교에서 빌린 책, 재밌는 책(만화책) 등을 좋아한다. 조커라는 책을 빌려와서 저녁마다 읽어주고 있는 편이다.

윤OO 어머니의 6학년 남자 아이는 책을 반복해서 본다. <맹꽁이 서당> 만화책인데, 몇 년 동안 스무 번도 넘게 봤을 거다. 계속 그것만 본다. 다른 책 역시 재밌다고 생각하면 반복해서 보는 스타일이다. 요즘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100권 읽기를 하는데, 불이 붙어서 매일 한권씩 읽으면서 도장 받는 재미에 읽는다.

책을 대하는 방식에서 엄마도 아이도 어색해

아이의 독서습관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 중에서 ‘독서 편식’과 ‘한번 읽고 다시 안 읽기’가 공통적인 고민이었다. 대부분의 가족이 그렇겠지만, 책을 ‘읽는 것’으로만 보기 때문에 좀처럼 접근 방법을 알기 어렵다. 만약 책이 읽어야 할 무엇이 아니라 읽고 싶게 만드는 무엇이라면? 아마 부모님과 아이도 책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한 번 읽고 다시 책을 쳐다보지 않는 아이는 호기심으로 책을 찾는 경우일 확률이 높다. 매번 새로운 책을 보면서 새로운 자극을 받지만, 자극이 끝나는 순간 다른 자극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책의 진짜 매력은 여러 번 보면서 내용을 음미하는 데 있다. 아이들 역시 어떤 것의 의미를 깊이 알면 알아갈수록 흥미를 느끼기 마련이다. “참된 이치를 깨달았을 때 느끼는 황홀한 기쁨”을 법열(法悅)이라고 하는데, 아이도 얼마든지 깨우치는 기쁨을 느낀다.

내게도 35개월난 아들 민준이가 있는데, 밖에 나가면 아이와 함께 개미를 관찰한다. 처음에는 뭔가 움직이는 게 신기해서 쳐다봤지만, 개미의 움직임이나 모습들을 자주 보면서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된다. 얼마 전 서로 개미집을 관찰할 때는 개미가 흙덩어리를 들고 들락날락하는 모습을 함께 지켜봤다. 그런데 개미를 자세히 보니 개미집 안의 흙덩이를 들고 밖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아이는 이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아파트 화단에서 봤던 개미는 자기 몸보다 훨씬 큰 먹이를 들고 먼 거리를 이동하고 있었다. 아이에게 이 개미를 보여주자 아이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부모님들은 아이와 함께 적극적인 독서활동을 하기 어려웠고, 책을 손수 골라주고 정성껏 함께 읽어주기도 어려웠다. 바쁜 현대 생활에서 아이의 독서생활을 정성스럽게 챙긴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조금만 신경을 써서 관찰하거나 ‘함께 읽기’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먼저 아이에게 책이란 무엇인지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예컨대 나의 17개월 난 아기 민서에게 책은 ‘먹을 거’다. 염소처럼 책을 뜯어먹기 일쑤다. 형 민준이는 요새 책을 좀 읽는 편이지만 얼마 까지 민준이에게 책은 ‘네모난 장난감’이었다.

내가 바라보는 책과 아이가 바라보는 책은 다르다는 사실을 안다면 아이의 독서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할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부모와 아이가 책으로 놀 수 있는 ‘독서놀이’를 소개하려고 한다. 책을 ‘읽을 것’에서 ‘놀 것’으로 바꾼다면 아이와 부모에게도 참 재미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필자소개
오승주
제 꿈은 어린이도서관장이 되는 것입니다. 땅도 파고 집도 짓고, 아이들과 산책도 하고 놀이도 하고 채소도 키우면서 책을 읽혀주고 싶어요. 아이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아이가 자라는 동안 함께 하고 아이와 함께 아파하며 아이가 세상의 일원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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