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미래와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
[농업과 농촌] 농민 위한 제도 개혁
    2016년 01월 26일 10: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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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장 선거의 역사

2007년 정대근 회장의 구속으로 인해 농협중앙회장의 선거가 시작됐고 그 선거에서 최원병 회장이 당선됐다. 당시 5명의 후보가 출마했고 최원병 전 회장, 김병원 전 조합장, 최덕규 조합장이 3파전의 구도를 형성했다. 당시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이었던 김병원 조합장이 투표에서 1위를 했지만 과반수를 넘기지 못해 2위였던 최원병 전 회장과 결선투표 끝에 최원병 회장이 당선됐다.

최원병 전 회장은 동지상고 출신으로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자와 고교 동문이라는 점 때문에 많은 표를 받을 수 있었다. 당시 분위기는 1대 한호선, 2대 원철희, 3대 정대근 등 직선 출신 전 회장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농협에 대한 개혁이었고 김병원 전 조합장이 그런 열망에 부응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기에 투표에서 1위를 했지만 결선에서 대통령 당선자와의 관계 등이 농협에 유리할 것이라는 바람이 불면서 최원병 전 회장이 당선됐다.

최원병 전 회장은 단임을 공약으로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2009년 농협법 개정 과정에서 중앙회장 단임제와 간선제를 도입하게 됐다. 그리고 최원병 전 회장은 농협법 개정 전에 당선이 됐기에 현 임기는 단임에 포함되지 않기에 차기 선거에 출마를 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리고 2011년 선거에 나온다.

2011년 선거 역시 3파전이었다. 최원병 전 회장과 김병원 전 조합장, 최덕규 조합장이 각축전을 벌였고 늘 선거 때마다 이름을 올렸던 조합장도 나왔다. 그러나 최덕규 조합장이 선거를 이틀 앞두고 돌연 사퇴를 하면서 최원병 전 회장과 김병원 전 조합장의 양자구도로 바뀌었지만 현직 회장이라는 핸디캡을 넘지 못하고 최원병 전 회장이 연임을 이어갔다.

그해 선거에서 최원병 전 회장은 농민신문사 회장 및 농협대학 이사장, 농협문화복지재단 이사장, 농촌사랑운동본부 상임대표직을 맡고 있어 후보 자격에 대한 논란까지 있었지만 당선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당시 선거가 끝나고 김병원 전 조합장은 최원병 전 회장의 당선무효소송을 냈으나 7일만에 취소했다. 당선무효소송을 취소한 김원병 전 조합장은 그 다음해 농협의 자회사인 NH무역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리고 다시 4년이 지났다. 출마할 수 없는 최원병 회장을 제외하고는 최덕규 조합장, 김병원 전 조합장이 출마했고 매번 중앙회장 선거에 후보로 나왔던 박준식 관악농협 조합장이 또 나왔다. 그리고 새롭게 이성희 전 조합 감사위원장이 나왔고 최원병 전 회장이 지난해 밀어준다는 소문이 돌면서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고 투표에서 1위를 했지만 과반수를 넘기지 못하고 2위였던 김병원 전 조합장이 결선에서 1위로 당선됐다.

농협중앙회

직선 혹은 간선…농민이 아닌 정권의 필요에 의한 제도 개선

한국에서의 농협은 농민의 자주적 협동조합이 아니었다. 농업에 투자할 예산이 부족했던 박정희는 식량증산과 농업의 안정을 위해 농협을 정부 주도로 출범시켰고 당시 엄청난 자본금을 갖고 있던 농민은행의 자산을 이용하기 위해 농협과 합병시켰다. 이로 인해 농협이 신용사업을 하게 됐다.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농협은 협동조합이므로 조합원을 상대로 농업자금을 대출해주고 조합원의 여유자금을 저축을 하도록 할 수 있다. 이걸 전문 용어로 상호금융이라고 부른다. 상호금융은 원칙으로는 조합원만을 대상으로만 해야 하지만 준조합원까지 확대되고 나중에는 비조합원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신용사업은 다르다. 조합원의 자금운용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은행영업을 하는 것이 신용사업이고 이전 농민은행이 신용사업을 하고 있었기에 농협중앙회도 신용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농협개혁에 있어 신경분리가 나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농협은 철저히 준공무원이었고 농협중앙회장은 관선, 즉 정부에서 임명했고 중앙회장은 임기를 마치고 지금의 비례대표인 전국구 국회의원 1석을 배정받았다.

1987년 민주화의 바람은 농업계에도 일었고 농협의 개혁에 대한 농민들의 열망은 농협중앙회장의 직선제를 쟁취했다. 그러나 직선제는 조합원 직선제가 아닌 회원농협 조합장의 직선제가 됐다. 농협중앙회 자체가 농협의 연합체이기에 조합장 직선제로 선출하는 것이 맞는다는 학계의 주장도 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농협의 개혁에 대한 열망은 높아진다. 대통령의 농업공약 중 가장 중요한 공약이 농협 개혁일 정도다. 역대 모든 대통령이 농협개혁을 내세웠다 해도 무방하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은 ‘농협이 이기나 대통령이 이기나 해보자’라는 말도 했지만 농협 개혁엔 실패했다.

농협개혁은 이명박 정부도 추진했다. 한미FTA로 흉흉해진 농민들의 민심을 달래야 했기에 농협개혁을 전면적으로 들고 나왔고 그토록 농민들이 주장했던 신경분리는 사업구조개편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지주회사방식으로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이 분리됐다.

이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장의 간선제와 단임제가 도입됐다. 일부에서는 간선제를 농협중앙회장 선거의 비리와 금권선거를 없애기 위해 도입했다고 하지만 사실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금품이 난무하거나 비리가 발생한 적은 없다.

2009년 농협 사업구조 개편에서 가장 골치가 아팠던 부분은 신경분리였고 대다수의 조합장은 신경분리를 반대했다. 여기에 경제지주, 금융지주로 개편하는 방식은 더욱 조합장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고 사업구조 개편은 더디게 진행됐다.

중앙회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니까 조합장들의 입김이 너무 세다는 것이 정부와 농협중앙회의 생각이었고 조합장들의 힘을 줄이기 위해 간선제를 도입했고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단임제까지 도입했다. 또한 40명 가까이 되던 중앙회 조합장 이사도 대폭 줄였다. 즉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이 다시 집중된 것. 사실 이사회나 대의원, 총회에서 중앙회장을 견제한 것은 아니지만.

외국의 협동조합을 보면 중앙회장, 조합장은 대다수 간선으로 선출한다. 한국에서는 직선이 민주주의의 가장 큰 힘이라고 보지만 민주주의가 직접선거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세대는 갔다.

이번 선거를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농협의 한 세대가 저물어간다고 봤다. 3파전으로 분류됐던 김병원 당선자, 최덕규 조합장, 이성희 감사위원장은 이제 다음 선거에 나오기 어려운 나이가 됐고 최 조합장은 이미 3번째 도전이기에 더 이상은 나오지 않는 게 상도이다.

2007년 이후 최원병, 최덕규, 김병원 이 3명의 이름은 선거 때마다 거론됐고 출마를 했다. 어쩌면 앞으로 최덕규 조합장이 차기 선거에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지도 모른다. 그래도 60대를 훌쩍 넘긴 세대들이 벌인 마지막 선거가 되길 바란다.

농촌사회학을 전공한 정은정 선생은 이번 선거에서 송곳이 나왔다고 한다. 거기에는 나도 동의한다. 이번 중앙회장 선거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50대의 젊은 도전자가 나왔다는 것이고 그가 바로 전농 소속의 농민운동가(김순재)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주머니 속에서 송곳이 손에는 잡혔지만 뚫고 나오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뚫고 나왔다는 것이 당선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선거에서의 유의미한 득표 내지는 차기 선거를 통한 당선 가능성 등등을 봤을 때 뚫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의미했다는 것은 아니다.

선거 하나로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농협중앙회라는 거대한 조직이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농업계 밖에서는 회장의 연봉, 그가 임명하는 계열사가 몇 개인지가 중요하다. 농협이 그만큼 왜곡됐다는 증거다.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별거 아닌 선거가 되는 그날이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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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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