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참여 서명운동,
    경제단체와 청와대의 합작품
    "청와대 청부, 재계 시작, 대통령은 서명 퍼포먼스"
        2016년 01월 20일 04: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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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참여한 경제단체 주도의 ‘경제살리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 과정에서 기업의 임직원 등이 동원된 정황이 드러났다. 전형적인 ‘관제 서명운동’을 통한 여론 공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참여연대,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20일 경제단체들이 소속 기관·기업에 임직원으로부터 서명을 받아줄 것으로 요청하는 공문을 공개했다. 이들이 공개한 공문에는 임직원들뿐만 아니라 내방자‧보험설계사들까지 서명에 동원하고, 일일 서명 현황을 취합해 보고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가 있고 바로 다음날인 14일에 서명운동 협조 요청 공문을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32개 참여 단체장에게 발송했다. 대한상의는 이 공문을 통해 서명 대상자까지 특정하며 서명인원을 매일 취합해 송부하라고 요청했다.

    특히 서명 대상에는 임직원은 물론 행사·세미나·교육 참석자 등 회관 내방자까지 ‘서명을 받아와야 할 대상’으로 삼았다. 이밖에 관련 현수막을 제작해 부착하라는 등의 구체적 지시까지 내렸다.

    손해보험협회는 메리츠, 한화, 롯데, MG, 홍국, 삼성, 현대, KB, 동부 등 17개 회원사에 공문을 발송해 6개 금융협회가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입법화를 촉구하기 위해 범국민 서명운동을 추진하기로 협의했다며 첨부된 서명 양식에 따른 서명지 원본을 20일 오전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생명보험협회는 전 생보사에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해 회사 소속 임직원뿐만 아니라, 독립 사업자로 분류되는 보험설계사까지 대상으로 적시해서 서명을 전개할 것을 지시했다.

    공문

    일련의 과정을 보면 청와대와 경제단체가 긴밀히 공조하는 모양새다. ‘경제법안 입법 촉구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13일)’→‘경제단체 천만 서명운동(14일)’→‘대통령 서명운동 참여(18일)’ 순으로 진행됐다. 재계와 금융계가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서명운동으로 화답하고 대통령은 다시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경제단체에 화답하는 식이다.

    실제로 전국은행연합회는 공문에서 “은행연합회(회장 하영구)를 비롯한 6개 금융협회는 14일 오후 은행연합회 세미나실에서 13일 대통령 담화와 관련하여 경제 살리기에 동참하고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경제활성화법안들의 조속통과를 촉구하는 「경제살리기 입법 촉구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며 서명운동 행사를 가졌다고 밝혔다.

    손해보험협회는 더 노골적으로 “6개 금융협회는 대통령 대국민담화에 호응하여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입법화를 촉구하기 위해 범국민 서명운동을 추진하기로 협의했다”고 적었다.

    사무금융노조, 참여연대, 박원석 의원은 “청와대의 청부를 받은 서명운동을 재계와 금융계가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서명에 동참하며 마치 일반 국민들의 서명운동처럼 둔갑시키고 국회를 무력화시키려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얄팍한 꼼수가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질타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8일 경제단체 주도의 서명운동을 두고 “오죽하면 국민들이 그렇게 나서겠느냐”며 참여를 독려한 바 있다.

    이들은 “서명운동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표명하기 위한 수단인지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권을 부정하고 쟁점법안이나 악법들의 국회통과를 압박하기 위해 써먹는 도구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며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시하고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는 대통령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재계와 금융계의 보여주기식 서명운동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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