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해보자
    [기고] 인권콘서트 낭송시
        2015년 12월 02일 10: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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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해보자
    이게 세상인가
    100대 재벌이 1000조의 사내유보금을 쌓아갈 동안
    1150조의 빚을 진 노동자농민빈민서민의 시대가
    제대로 된 세상인가

    솔직히 말해보자
    이게 삶인가
    경쟁교육 취업전쟁 출산포기
    불안정한 일자리 전세난 걱정
    3포 5포 7포 N포세대로 살다보면
    어느새 황혼자살만이 선택이 되는
    이게 제대로 된 인간의 삶인가

    솔직히 한번 말해보자
    이게 민주주의 세상인가
    국가정보원이 선거에 개입하는 나라
    부정선거로 권력을 탈취한
    국적, 태생, 절차 불명의 정부가
    합법정당을 해산하고 법내노조들을 법외로 내모는 세상
    국민의 심부름꾼이 아니라 독재자, 여왕을 뽑는 나라
    이게 제대로 된 현대인가

    솔직히 한번 말해보자
    이게 모두의 국가인가
    온갖 굴욕의 자유무역협정
    부자에겐 감세, 기업에는 규제완화, 해고의 자유
    민중들에겐 복지후퇴, 생존권 박탈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 비정규직 사용기간 확대
    공공부문 민영화, 언론통제
    숨쉴 틈조차 없이 모두의 목을 천천히 조여오는
    저 부드러운 파괴의 손들
    저 ‘보이지 않는’ 자본의 주먹과
    살상과 융단 폭격들만 합법인 국가

    솔직히 솔직히 한번 말해보자
    봉건을 넘어 전근대를 넘어
    근대를 넘어 현대까지
    수많은 시민 민주 민중 민족 계급 혁명을 넘어
    수백 억 인간들의 피눈물나는 투쟁과
    노동과 땀으로 일구어 온
    자유라는 낱말은, 평화라는 소망은
    평등이라는 깃발은, 자주라는 외침은
    인권이라는 합의는, 인간존엄이라는 숭고함은
    지금 다시 어느 역사의 골짜기에서 신음하고 있나
    어떤 기득권자 협잡꾼 기회주의자들의 시궁창에서
    버림받은 달처럼 박해받고 있나

    솔직히 솔직히 한번 말해보자
    혹 우리는 차벽이 두려운 게 아니라
    사라져버린 어떤 인간적 유대와
    사라져버린 동지적 연대가 두려운 것 아닌가
    혹 우리는 저 무수한 채증카메라와 소환장이 두려운 게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굴레 속에서
    파편화되어버린 우리 스스로들이 두려운 건 아닌가
    물대포와 연행과 구속이 두려운 게 아니라
    대중의 여론과 공안몰이가 두려운 게 아니라
    경찰폴리스라인을 넘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패킷도감청이 두려운 게 아니라
    사라져버린 역사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두려운 것은 아닌가
    다시 꽃도 무덤도 십자가도 없이
    역사의 암흑기를 반딧불 하나의 빛이라도 되어 걷겠다는
    고뇌와 고독의 선택이 두려운 것은 아닌가

    솔직히 나도 가끔은 그게 두렵다
    이렇게 험난하게만 전투적으로만
    칼끝 같은 긴장 속에서만 사는 게 두렵다
    그렇게 고립되어 가는 게
    마모되어가는 게 두렵다
    그게 설령 진실의 목소리였다 해도
    다시 역사의 소수자가 되는 게 두렵다
    사후에 어떤 명예와 칭송보다
    지금 현재의 안락과 풍요를 얻고 싶다
    지금껏 헌신했으니 보상되는 삶을 얻고도 싶다
    내 대에 다시 혁명의 시대는 오지 않을 것 같으니
    적당히 가능한 양심의 선을 찾고 싶기도 하다
    나도 그래서 누군가에게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그런가 그런 것인가

    그러나 아직 우리
    물러서지 않았으니
    솔직히 한번 말해보자
    정세분석? 맨날 그 나물에 그 밥이 되고 마는
    정치공학 헛된 계산 그만두고
    누구나 알고 있는 정당한 시대의 분노와
    굽힘없는 시민불복종
    비타협적 투쟁이라는 오래된 무기들의
    무뎌진 날들을 다시 벼려보면 어떤가
    우리가 먼저 진실의 깃발들이 되어
    저들을 향해 달려 나가면 안되겠는가
    그 길 위에서, 다시 새로운 세상을
    새로운 노동자민중 정부를 꿈꿔보면 안되겠는가
    새로운 인류의, 자연의, 진보의 강령을
    부족하더라도 선명하게
    용기있게 제시해보면 안되겠는가

    세월호 학살 노동법 학살
    역사 살인 민주주의 살해
    이제 구체적인 공권력 살인까지
    이 새로운 죽임의 겨울공화국에서
    갇히지 않은 자
    짓밟히지 않는 자
    구속당하지 않는 자, 따로 없어
    구시대 공안탄압 반북 색깔공세로
    이 모든 착취와 폭압의 진실을 감추고
    이 땅 전체를 역사의 무덤으로 만들려는
    박근혜 재벌 정권에 맞서
    더 거대한 분노를 조직해야 할 때
    노동자민중 연대 항쟁으로
    총파업 총단결 총투쟁 전선으로
    여기 모인 우리 모두가 먼저
    더 힘차게 당당하게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인권콘서트

    1일 열린 인권콘서트 모습

    필자소개
    송경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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