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위독 농민은 외면하고
새누리, 테러 언급하며 민중진영 비난
"적반하장, 물대포로 시민 생명 위협한 건 정부"
    2015년 11월 16일 03:47 오후

Print Friendly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이 16일 지난 주말의 프랑스 파리 테러 사건과 민중총궐기를 엮어 여론전을 펴며 일제히 공권력의 더 강한 대응을 주문했다.

노동개혁, 수입쌀 개방,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반대하는 10만 노동자·민중의 호소와 경찰의 과잉진압은 외면한 채 도를 넘은 비난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다. 일각에선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전 세계인이 애도하는 참극을 악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새누리, 생명 위독 농민 한 마디 언급 없이… 총궐기 비난 여론전
“경찰이 너무 온정적, 더 강한 대응 필요”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주말 큰 충격을 받았다. 하나는 파리의 테러, 하나는 국내 폭력 시위”라며 “파리의 테러 사건 이후 국민들은 애국가 외치며 국가 어려움 극복하려 애쓴 순간에 대한민국은 7시간 동안 무법천지의 세상이었다”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공권력은) 온정주의 벗어나야 한다”며 “사법당국은 이런 기본질서를 해치는 일부터 해결하지 못하면 전 세계로 번지는 IS 테러에도 맞대응 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 또한 파리 테러를 언급하며 “우리 사회를 테러로부터 지키기 위한 전략이 요구된다”며 “서울 도심의 불법폭력시위는 극단적인 반체제 세력이 배후서 조종한 폭력이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 반드시 이번에 국민적인 역량을 모아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배후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또한 물대포 직사 발포 등 과잉진압으로 인해 수 십 명의 부상자가 속출한 상황임에도, 이 최고위원은 오히려 경찰이 이들에게 온정적이라며 더 강한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같은 당 김을동 최고위원도 “프랑스 파리에서 총기난사, 자살테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테러를 저지른 경위와 인과관계 파악에 앞서 무고한 시민에게 피해를 준 것은 용납이 안 된다”면서 “지난 주말 우리나라도 공포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며, 파리 테러와 민중총궐기를 노골적으로 일치시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 “민주공화국이고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보장하지만 정치적 구호를 외치고 쇠파이프를 동원해 폭력시위를 하는 것은 방종에 불과하다”며 “우리 주민들, 시민들, 방문객들은 하루 종일 두려움 떨었다. 법 테두리 벗어나는 폭력집회는 국가를 뒤흔드는 폭동”이라고 까지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번 테러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국가와 국민을 위한 안전장치인 대테러 방지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위독한 상태에 놓인 농민 백남기 씨에 대해선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은 채, 경찰 부상과 버스 파손에 대해서만 안타까움을 표했다.

1

14일 총궐기 때 불법적인 경찰 버스 차벽을 설치하고 무차별적인 물대포를 난사하는 경찰의 모습

2

파렴치한 새누리당, 정부에 우호적 언론 이용해 총궐기 왜곡해
“새누리, 프랑스 참극 악용… 비정상적 행태”

이 같은 새누리당 최고위원 일부의 발언은 IS 소행으로 추정되는 극단적 종교 근본주의 세력의 테러와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자·민중들의 집회와 시위를 동일한 것인 양 여론전을 펴는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많다.

당초 정부 부처는 민중총궐기 전부터 폭력 시위로 규정하고 엄정대응 방침을 밝혔다. 총궐기 당일 경찰은 행진 시작 전부터 도로 전체를 차벽으로 원천 봉쇄하며 폭력 시위를 유발했고, 총궐기 이후 이번엔 새누리당이 앞장서서 비난 여론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경찰, 여당이 합세해 전방위적으로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이들에 대한 비난 여론을 조성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날 <레디앙>과 통화에서 “프랑스 참극에 대해 애도를 표하기 보다는 그런 비극을 악용해서 한국의 민중 세력을 매도하는 데 사용하는 새누리당의 정신 상태야 말로 비정상”이라고 질타했다.

민중총궐기를 폭력집회라고만 주장하는 새누리당에 대해 박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추진하려고 하는 노동개악 입법이 제도폭력이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망언은 전 국민에 대한 심각한 언어폭력”이라고 비판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IS 테러에 대한 폭력성과 무자비를 민중총궐기와 대비하는 것은 파렴치한 짓”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다소 과격한 시위가 있었던 부분은 안타깝지만 민중총궐기를 단지 폭력시위라고 왜곡하고 확대 과장해서 언론을 통해 부각하는 것은 본질을 훼손하는 전형적인 물타기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오히려 경찰의 차벽 등은 애초에 시위 자체의 평화성을 깨트리기 위한 사전 유도 장치라고 봐도 좋을 정도”라며 “새누리당이나 당국도 민중총궐기가 있기 전부터 사전 포석하듯 엄정 대응을 촉구하고 공권력 침해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본다. 새누리당 최고위 발언들은 그런 상식을 벗어난, 그 정도의 인식 수준에서 당연히 나오는 발언들”이라며, 정부여당의 여론전을 비판했다.

조병옥 민중총궐기 대변인(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새누리당 일부 최고위원들의 발언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조 대변인은 “평화적인 집회를 하겠다던 민중들의 (집회를 원천봉쇄하고는) 이를 테러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러를 자행한 것은 국가 권력”이라며 “그 테러에 의해 무수한 시민들이 부상을 당했고 한 분의 농민이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강신명 경찰청장은 파면시키고 물대포 (살포를 지휘한 책임자를) 구속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선범 민중총궐기 국장(한국진보연대) 또한 “먹고 살 수가 없어서 생존을 요구하는 민중들의 시위를 테러로 몰려는 수작”이라며 “국회의원로서 자질이 의심된다”고 맹비판했다.

한 국장은 “경찰이 헌법을 부정하고 집회를 차벽으로 가로막고 맨손의 시위대에게 물대포를 직격으로 사격해서 위태로운 상황까지 발생하는 국가 폭력의 문제지, 테러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무슨 일만 있으면 종북, 테러와 연결하는 새누리당의 고루한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한 국장은 “문제는 집회 자체를 봉쇄하고 있는 경찰이 헌법을 위반하고, 경찰이 스스로 정당성을 부정한 것이 핵심”이라며 “의원이 할 일은 그런 것들을 따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