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는 싸도 원전은 비싸!
    [책소개] 『비싼 원전 그만 짓고 탈핵으로 안전하자』(오시마 겐이치/ 이매진)
        2015년 11월 07일 03: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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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1에서 11·11까지
    ― 우리는 모두 후쿠시마에 산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일어났다. 일본 사회는 아직 원전 사고의 충격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2015년 11월 11일, 영덕핵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투표관리위원회는 원전 유치 신청을 둘러싼 주민 투표를 실시한다. 2014년 강원도 삼척은 주민 투표를 거쳐 84.97퍼센트가 원전 유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바다 건너에서 큰 사고가 났지만 그래도 원전은 가장 안전하며 경제성 있는 에너지라고 굳게 믿는 사람들은 더 많은 원전을 지어야 지역 경제가 발전하고 나라 경제도 튼튼해진다고 말한다.

    《비싼 원전 그만 짓고 탈핵으로 안전하자》는 원자력 안전 신화와 원전 경제성이라는 미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돈 이야기’다. 환경 정책과 에너지 분야에서 주목받는 연구자 오시마 겐이치 일본 리츠메이칸 대학교 교수는 돈 때문에 원전을 계속 유지해야 할 뿐 아니라 더 많이 지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바로 그 돈 때문에 원전은 이제 그만 짓고 탈핵 안전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교 1학년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쓴 덕에 2012년 아사히 신문사가 주관하는 오사라기 지로 논단상을 받은 이 책에서 오시마 교수는, 원자력 발전이 커다란 사회 비용과 환경 피해를 가져올 뿐 아니라 비용 면에서도 경제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 뒤 원자력 마피아를 해체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탈핵 안전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우리를 설득한다.

    원전

    비싸고 불안한 원전은 그만
    ― 원자력 안전 신화에서 탈핵 안전 사회로

    원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원전은 여전히 값싸고 안전한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오시마 겐이치 교수는 원자력 발전에 들어가는 비용, 그러니까 돈 문제로 이 질문에 대답한다.

    전기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 곧 발전 원가(발전소 건설비, 연료비, 운전 유지비 등)를 따지면 원전이 가장 싸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원전을 둘러싸고 공생하는 원전 마피아들 탓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원전에는 이런 직접 비용 말고도 여러 간접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후쿠시마 사고가 바로 이런 문제를 잘 드러냈다.

    먼저 직접 피해다. 원전 가까이 사는 사람들은 목숨을 잃거나 목숨 같은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 사고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전례 없는 수준의 피폭을 당하고 있으며, 지역 경제는 괴멸 직전이다. 또한 이런 직접 피해를 보상하는 데 아주 큰돈이 들어간다. 아무도 상상하지 않은 큰 사고가 일어난 탓에 손해 배상을 둘러싼 틀을 짜고 구체적인 배상 절차를 진행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

    게다가 원전 마피아와 전력 회사의 숨통을 틔워주려고 손해 배상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부분 국민 전체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사고에 관계없이 들어가는 비용이 있다. 원전을 짓고 돌리느라 국가 재정에서 많은 돈을 꺼내 썼고, 발전이 끝난 다음에는 발전소를 폐쇄하거나 사용 후 핵연료를 처리하고 처분하는 데 많은 돈이 들어간다.

    원전의 ‘사회적 비용’이라고 불리는 이런 비용은 왜 생겨나고 계속 늘어나기만 하는 걸까? 원전을 운영해 돈을 버는 전력 회사가 내지 않는 이 비용은 고스란히 사회 전체에 떠넘겨진다. 이 기이한 유체이탈식 돈의 흐름을 이끄는 중심에 자리한 카르텔이 바로 원자력 마피아다. 인맥과 학맥과 이해관계가 뒤얽히고 미디어가 뒤를 받치는 이 운명 공동체식 이익 공동체를 없애야만 원자력 개발의 순환 고리를 끊고 원전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탈원전, 그러니까 탈핵은 이런 과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구호나 이데올로기를 넘어 현실성을 지닌 정책으로 실행돼야 한다. 원전 폐쇄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편익이 크다는 점을 설득하고, 원전을 폐쇄해도 전력을 안정되게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재생 가능 에너지의 경제성을 높여 널리 보급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원자력 안전 신화와 원전 경제성 논리를 넘어서 탈핵 안전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좋은 기술과 더 많은 참여
    ― 원전 없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시민 과학자들

    후쿠시마의 비극은 일본 사회에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원전 안전성을 강화해 지금까지 하던 대로 원자력 개발 정책을 계속 유지하는 길, 그리고 탈핵을 새로운 국가 에너지 정책으로 삼는 길. 이 두 길을 따라 지정학적 위험의 극대화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지속 가능한 사회를 향한 연대로 나아갈 것인지를 이제 선택해야 한다고 오시마 교수는 말한다.

    일본이 원전 정책을 유지하면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 지대인 동아시아는 원전 증설 경쟁에 돌입해 원전 위험 지대로 바뀌게 된다.

    반면 절전, 에너지 절약, 재생 가능 에너지 보급을 거쳐 탈핵을 앞당기는 길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향해 열려 있다. 바로 여기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탈핵, 곧 원전 없는 안전 사회를 위해 더 좋은 원자력 기술과 전력 관련 기술이 필요해진다. 원전에 관련된 사고 처리, 폐로, 오염 제거, 방사성 폐기물 처리와 처분 등 원자력 기술자와 연구자들이 모든 역량을 짜내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많은 과제들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이후 원전의 비용을 사회적으로 평가하고 에너지의 미래를 결정하는 주체는 시민이다. 젊은 기술자와 연구자들이 이런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한 사람의 시민 과학자로 책임 있게 참여해야 한다고 오시마 교수는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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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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