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 사각지대, 장애인노동자
        2012년 07월 24일 12: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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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013년 최저임금이 시급 4,860원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실질 최저임금 수준이 프랑스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해 더 많은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주지하다시피 그동안 최저임금은 노사를 둘러싸고 매년 그 인상폭이 어떻게 될 것인가가 쟁점이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률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그 한켠에 정작 최저임금 적용에서조차 소외된 이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법은 1986년 제정되어, 그동안 노동을 하는 모든 노동자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법 제정 당시 장애인, 수습노동자, 직업훈련 양성훈련자 등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적용제외’ 근거를 두어 그 혜택에서 제외시켜 왔다.

    다행히 2005년 최저임금법이 개정되면서, 그동안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자였던 이들 대부분이 최저임금 적용을 받게 됐다.

    그러나 2005년 법 개정 당시에도 제외됐고, 그리고 2012년 현재에도 유일하게 최저임금에서 적용제외된 대상자가 있다. 바로 장애인 노동자이다.

    현재 장애인이 처해 있는 노동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복지부에서 실시한 [2011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8.5%로 전국평균(62.1%)에 비해 매우 떨어지며, 실업률은 7.8%로 전국평균(3.2%)의 2배 이상이다.

    취업장애인의 임금 수준 역시 142만원으로, 우리나라 전체노동자 평균임금 260만원의 54.6%에 불과한 상황이다.

    쉽게 말하자면, 장애인 대다수가 취업이 어려워 아예 구직을 포기했거나, 구직활동을 열심히 해도 다른 이들에 비해 2배 이상 실업자가 많다는 말이다.

    민중집회에서 장애인의 요구를 알리는 행진 모습

    게다가 몇 배 이상 노력해 겨우 취업했다 하더라도, 다른 이들에 비해 절반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있으며, 저임금에 시달린다 하더라도 최저임금조차 법에 의해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바로 장애인 노동자가 딛고 서 있는 현실이다.

    필자가 2007년 단병호 국회의원실과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수도권의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 사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 중 138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월평균 임금은 22만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절반 가까운 46%는 월 10만원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부분은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이상 근무하고 있었고, 심지어 하루 10시간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 응답자의 53%가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 다닌다”고 답해, 장애인들이 처해있는 고용 및 노동환경이 매우 열악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 사업장’이란 국가보조금 형태인 장애인고용장려금을 받으면서도 장애인에게 최저임금 이하를 지급하는 사업장을 말한다.

    2000~2006년까지 정부의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제외 추진 실적을 보면, 1,624명이 접수했으며 이 중 1,576명이 인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가율이 무려 97%에 해당하는데, 사실상 100%에 가까운 인가율은 사업주에 의한 일방적 신청에 따른 결과 내지, 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한 적극적 방어가 매우 미흡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수치이다.

    이러한 비상식적인 제도를 운영하는 이유가 ‘최저임금법’의 장애인 적용제외 조항 때문이다. 상위법이 그러하니, 해당 부처도 별 수 없다는 논리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장애인은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에 더욱 노출될 수 밖에 없다. 한 연구에 따르면(강동욱. 2005)에 따르면, 노동시장에서 장애인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과정에서는 33.4%의 차별을, 임금수급 시에는 67.3%의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기도 하다.

    정부는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제외의 취지를 “일반노동자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현저히 낮거나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고용기회가 줄어들 수 있는 등 특수한 경우의 일부 노동자에 대해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노동부. 2006).

    그러나 최저임금제도가 서구에서 주로 여성 및 아동 등 취약 노동자 계층을 지나친 저임금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사회적 관점에서 출발했음을 상기해 본다면, 생산성을 근거로 장애인을 최저임금 적용제외 대상으로 삼는 것은 최저임금제도의 본래 취지를 벗어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법 제1조에서도 최저임금법의 목적을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2000년 11월 24일 이후부터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의 노동자에 대해 최저임금 적용이 의무화된 바 있다.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제외시키는 국가 역시 한국과 일본이 전부

    OECD 국가의 경우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거나 일부 감액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애인을 감액 적용 대상으로 삼는 미국의 경우 장애인에 대해 저비율 적용이 가능하나, 노동생산성 격차 이상의 최저임금의 감액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ILO협약 제159호에서도 “남녀 장애인에 대한 기회 및 대우에 있어서의 평등은 존중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2003) 역시 국제기준 및 다른 OECD 국가들의 사례를 근거로 장애인노동자에 대해 최저임금법 적용을 제외하는 국가가 오히려 이례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장애인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에 대해서 노동자의 75%, 사용자의 59%가 찬성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하려면, 무엇보다 소득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득의 주된 통로를 취업을 통한 임금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은 직업을 얻는 것도 힘들고, 설령 어렵게 취업했다 하더라도 매우 열악한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최저임금제도는 근로의 양과 강도에 상관없이 사업장에서 노동을 제공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가장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해 주는 제도이다.

    특히 부당한 저임금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이자, 임금의 기본 하한선 역할을 최저임금이 담당한다고 볼 때, 우리나라의 최저임금법은 저소득 노동자로 내몰릴 수 있는 취업취약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저소득노동자 장애인은 오히려 국가에 의해 자신의 노동권을 침해당하고 있다. 장애인을 유일한 최저임금 적용제외 대상자로 규정하는 현재의 최저임금법은 하루 빨리 바뀌어야 할 독소조항일 뿐이다.

    정부와 사측의 주장대로 최저임금 적용시 장애인의 고용기회 축소가 우려된다면, 우선 감액적용이라도 해 최저임금법의 혜택 안으로 장애인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보장받는 법과 국가에 의해 오히려 장애인의 기본권이 부정되는 현실. 개선되지 않는다면, 장애인은 도대체 누구에게 하소연하고, 누구에 의해 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일까.

    필자소개
    전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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