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노동당 70돌과
    한미정상회담을 보며
        2015년 10월 19일 09: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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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돌 기념식은 우려했던 장거리로켓이 발사되지 않고, 대신 대대적 열병식만 거행되었다. KN-08 등 대륙간 탄도탄 미사일 등이 선보이기는 했지만, 이미 2년여 전에 공개된 미사일의 개량된 버전이어서 내외의 충격은 크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연설에서 미국과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대비가 되어 있다고 했지만, 핵을 언급하지 않고 ‘인민’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중국 공산당 서열 5위의 류윈산 상무위원이 참석했는데, 류윈산과 김정은은 회담에서 혈맹관계를 강조하며 고위급 대화와 경제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이로써 시진핑 중국 최고지도자의 집권 이후 한중 정상 간의 밀접한 관계와 북한의 장성택 숙청 등이 맞물려 소원해졌던 북중 관계가 복원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이다.

    15일에는 북한과 중국이 공동 개최하는 유일 종합박람회인 ‘중·조 경제무역문화관광박람회'(북·중 박람회)가 국가급 행사로 격상되어 개최되고, 궈먼항 광장에는 북·중 변경 주민들이 관세 없이 민간 무역을 할 수 있는 호시(互市)무역구도 개장됐다. 앞으로 북중 경협이 보다 활성화되고, 황금평 등의 특구 개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악재가 없이 북중 관계 회복이 순탄하게 진행된다면 내년 상반기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통한 북중 정상회담 성사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13일부터 방미 일정에 들어갔는데, 16일(미국 현지시각) 오바마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전문가들은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북한의 전략적 도발 가능성은 여전한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을 막고 북핵 해법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하고 있으나, 6자회담 재개 추진 등 전향적 해법이 나올지는 회의적이다.

    남북 중미

    한미정상회담(위)과 조선노동당 70돌 행사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예정되어 있는 이산가족 상봉은 실시될 가능성이 높지만, 획기적 전환은커녕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교류의 회복, 5.24조치 해제를 통한 개성공단의 발전과 북한 타 지역과의 경협 회복, 고위 당국자 간 회담의 정례화 등 과거 수준으로의 정상화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즈음해 위성 발사 명목의 장거리로켓을 발사하지 않은 것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동아시아 안정 등을 위해 다행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어떤 전향적 역할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남북 당국자 간 회담을 제안하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의 우려를 전달하며 북한을 설득하지는 않고, 다만 한-미-일 외교 장관 회담 등을 통해 도발 시 강경 대응을 하겠다며 경고 메시지를 날리는 정도였다.

    지금까지의 역사로 보아 북한이 한국과 미국 등의 경고 때문에 장거리로켓을 발사하지 않았을 리는 만무하다. 김정은 등 북한 지도부가 중국 및 남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이번에는 발사하지 않기로 전술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런 판단이 북중 관계와 한중 관계의 발전적 정상화를 계속 추구하는 전략적인 것이라면, 앞으로 한반도 정세는 다소 안정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남북관계 발전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고, 단지 필요한 조건의 하나일 뿐이다. 이런 조건에 부응해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는 박근혜 대통령 등 남한 정권의 전략적 판단과 의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중국, 유엔, 미국 등을 돌며 통일을 떠들지만, 오히려 통일의 한 축인 북이 흡수통일을 염두에 두고 추구하고 있는 작태라고 반발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박 대통령이 과연 남북관계 정상화와 발전을 통해 통일의 토대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려는 생각과 행동을 할지는 의문이 든다. 단지 통일이라는 애드벌룬을 띄우고 진보개혁진영으로부터 통일 담론의 주도권을 빼앗아가려 하거나, 흡수통일의 미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과 정권 핵심부는 국내정치적 목적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내년 총선 이전까지는 수구적 보수층이 꺼려하는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남한의 대승적 양보 등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중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지난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측의 합의 사항인 ‘의미 있는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박 대통령과 정부는 미국 측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북이 핵 문제는 거론하지 않으면서 북미 평화협정 등을 거론하는 국면을 오히려 능동적으로 이용해, 한반도 비핵화-평화협정 논의의 병행 등 전향적 해법을 제시하고 상황을 주도해 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과연 박 대통령과 이 정부가 그러한 한반도 평화 및 그와 연계된 남북관계와 관련한 전향적 해법과 정책 실천이라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적 결단을 내릴 지는 의문이고, 적어도 당분간은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책임 있는 정부라면 적어도 남북 간에 또다시 도발과 무력충돌 일촉즉발의 상황을 재개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남북 당국 간에 합의해 내외에 발표한 8.25합의의 주요 내용, 특히 빠른 시일 안의 당국회담 개최와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 활성화는 반드시 실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중 경협 활성화와 맞물려 남북 경협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와 결합한 남북철도 및 도로 연결, 이를 위한 북한의 AIIB 가입 등에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것이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 활로 개척의 하나의 중요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총자본도 경협 활성화는 바랄 터인데, 협소한 국내 정치적 이해에서 벗어나 대승적 행보를 보여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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