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집필진
"정부의 검정기준 통과"
"국정화는 정치적 교육적 후진국"
    2015년 10월 12일 12:32 오후

Print Friendly

새누리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 수단으로 집필진의 편향성 문제를 주장하자,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가 성명을 내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검정 체제 하에 8종의 역사교과서가 좌편향적 시각만 담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집필진의 구성을 문제 삼았다. 새누리당은 언급한 집필진 구성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조합원과 진보성향의 민족문제연구소 소속인사다.

이처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가장 열을 올렸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발표 예정인 12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현재 사용 중인 교과서는 균형 잡힌 사실의 서술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은 반드시 시정돼야한다”며 “편향성 문제는 집필진 거의 대부분 특정 학교나 특정 좌파성향 집단 소속으로 얽힌 사람 끼리끼리 모임형성해서 쓰는 경우여서 다양한 시각이 없다”며, 노골적으로 집필진을 비난했다.

이에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 집필자 협의회(한필협)은 11일 성명을 내고 한국사 교과서에 관한 사실 왜곡과 편파적인 폄하행위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한필협은 “우리 교과서 집필자들은 그동안 이런 저런 비판에 대해 더 좋은 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충정으로 이해하고, 합리적인 비판은 받아들여 더 좋은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여 왔다”며 “하지만 최근 정부 여당이 앞장서서 쏟아내고 있는 교과서에 대한 비난은 도를 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필협은 우선,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집필진 구성원이 특정 성향의 인사더라도 집필기준에 따른 교육부의 검정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편향적인 내용을 서술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검정 합격 여부를 가르는 교육부의 『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공통검정기준 첫 번째 조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왜곡·비방하는 내용이 있는가?’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을 통째로 거부하는’ 내용의 교과서는 시중에 나올 수조차 없다는 것이 한필협의 입장이다.

한필협은 “교과서는 일반 서적처럼 저자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책이 아니다.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이라는 틀 안에서 검정에 통과해야 하는 책”이라며 “‘북한교과서의 일부를 보는 것 같다’, ‘우리의 역사를 부정하는 반(反) 대한민국 사관으로 쓰여 있다’고 하는 비난은 검정제도를 전혀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2013년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내용 중 교육부의 시정 명령을 수용하지 않아 현재 소송 중인 건에 대해서도 한필협은 “우리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들은 집필과정에서 역사교육의 전문성과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려고 했고, 교육부를 비롯해 여러 통로를 통한 오류 지적도 타당한 것이라면 수용하여 바로잡았다”며 “다만 현재 우리 집필자들이 교육부의 수정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는 그 명령이 ‘적법하고 유효한 과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필협은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다양한 역사적 사고와 건전한 시민의식을 마비시키고 합리적인 역사교육에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헌법상 보장된 학문과 표현의 자유, 보편적 시민적 권리 등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1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역사교과서를 3차례나 개편한다는 것은 세계 각국의 교육현장에서도 유례없는 것이며 그만큼 교육과정 개편이 졸속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부는 지난 2007년과 2009년 부분 개정 교육과정에 의해 2011년 3월부터 사용한 교과서를 3년 만에 폐기하고 2014년 3월부터는 새로운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사용해왔다.

특히 “우리는 기존 교육과정의 문제점이나 성과를 검토하지도 않은 채, 동일한 정부 하에서 엄격한 검정 절차를 거쳐 합격한 역사 및 한국사 교과서를 잘못되었다고 개정을 추진할 수 있는지, 더구나 기존 검정 교과서를 폐기하고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해 역사교육을 4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필협은 ‘역사교육은 비판적 사고, 분석적 학습과 토론을 길러주어야 하고, 역사교육은 역사의 복잡성을 강조함으로써 비교와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것은 애국주의를 강화하고 국가적 정체성을 강화하거나 공식적인 이념이나 지배적인 종교적 지침에 따라 젊은이들을 주조하는 데 복무해서는 안된다’는 지난 2013년 8월 UN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 특별보고서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국정화 교과서를 쓰는 경우도 극히 드물 뿐 아니라, UN에서조차 국정화 교과서에 대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필협 외 역사교육 관련 4개 단체도 (역사교육연구회, 역사교육학회, 웅진사학회, 한국역사교육학회)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한국사 및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역사교육의 근간을 부정하는 처사”라며 국정화 전환을 거부했다.

단체들은 국정화 교과서가 도입될 경우 “한국사 및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우리의 역사교육을 정치에 예속시키고,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처사”라며 또한 “시대를 거스르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현행 한국사 및 역사 교과서들은 교육과정의 틀 안에서, 그리고 교과서 집필기준에 따라 집필되었고 검정을 통과했으며 교육부 장관의 수정명령에 따라 수정된 책”이라며 “학자적 양심에 비추어 볼 때, 이들 교과서들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편향되었거나 대한민국의 보편적 가치를 부정하고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사 및 역사 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정체제로 전환된 것은 이런 세계적 추세를 따른 것”이라면서 “만일 우리나라가 국정화로 회귀한다면 이는 스스로 정치적, 문화적, 교육적 후진국임을 자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교원총연합회는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회, 시·군·구교총 회장, 사무국장, 학교 분회장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 4,599명 중 62.4%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찬성했다고 밝혔다.

교총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래 세대와 현 세대의 올바른 역사관을 함양하기 위해 ‘역사학(歷史學)’적 관점이 아닌 ‘역사교육(歷史敎育)’적 관점에서 볼 때,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과정을 통해 올바른 역사교육 내용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