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금피크제
비조합원 관리직 대상 추진
현대차 노동조합, 침묵해선 안돼
    2015년 10월 08일 06: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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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7일) 오전 10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문화회관에 수백명의 간부들이 모였다. 현대자동차 과장, 차장들을 문화회관에 모아놓고 현대자동차 인사실 부장이 단상에 올라 설명를 했다.

회사측 자료를 보면 임금피크제 도입 취지가 “고령사회 진입이 가속화 되면서 ‘중장년 근로자의 계속고용’과 ‘청년 일자리창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상생고용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자 합니다”(2016.01.01부 시행)

회사측은 관리직들을 모아놓고 “2016년부터 법적인 정년이 60세로 확정되었기 때문에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하고, 임금체계도 피크제로 변경해야 한다.”라는 대목을 강조하면서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정년, 임금피크제, 육아휴직부분, 징계(성범죄 등) 등 크게 4개 정도를 변경하겠다는 설명을 했다고 한다.

회사측은 “집단적으로 모아놓고 설명하고 서명하거나 상급 관리자가 동석한 가운데 서명을 받을 경우 서명 자체가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를 염두에 두고 기발한 절차로 서명을 받았다고 한다.

울산공장의 경우 문화회관에서 관리직을 집단적으로 모아놓고 인사실에서 취지를 설명하고, 각 사업부(센타, 팀)로 돌아간 과장, 차장들을 별도로 동급자들끼리 모둠으로 모아서 상급자가 빠진 가운데, ‘분임토의’ 형식으로 회합을 가지게 한 후, 분임토의 ‘회의록’과 함께 각각 ‘개별동의서’를 받았다고 한다.

현대자동차 회사측이 정년 60세에 관한 법률과 청년취업을 앞세워 ‘임금피크제’ 도입 관련 간부사원 취업규칙 변경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게 과연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처사일까?

현대차

먼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자.

제19조(정년)

①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300인 이상 사업장 2016년 1월1일 시행)

제19조의2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

① 제19조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위 법률을 보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라”는 조항은 어느 곳에도 없다.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사업장의 사업주는 노동조합(없을 경우 해당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과 사업장 여건에 따라서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노사간에 임금피크제를 단체교섭에서 논의를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교섭이 중단된 상황이다. 그런데 비조합원인 간부사원들에 대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간부사원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동의 서명을 받고 있다. 서명에 앞서 친절(?)히 이런 협박도 했다고 한다. “개인이 불만을 가지고 서명을 하지 않아도 간부사원들 중 과반수 이상 서명을 받으면 회사는 합법적으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한다”고.

​위 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현대자동차는 비조합원인 간부사원 과반수 이상을 대표하는 자와 마주 앉아서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지금 회사측은 정년연장에 관한 법률을 앞세우고 있지만 스스로가 그 법의 취지를 완전히 벗어나 근로기준법에 있는 취업규칙 변경 절차(과반수 동의)를 통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관리직들에게 강요하는 꼴이다.

위 법​의 취지는 대한민국에서 법적인 정년을 60세로 규정한 것이고, 사업주와 노조가 그 사업장의 여건을 감안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라는 것이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라”는 것이 아니다.

회사측이 관리직들에게 임금피크제 도입 이유 중 하나로 “청년취업”을 내세웠는데, 이 문제는 내가 몇 번 지적했듯이 “임금피크제가 청년 취업을 보장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금융권은 임금피크제 도입 후 오히려 청년채용이 해마다 줄고 있다. 이 문제는 철저히 빅근혜 정권의 정치적 프레임일 뿐”이다.

15,000명이 넘는 현대자동차 조합원(종업원)은 이미 10년 이내 정년퇴직을 해야 하는 고령 노동자들이다. 현대자동차가 현재의 설비와 공장과 일자리를 유지하면 기업 생산활동을 한다면, 10년 내 정규직 15,000명을 채용해야 한다.

현대자동차가 청년일자리를 퇴직자 대체인원 이상으로 늘리려면, 신규투자를 통해서 새로운 공장을 짓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길 뿐이다.

경제정책 실패와 청년취업 정책을 실패한 박근혜 정권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청년실업 문제의 책임을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 떠 넘기기 위해 전국민을 상대로 ‘세뇌’를 시킬때, 정권의 눈치를 살피던 현대자동차 그룹이 “2016년 1월부터 현대자동차 전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습니다”라고 아부와 아첨 대열에 동참했다.

노사간에 ‘합의’ 없이 도입이 불가능한 임금피크제 도입 문제를 노조를 완전히 개무시하며 전 국민들 앞에 ‘큰소리’를 쳐놨는데, 결국 노사간 ‘합의’가 불가능한 지경으로 내몰리자 회사측이 임금피크제 도입 선언이 ‘헛소리’로 전락할까 두려워 노조로 조직되지 못한 관리직들의 임금을 강탈하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요하고 있는 꼴이다.

현대자동차 자본가와 그 가신들(일명 경영층)이 노조를 대응하는 태도와 기업 조직의 중추인 관리직들을 얼마나 하찮게 -고과권, 인사권을 틀어쥐고 찍어누르면 끽소리 못하고 서명하고 굴복할 꺼다- 취급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자동차지부가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이 문제에 지부는 어떻게 대응할지?​

필자소개
박유기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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