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는 군사 쿠데타,
    그 딸은 역사 쿠데타 진행 중"
    새누리당 드디어 교과서에도 '종북' 타령 시작
        2015년 10월 07일 02: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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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학계의 압도적 다수가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고 관련 기사에는 정부여당 입장에 대한 부정적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 가장 큰 이슈였던 노동개혁에 관해선 이견이 팽팽했던 여론도 이번만큼은 정부여당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오는 13일을 전후로 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입장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고, 새누리당은 ‘종북’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들고 나섰다. 이에 야당과 시민사회계는 정부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교육의 정치도구화”라며 맞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6일 오전 당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두산동아 고등학교 교과서 315페이지를 보면 ‘우리식 사회주의를 강화하다’라는 소제목이 나오는데 이것은 국내 종북세력들이 쓰는 표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국민은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세력이 정확히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 안보상황은 어떤지 철저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고 학생들에게 이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며 좌편향, 이적성 등을 언급해온 바 있지만, 이 문제와 엮어 ‘종북’이라는 말을 소환한 것은 이날 김무성 대표가 처음이다.

    또 그간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필요성을 피력했던 며칠 전과는 달리,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화’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상당수가 반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김 대표는 “산업화의 성공을 자본가의 착취로 가르쳐서 기업가 정신이 거세된 학생들을 만들고 있다”며 “현행 역사교과서들은 학생들이 배우면 배울수록 패배감에 사로잡히고 모든 문제를 사회 탓, 국가 탓만 하는 시민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가 말한 산업화의 또 다른 면인 자본가에 착취당한 노동 문제를 외면하고, 패배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한국사회의 구조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교과서 검인정체제에 모든 탓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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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유하라

    반면 교육단체, 학부모단체 등 시민사회계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교과서의 정치도구화’, ‘역사 쿠데타’라고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야당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할 경우 정치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겠다던 정부와 새누리당이 역사 국정교과서 밀어붙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역사왜곡을 넘어서 이제는 친일 독재의 후손들이 친일과 독재를 정당화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역사 국정교과서는 독일의 경우 나치시대, 일본의 경우 군국주의 시대, 우리나라의 경우 유신시대 때에만 했던 제도이다. 그리고 지금 북한이 하고 있다. 정상적이고 발전된 나라에서는 하지 않는 제도”라며 “역사국정교과서는 우리나라를 유신독재의 비이성의 시대로 되돌리려는 시도”라며, 강력한 정치투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같은 당 주승용 최고위원은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닮은꼴”이라며 “일본 정부는 과거 역사를 반성하지 않고,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 정부는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기 위해 역사교과서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추진은 일본이 비웃을 일이다”고 말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 또한 국회 브리핑에서 “OECD 국가 중 그 어느 나라도 국정교과서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도 북한, 몽골, 방글라데시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국정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사교과서 국정화는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뿐임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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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단체와 학부모단체 등으로 구성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이날 전국 동시다발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 경기, 인천 지역 단체들은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기 위한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소장은 “이번 교과서 논란은 국정이냐, 검정이냐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친일과 독재를 옹호하던 세력들의 10년에 걸친 역사 쿠데타”라며 “권력에 눈이 먼 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놀음”이라고 격앙된 어조로 비판했다.

    박한용 소장은 거듭 “항일 독립 정신과 민주주의 기초하는 헌법정신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헌법을 부정한 쿠데타”라며 “아버지는 군사 쿠데타를 하고 딸은 역사 쿠테타를 해, 우리는 2번의 쿠데타 경험하고 있는 중”이라고 개탄했다.

    특히 고영주 MBC방문진 이사장의 ‘역사학자 90%가 좌편향됐다’ 등의 발언을 겨냥해 “나와 다르면 모두가 빨갱이라며 추악한 색깔론으로 역사교과서 모독하고, 역사교육자와 일선 교사들 96%가 국정화에 반대함에도 이 교사들을 색깔론으로 몰아 붙인다”면서 “이는 색깔론도, 사상도 아니다. 나와 다르다면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서 제거하고 말겠다는 새로운 매카시즘의 등장이고, 이러한 것들이 교과서 쿠데타와 함께 이뤄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미 2008년부터 현 집권정당은 한국의 역사학자들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며 “오늘날 한국의 역사학자들의 성과를 이렇게 부정해버리는 나라가 어디 있나”라고 비판했다.

    박 소장은 국정화 교과서가 정권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교과서의 내용을 고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미래 유권자인 청소년들에게 특정 정당의 지지기반을 확보하려는 정치놀음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결국 교육의, 교과서의 정치도구화”라고 질타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대표에게 이적단체라는 비난을 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변성호 위원장도 “내년이 아마 박정희가 탄생한 지 100년이 된다고 들었다”면서 “지금, 유신 독재망령이 다시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성호 위원장은 “우린 유신독재 시절의 교과서 국정화의 폐해에 대해 알고 있다”며 “임시정부의 법통성과 4.19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하기 위해 내세운 것이 이승만, 박정희 독재 찬양이었다. 어떠한 이름으로 그들이 추진한다 해도 이뤄지고 있는 국정화 교과서 음모는 친일 독재 미화 외에는 다른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국정화 교과서로 가르치는 나라가 몇 군데나 되나. UN에서도 헌재에서도 교과서의 다양성을 얘기하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잘못된 교육을 하라고 한다면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최은순 회장은 정부여당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학부모를 악용한다고 비판했다. 최 회장은 “대입 수능 때문에 역사교과서를 한 권으로 가르쳐야 한다며 학부모의 요구가 많다고 하면서 학부모를 악용한다”고 하며 “그래서 저희가 1차 학부모 선언에 이어 2차까지 국정화 교과서 반대 선언을 했다. 학부모가 국정교과서를 요구한다고 악용 하지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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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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