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안보법안 통과,
    평화 위한 한국의 선택과 노력 필요
        2015년 09월 25일 10: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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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일본 안보법안이 19일 새벽 참의원에서 강행 통과되었다. 이로써 일본은 2차 대전 종전 이후 지금까지의 ‘전수방위’(외부로부터 침공 받을 경우에만 자위적 차원에서 방어) 정책을 버리고, 외국에서도 미국 등과 함께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변모하게 되었다.

    물론 아직은 평화헌법으로 인한 제약에 의해 외국에 대규모 전투부대를 일방적으로 파병할 수 없고, 미국 등에 대한 지원도 주로 병참지원에 제한되기는 한다. 그러나 일본이 공격받지 않아도 공해상에서 미군 함선이 공격받을 경우, 그 함선을 공격하는 국가의 함정이나 비행기를 공격할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상대국가의 선제공격을 예방한다며 미사일 공격 등을 가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안보법안이 통과되자 많은 이들이 자위대, 장차(평화헌법이 개정될 경우) 일본군이 한반도에 진출하거나 한반도사태에 개입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전시작전통제권이 없는 상황에서 미군이 요청할 경우 한국 정부가 이를 거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민구 국방장관은 “한미연합사령관의 요구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거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미 양국의 국군통수기구 지침에 따라야 하므로 우리 대통령이 ‘일본 자위대는 참여시키지 말라’고 지침을 주면 그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윤병세 외교장관은 안보법안에 대한 비판은 전혀 없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 새 미래의 전기를 마련하자’는 말만 했고, 청와대 역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지금까지의 ‘과거사-안보협력 분리 접근’의 기조에 입각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우리 사회의 일부 보수적 인사들은 북에 대한 억제력이 증가하는 면도 있다며 협력할 것은 해야 한다고 한다. 정호섭 해군참모총장의 “대북 전쟁 억제 차원에서 일본 자위대와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는 국감장에서의 발언은 이런 정서를 노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이런 우리 사회 일각과 정부의 인식과 대응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판단된다.

    하나는 이미 일본이 전쟁 가능 국가가 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고, 일본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할 수도 없으므로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둘째는 안보 논리이다. 정 총장처럼 북한과의 전쟁 발생 시 미군과 함께 움직여야 하고, 이때 일본의 적극적인 지원을 미국이 원할 것이고 이는 우리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이다. 관건적인 것은 한미동맹인데, 미국이 옹호하는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부정할 수 없다는 논리가 추가된다.

    아베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일본 국회에서의 안보법안 강행 통과가 패전 후 다시는 전쟁하는 나라가 되지 않겠다던 일본 국내적 합의와 대외적 약속을 저버린 것이자, 그런 합의와 약속의 정수인 평화헌법에 정면으로 저촉되는 것이라며 규탄했다. 그리고 주요 야당과 60%가 넘는 시민들의 반대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수의 우위를 앞세워 강행 통과시킨 것은 전후 일본에 정착되었다고 믿어졌던 민주주의마저 유린당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그리고 한국 정부가 ‘과거사-안보협력 분리 접근’ 정책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 지난 아베담화에서 보듯 일본 정부가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호도하고 안보법안 통과로 전쟁가능 국가로 변신하는 것을 방조한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하며, 이제라도 실패한 정책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출병을 용인하는 것은 우선, 일본의 개입으로 의사결정도 복잡해지고,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본이 개입해 한반도가 오히려 더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으며 안보주권도 침해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또한 역사적으로는 120여 년 전 동학혁명이라는 우리 내부의 문제에 외세를 끌어들임으로써 국토와 국민이 유린되고 끝내는 망국의 길로 갔던 조선 조정의 과오를 무시한 단견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우리가 원치 않으면 자위대 출병을 거부할 수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을 할 것이 아니라 출병 가능성을 제어할 분명한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참고로 정의당은 국방부, 한미연합사를 방문해 이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듣고 한국 안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것이며,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하고 공론화를 주도해나갈 것이다.

    또한 이미 일본이 전쟁 가능 국가가 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힘을 통한 전쟁 억지 혹은 전쟁 수행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협력이 아니라, 평화를 위한 한일연대를 촉구한다.

    비록 안보법안은 국회에서 강행 통과되었지만 일본 내에서는 안보법안의 평화헌법과의 불합치성에 대해 우파 학자들도 인정하고 있고, 무엇보다 또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변신하는 것에 대한 국민의 반대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안보법안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여전히 찬성을 압도한다. 일단 반대하다가도 법안 등이 통과되고 나면 현실로 인정해버리는 일반적 경우와는 다른 현상이다. 군사대국화를 노리는 사람들로서는 결정적 장애물인 평화헌법 개정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은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

    문제는 안보법안에 대한 반대와 아베에 대한 분노가 내년에 있는 참의원 선거에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 야당의 지지율은 그다지 높지 않아 단지 자민당 등 연립여당에 반대한다고 해서 야당을 지지할 지는 미지수이다.

    아베는 교활하게도 안보법안 통과 뒤에는 “다시, 경제”를 외치며, 선거에서 이 문제가 쟁점이 되는 것을 회피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회복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참의원마저 연립여당이 2/3 이상을 확보하게 해주면, 그때 평화헌법 개정을 밀어붙일 것이다.

    희망적인 것은 항상 독자행보를 하던 공산당까지 아베 폭주 저지를 위한 선거연대를 제안하며 공동 전선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에 대한 실망을 표하며 투표 자체를 포기했던 청년들도 안보법안 통과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줘, 적극적 투표행동에 나설 수 있다.

    섣부르게 현재의 상황을 기정사실화하며 한일 군사협력을 강화하거나 상호 군비증강의 악순환을 연출하는 것은 우리의 안보와 동아시아 평화에 자충수일 수 있다.

    일본 안보정책 변화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다각적인 대응을 강구하는 한편, 평화헌법 개악 저지와 안보법안 폐지를 위한 일본 시민과 야당의 행보에 평화를 원하는 한국의 모든 정당과 시민들의 광범위한 연대가 필요하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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