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2천만원과
도시철도 노동자 7천만원
[기고] 악어의 눈물 vs 연대의 의지
    2015년 09월 18일 01: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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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청년희망펀드’를 제안하면서 2천만원을 기부했다. 또 매월 대통령 월급에서 20%를 내기로 했단다. 목적은 청년 일자리 지원을 위해 ‘펀드’를 만들고 이를 통해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한다. 그 동안 정부가 ‘노동부’를 ‘고용노동부’로 이름을 바꾸고 ‘고용’ 확대를 위해 예산을 투입해도 일자리 사업은 별 무소득이었다. 그런데 관 주도의 ‘펀드’를 통해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니 현실성이 있을리 만무하다.

어린 아이 팔 비틀 듯이 한국노총의 약점을 잡고 ‘노사정 야합’을 강제하더니 마치 군주의 시혜인 것 마냥 2천만원을 내놓고는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청년 일자리가 늘지 않는 이유는 ‘펀드’가 없어서가 아니다.

더욱이 30대 대기업이 710조원의 유보금을 쌓아두면서도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정규직 고용을 회피하는 이런 현실에서 시혜성 펀드 조성은 ‘악어의 눈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박근혜의 ‘악어의 눈물’ 펀드가 얘깃거리가 될 즈음 서울도시철도공사 노동자들의 특별한 기금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전달됐다.

공공운수노조 산하에 있던 옛 도시철도노조가 상여수당, 보전수당, 장기근속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서울도시철도공사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포함해 2,850여명이 참여했다. 소송에 참여하기 전에 노조는 소송에서 승소했을 경우 비정규직기금을 거출하겠다는 동의를 일일이 받았다. 결국 지난달 서울동부지법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받고 공사로부터 법정수당을 돌려받게 됐다. 이 수당 중의 일부를 비정규직 특별기금으로 공공운수노조에 기부했다. 이 돈이 76,490,269원이다.

옛 서울도시철도공사노조는 도시철도 내에서 복수노조로 있다가 최근에 노조가 통합을 하면서 잠시 상급단체에서 탈퇴한 상태다. 이들은 노조의 현실적 조건에 따라 공공운수노조를 탈퇴를 하면서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조직화에 써달라고 기금을 쾌척한 것이다.

이들의 기금에는 박근혜의 ‘펀드’에는 없는 몇 가지 것이 있고 박근혜 ‘펀드’에는 있는 몇 가지가 없다.

공공부문 정규직으로서 먼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자발성’이 담겨져 있지만 대통령이 주도하고 관과 어용단체들이 눈치보며 따라가는 강제성은 없다.

이재문 전 도철노조 위원장은 “옛 도시철도노조의 슬로건이 ‘행복한 동행’이었다”고 했다. 정규직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중물이 되겠다는 ‘연대’의 정신은 있지만 가진 자가 내려주는 ‘시혜’는 없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이번 도시철도공사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특별기금이 앞으로 경영평가 성과금이나 임금인상분의 일부를 투쟁기금으로 조성하는 운동으로 광범위하게 퍼지면 좋겠다”는 바램을 나타냈다.

노조는 지난 16일 노조 정기중앙위원회 자리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조직화에 큰 힘을 보태 준 도시철도노조 조합원들에게 감사인사를 드린다”는 내용의 감사패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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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공공운수노조 총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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