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과보호’ 아니라
‘재벌 과보호’부터 개혁해야
노동개혁과 재벌개혁, 새정치연합 전문가 간담회
    2015년 08월 26일 10: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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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경제정의·노동민주화특별위원회(노동특위)가 ‘재벌개혁’으로, 정부의 ‘노동개혁’에 맞선다. 정부여당이 정규직·중장년층 노동자의 임금 쪼개기를 통한 일자리 정책을 내세웠다면, 새정치연합 노동특위는 재벌의 지배구조와 중립성 없는 세제정책의 개편 등을 통해 실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노동특위는 26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재벌개혁인가? 노동개혁인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올바른 재벌·노동개혁 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틀 전인 지난 24일 있었던 1차 전체회의 이후 첫 공식적인 정책 간담회다.

이날 간담회는 재벌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보다는 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한 문제점과 재벌개혁의 방향성에 초점을 맞췄다. 무감한 구호로 정도로 인식돼버린 ‘재벌개혁’을 어떻게 청년 일자리 확대와 연결 지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읽힌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벌 개혁’은 무엇이 돼야 하나

재벌개혁은 사실 역대 정부마다 반복적으로 나왔다. 정부 기조에 따라 그에 따르는 정책도 조금씩 달라졌지만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들고 나온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가 재벌개혁의 개념을 모호하게 만든 구석이 있지만 이를 계기로 전과는 다른 재벌개혁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발제자로 나온 인하대학교 김진방 경제학부 교수는 “재벌개혁을 경제민주화 틀 속에서 놓고 볼 때 노동과 일자리의 연결은 쉬워진다”며 “경제민주화 속에서 나온 재벌개혁의 중요한 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혹은 골목상권과의 관계, 대자본과 소자본·영세자본과의 관계, 즉 자본과 노동의 관계”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좁은 의미에서 재벌개혁이라는 전제하에 ▲경제력 집중 억제와 ▲기업지배구조 개선 차원의 2가지 개혁 의제를 던졌다.

김 교수는 “재벌체제라 함은 소수의 개인 또는 가족이 적은 지분으로 많은 대기업을 절대적으로 지배하면서 지배력이 세습되는 체제이고, 이 부분을 고치거나 그로 인한 문제점을 줄이거나 해소하는 것이 재벌개혁”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그러한 체제 속에서 ‘경제력 집중’ 문제가 발생한다”며 “재벌대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게 아니라, 더 중요한 건 대기업 집단을 소수의 개인과 가족이 지배하는 것이다. 이들이 국민경제를 좌우하는 것이 경제력 집중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대주주에 집중된 경제 지배력이 2세, 3세에 세습되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대주주의 ‘통치’와 ‘통치의 세습’은 고용 증대와 경제 활성화를 방해하다는 비판이다.

김 교수는 “여러 가지 계열사 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을 가지고 많은 기업을 지배한다. 이것은 또 세습이 된다. 소유의 세습뿐 아니라 지배의 세습까지 이어진다. 대주주는 2세에게 왕국을 물려주고자 하면서 많은 문제가 생긴다”며 “이해당사자에게 정당한 이익 돌려줘야만 국민경제 효율성 제고되고 고용 증대까지 아우르는 국민경제 활성화를 가져오는 개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선에 관해선 “그동안은 순환출자라든지 소유구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이제는 일반 주주의 권한 강화, 이사회 권능 강화, 지배 주주의 역할을 축소하는 지배구조의 공식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새정치 전문가 간담회

새정치연합 노동특위 전문가 간담회(사진=유하라)

재벌개혁의 혜택이 노동자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해야

다만 김 교수는 이 2가지 재벌개혁이 이뤄졌을 시 노동계와 영세자본에 그 혜택이 돌아갈 것인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다. 자신이 제기한 2가지 재벌개혁 의제에 앞서 재벌대기업과 하청업체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개혁을 통한 혜택은 직접적으로 주주, 기업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에게 돌아갈 뿐, 일반적으로 국민에겐 이익이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주주 가치가 강화되면 거래 기업(하청업체)에겐 가혹한 행위가 따를 수도 있다”며 “이러한 재벌개혁이 국민경제 이익으로 넘어가기 위해선 다른 개혁이 함께 돼야 한다”고 전했다.

재벌개혁 이전에 선행돼야 할 재벌 외부의 개혁에 대해 “하청관계에 있는 기업들과 재벌대기업과의 관계가 첫 번째”라며 “자본은 업체에 외주를 준다. 간접고용도 있지만 중소기업을 통한 간접고용도 있기 때문에 노동의 분할통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거다. 노동 대 자본의 관계에서 분할통치 부분이 해결돼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 문제와 이익공유 공정거래 등 2가지가 이뤄지지 않으면 바람직하지 못한 재벌개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인세, 금융소득종합과세 등 대주주의 지배구조 유지 수단으로 활용

이명박 정부 당시 기업의 투자 유도와 고용 창출을 유도하겠다며 법인세를 삭감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은 투자도, 고용도 하지 않았다. 실패한 정책이라고 평가되면서도 정부여당은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낮추는 것이 추세라며 야권의 ‘법인세 정상화’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김유찬 세무대학원/경영대학 교수는 ‘공정과세’를 통한 재벌개혁이라는 주제로

법인세, 금융소득종합과세, 가업상속공제제도에 관한 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유찬 교수는 “법인세율이 소득세율과 격차가 큰 것이 문제”라며 “세금 자체가 중립적으로 적용돼야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법인데, 법인세율이 소득세율과 큰 격차로 중립성을 해칠 뿐 아니라 효율적이지도 못하다”고 설명했다.

배당을 통해 소득세를 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만약 배당을 한다면 그렇지만 실제로 배당을 안 하지 않나”라고 반박하며 “배당을 안 해도 대주주가 (돈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괜찮지만 대주주는 이익 본 것을 남겨두고 증식을 시키고 필요할 땐 언제든지 회계를 무시하면 꺼내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낮추는 추세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법인들이 세금을 낮춰야만 일자리가 나올 수 있다고 요구해왔는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그 추세에 따라 법인세 낮추고 있다”면서 “하지만 과연 성립되나? 외국의 경우 다른 방식으로 규제할 수 있고 또 배당을 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유보소득을 대주주가 마음대로 쓸 수 없는 회계의 엄격함도 갖추고 있다”고 반박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진한 배당증대정책을 겨냥한 비판이다.

김유찬 교수는 “박근혜 정부 들어 만든 기업소득환류세제에선 배당에 대해 기업이 가진 소득을 기업 이외에 나눠주는 것을 지원한다는 명분하에 배당에 대한 세수를 25%까지 낮췄다”며 “하지만 배당소득은 우리나라 1% 사람들이 전체 배당소득자의 72% 배당소득 취한다. 그런 방식으로 금융소득에 대한 세율이 낮춰주는 것은 결국 대주주를 위한 세제 개편”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에서 주도해 만든 가업상속공제제도에 대한 정비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법 제정 당시만 해도 중소기업 상속자가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을 파는 일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이지만 현재에는 그 범위와 규제가 지나치게 완화돼서 상속세를 낼 여력이 있는 사람도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새정치연합 김현미 의원에 의해 지적되기도 했다.

특히 가업상속공제제도는 법인세 인하와 금융소득종합과세로 각종 이익을 누리는 대주주가 이를 2세, 3세에게 상속할 때 악용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김유찬 교수는 “실제로 가업을 상속받는 사람이 기업 자산을 팔지 않고 다른 금융자산을 받는 게 있어서 별도의 금융, 부동산 자산으로 세금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이 이 제도엔 없다”며 “다른 자산이 있어서 팔아서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의 세금을 깎아줄 이유가 없다. 그런 사람의 세금을 깎아준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법적으로 있을 수 없는 제도”라고 질타했다.

그는 “법인세, 금융소득종합과세로 대주주가 유지되고 있다. 대주주들의 최대 관심사가 상속세인데, 그것을 해결해주는 것이 가업상속공제제도”라고 비판했다.

“일자리 창출? 현행법만 잘 지켜져도 해결될 문제”
김유선, 정부의 ‘재벌 봐주기’ 정책 비판

재벌개혁의 방향성과 정책에 대한 지적과 함께 박근혜 정부하에서 벌어지는 ‘임금인상 없는 성장’, ‘비정규직 남용’과 노동시장 구조개편에 포함된 ‘실패한 정책 재탕’, ‘불법파견 보편화’ 등의 문제도 제기됐다. 일련의 문제들에 대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재벌 과보호”로 인해 비롯된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에 성장에 못 미치는 임금인상 확대됐다. MB정부 이후에는 아예 임금인상 자체가 없었다. 최근에는 성장에 못 미치는 임금인상을 넘어 임금 없는 성장으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임금 없는 성장’ 국면의 직접적 원인에 대해 ▲비정규직 남용과 ▲성장에 못 미치는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임금 인상, ▲골목상권 붕괴, 하도급단가 후려치기, 고환율 정책 등 아래에서 형성되는 부가가치를 소수의 대기업이 전부 흡수하는 것을 정부가 규제하지 않은 것 또한 큰 문제로 제기됐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2009년부터 2013년, 대체로 글로벌 위기 이후에 임금 없는 성장이 이뤄지고 있던 그 시점에서 10대 재벌은 사내유보금이 288조에서 522조로 급상승했다. 금년 1/4분기에는 610조로 급상승했다”면서 “반면 같은 시기 실물 투자액은 26조에서 6.5조원으로 오히려 축소됐다. 이것 자체가 모든 것을 얘기해준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재벌 기업에 ‘세금 퍼주기’ 정책을 펼치는 정부의 태도 전환도 요구됐다. 일자리 문제 해법을 정규직 과보호가 아닌, 재벌 과보호 정책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에서 계속 재벌에 투자하라고 애원하는 모습 보이는데 법률로 강제하는 게 아니면, 재벌 기업은 돈벌이가 된다고 판단되지 않으면 투자를 확대하거나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다”며 “최근 노동시장 문제를 정부에선 정규직 과보호론에 입각해서 모든 문제를 예단하고 개혁 과제 찾는데 어디까지나 재벌 과보호에서 모든 문제가 비롯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사례로 그는 고용형태 공시제를 언급했다. 이 제도를 통해 재벌기업이 자율적으로 고용을 확대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 당초 목적이었지만, 지난 1년 사이 10대 재벌기업의 비정규직 비율은 2%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10대 재벌만 놓고 봐도 비정규직이 49만 명이고, 불법파견이 대부분일 사내하청이 40만 명이고, 주당 52시간 상한선을 넘어서 일하는 사람이 전체 노동자의 19%, 357만 명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에서 노사분규 등에 대해 법과 원칙 얘기하는데 사실 불법파견이나 장시간 노동, 최저임금 위반과 같은 현행법 위반만 제대로 풀어도 문제 상당히 해소할 수 있다”며 “법대로만 해도 상당부분 일자리를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사실상 기업의 불법파견을 용인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현대기아차 그룹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일찍이 법원에 정규직 지위 인정 판결을 받았지만 회사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현대기아차 그룹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관리전문직의 경우에 파견을 전면 허용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그는 “이 분들 수를 계산하면 대략 5백만 명 가까이 된다. 파견, 용역, 사내하청 노동자 수는 전체 노동자 9% 가까이로 집계된다. 간접고용, 파견 부분을 거의 보편화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실노동시간 축소가 일자리 확대 정책으로 계속 거론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오히려 장시간 근로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그는 “정부에선 얼마 전 현행 주 68시간 상한제를 주 60시간 상한제로 낮추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현행법엔 52시간 상한제로 돼 있는데 이를 주 60시간 상한제로 늘리려고 하는 것”이라며 “정부에선 현실적으로 워낙 장시간 근로가 많아서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한시적으로 처벌 면제조항을 도입하는 것도 얼마든지 있는데 굳이 법 자체를 후퇴시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의 임금피크제는 ‘짝퉁’… 최고임금제 도입해야

김 선임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일관되게 “위의 임금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대책 중 하나가 최고임금제 도입이다.

그는 “임금피크제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임금상한제가 될 수 있다”며 “그런데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는 임금피크제는 짝퉁이다. 연봉과 관계없이 나이에 따라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완전히 짝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임금피크제를 제대로 해서 최고임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임금정책에 있어선 최저임금을 끌어올리는 것 말고는 다른 정책이 없다. 때문에 저임금 중소영제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최저임금만 쳐다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런 문제 해소하기 위해선 저임금 노동시장에서도 자율적으로 걸맞은 임금 수준을 책정하게끔 초기업 수준의 임금교섭 확대 등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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