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특위, 어디로 가나
선거구획정위에 권한 넘겨
    2015년 08월 18일 06: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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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18일 공직선거관계법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의원정수 300명 현행 유지하고,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비율에 대해선 선거구획정위원회에 권한을 넘기는 것에 잠정합의했다.

이날 오후 2시 40분경에 열린 공선법 소위에선 ▲선거구 획정 기준안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비율 ▲의원정수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여부 ▲석패율 제도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선거구 획정 기준안에 발이 묶여 선거제도 등 다른 안건에 대해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개특위 간사인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은 소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정수에 대해 “현행법대로(299명+1명) 가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핵심은 지역구 숫자를 명시하지 않고 획정위에 보내는 거다. 획정위가 상당한 재량을 가지고 지역구 숫자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획정위에 재량권을 부여함으로써 의원 기득권을 내려놓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획정위 구성원이 여야 동수로 추천한 위원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여야 논의의 연장선상이라는 견해가 많다. 선거구 획정 기준이 마련돼야 이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견 차가 팽팽한 지역구-비례대표 비율을 뒤로 미뤄둔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수 비율 조정은 각 당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획정위에 가서도 치열한 논쟁이 있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는 상황이다.

정개특위

정개특위 회의 모습

지역구 확대-비례 축소, 최악의 시나리오?

우선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방안은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지역구 확대, 비례대표 축소, 의원정수 유지’ 안이다. 이 방안은 거대 양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어 양당의 기득권을 현재보다 견고하게 하기 때문에 정의당과 같은 소수정당이나 신생정당에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17일 자 <노컷뉴스>의 선거구 획정 협상안 관련 보도 내용도 이 방안과 비슷하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영남과 호남에서 의석수를 유지하면서 수도권 의석수를 늘리는 것이다. 여론에 따라 의원정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역구가 늘면 비례대표 의석수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당연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안한 독일식의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도 어렵게 된다.

<노컷>은 “선거구 획정 협상안에 따르면 여야는 각자의 텃밭인 영·호남 의석수를 줄이지 않고, 수도권 의석만 늘리는 방식으로 절충 중”며 “여야의 선거구 획정 관련 협상 상황을 종합하면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할당된 지역구 의석수는 현재 246석에서 9~13석이 늘어나 255~259석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구체적인 지역별 지역구 증감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 11석 증가, 강원 최대 1석 감소, 충남 최대 1석 증가, 대전 1석 증가, 경북 최대 2석 감소, 경남 최대 1석 증가, 부산 최대 1석 증가 등의 조정 방안을 선거구획정위는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최소 인구수와 최대 인구수의 편차를 2:1로 하라는 헌재의 판결에 따라 선거구를 재획정해야 하는데 이를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밀고 가겠다는 뜻이다.

‘지역구 확대·비례대표 축소·의원정수 유지’안에 대해 정개특위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선거구 획정 기준 전달 시한을 넘기면서 정개특위가 꽉 막혀 있는 상황”이라며 “계속 이러다보면 이 안으로 갈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방안이 알려지면서 기득권 사수의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새누리당은 물론, 그간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 비례대표 확대를 당론으로 삼았던 새정치연합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역주의 완화, 승자독식 등 현행 선거제도의 폐해를 지적하더니 뒤에선 기득권을 놓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식 “비례대표 축소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김기식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20분경에 열린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이를 전면 부정하는 입장을 밝혔다.

김기식 의원은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를 절대로 줄일 수 없다”며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 기득권을 늘리기 위해서 선거구 획정 기준을 변경해서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식에 대해선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재차 “현재 300명의 의원정수를 유지하는 조건에서 비례대표를 단 한 석도 줄일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우리 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하며 “그 전제 위에서 현재 지역구 수 246석을 선관위 안대로 더 줄일 순 있으나,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지켜주기 위해 (지역구를) 더 증가시킬 순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이 당론이라고 밝힌 이 입장은 ‘지역구 축소, 비례대표 확대, 의원정수 유지’과 함께 ‘지역구 확대, 비례대표 확대, 의원정수 확대’, ‘지역구 확대, 비례대표 유지, 의원정수 확대’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읽힌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은 당초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의 비율을 2:1로 해야 한다고 밝히며,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선 여론을 감안해 선을 그었다. 김기식 의원이 이날 정개특위에서 언급한 방안은 의원정수 확대까지 고려한 것이라 문 대표의 것보다 변화의 폭이 더 넓다.

특히 ‘지역구 확대, 비례대표 확대, 의원정수 확대’안은 정개특위 소속의 새정치연합 의원 일부가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선 여론이 좋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전략적으로 의원정수 확대를 되도록 언급하지 않으면서 비례대표 비율을 법에 명시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대표 비율이 현행보다 확대되는 쪽으로 명시된다면 의원정수 확대는 불가피하다.

정개특위의 한 관계자는 “의원정수 확대가 여론상 좋지 않기 때문에 의원정수 확대를 얘기하지 말고 비례 비율을 법에 명시하면 의원정수도 느니까 전략상 그렇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의원정수 현행 유지를 발표했지만 대외용 멘트이고 당(새정치연합)에선 협상 과정에서 지역구-비례대표 숫자 문제를 협상 과정에서 조정할 수 있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연결된 비례대표 확대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라 거론되고 있는 비례대표를 확대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모두 폐기 처분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날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비례대표의 진정성, 전문성은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직무성과 전문성 갖추고 여의도에 오는 분들이 상당수”라며 “(김기식 의원의 발언을 겨냥해) 비례대표를 절대 줄일 수 없다는 확고한 논거는 어디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기식 의원은 “선거법 개정 논의의 핵심은 비례대표 문제가 아니고, 현역 지역구 의원이 지역구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 아닌가”라며 “문제의 본질을 분명히 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비례대표제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관련해서 김기식 의원은 “대의제 기관인 국회가 국민이 선택한 득표율과 의석수의 불일치를 보완하는 장치로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있다”며 “서구의 많은 나라들이 그래서 비례대표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24일에는 정개특위 차원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공청회를 계기로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한 보다 엄밀한 평가와 다양한 가능성, 현실화 여부 등에 대한 각 정당들의 속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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