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 대표자들,
노동자들 목소리를 듣다.
“현장은 아직 냉소적”, “책임있는 대안정당 되어야” 등 고민 제기
    2015년 08월 13일 02:11 오후

Print Friendly

진보정치 재편과 결집을 추진하는 정의당, 노동정치연대, 국민모임, 진보결집+의 대표들이 공공부문 노동조합 현장간부들 50여명과 12일 간담회를 가졌다.

공공노조들의 전현직 대표자들은 노동자 조직 중 가장 먼저 새로운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하며 예비 입당 선언까지 한 바 있다. 전현직 노조 대표자들은 그럼에도 현장 조합원이 느끼는 진보정당에 대한 실망감, 우려 등을 전하며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이 담고자 하는 진보정치의 모습을 4개 단위 대표에 전달하고 또 요구했다.

공1

간담회 후 기념사진(이하 사진은 유하라)

4자 대표들의 모두발언

노동정치연대 양경규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박근혜 정권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지금의 분열된 진보정치의 구조를 재편하는 것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진보정치의 한 시대를 마감하고 다시 일어서야 하며 우리가 만들어야 할 새로운 진보정당은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이번엔 당을 합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실천하는 정당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4단위가 모이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통합만이 아니다. 더 많은 대중이 참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논의 테이블이 아닌 투쟁 사업장 방문, 노조 간부와 간담회와 대화 등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겠다”며 “적어도 10월말까지는 대중에게 새롭고 강한 진보정당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겠다. 10월 말까지 논의를 진행해서 다시 한 번 만들 테니 힘 있게 지지해 달라고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진보재편은 현재 이를 추진하고 있는 사람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대한민국을 바꿀 새로운 정치주체를 만드는 길”이라며 “노동정치를 대중적으로 실현해야 한다. 진보적 시민들이 힘을 모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진보정당의 상을 제시했다.

심 대표는 “정의당에서 진보결집의 의미나 방향에 대해 깊이는 아니지만 논란이 있었다”며 “하지만 4명의 당 대표 후보 중 진보결집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게 저다. 진보결집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거라는 공감이 있는 것이라 믿고 확실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모임 김세균 대표는 “지금은 진보정치가 한국 정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주변적인 정치로 추락하느냐, 아니면 진보의 혁신과 결집에 기초해 자신을 재도약시키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지적하고 “새로운 대중정당은 기본적으로 노동자 정당이어야 한다. 노동자 계급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민주변혁을 끝까지 추진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적 힘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진보결집+ 나경채 대표 또한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해 여러 정치세력이 뜻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여기에 노동자들의 참여가 없다면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기가 어렵다”며 “국민모임, 정의당, 노동정치연대, 또 진보정당이 결집해야 한다는 동의하는 노동자와 진보적 시민과 함께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은 책상이 아닌 거리와 현장에서 함께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공2

진보결집 가장 큰 난관은 무엇인가

공공연구노조 이성우 위원장은 “과거보단 앞으로의 날들이 중요하다. 진보결집을 추진하는 4단위 대표 입장에서 각자 무엇이 (진보재편에) 가장 큰 난관이 될 것으로 생각하나”라고 물으며 “또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지 의지를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나경채 대표는 “진보정당이 많기 때문에 진보정당들이 단결하고 통합해서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자고 하는 주장은 상식적이고 쉽다. 하지만 4개 단체가 새로운 결집된 당으로 모인다고 해도 이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느냐 하는 것과 4개 단체가 산술적으로 통합하는 것을 넘어 어떤 대중적 흐름을 만들 것이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중점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기능하는 진보정당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그른 것이 아니라면, 비록 아직은 왜소하더라도 결집의 흐름을 올해 안에 만들고 성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런 내용을 노동자 대중에 잘 설명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자 고민”이라고 밝혔다.

김세균 대표는 “노조와 정당의 관계 얘기한다면, 노조는 소속 조합원들의 권익 보장이 일차적 목표이기 때문에 그것을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진보정당이라면 자기 조합원들의 권익을 생각할 수박에 없는 노조를 넘어서서 전체 노동자계급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새로운 정당 건설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4개 단체 등 모든 조직이 자기 내부의 논의와 한계를 벗어나고 내 조직을 중심으로 생각하지 말고 제대로 된 대중적 진보정당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거듭 “4자가 협의해서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에 참여할 수 있는 물꼬를 트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논의가 신속하고도 빠른 시일 내에 전개돼서 더 많은 사람들이 믿고 시작할 수 있도록 마음을 크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난제”라고 말했다.

양경규 대표는 “큰 어려운 난관은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냉정하게 말하면 우린 노동이 중심이 되는 진보정당을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결의가 있는지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장은 냉소적이다. 현안과 관련해서 새정치연합을 쫓아다니는 것은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기도 하고, 과거 진보정당 문제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 때문에 현장 조합원들에게 쉽게 입을 뗄 수 없는 간부들은 ‘노동이 중심 되는 당 좋지, 만들면 고민해볼게’ 한다. 만나는 과정에서 얼마나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새로운 진보정당의 모습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진보 통합을 현장 조합원은 얼마나 알고 있는지도 문제다. 모른다면 이 문제를 얼마나 공유하려고 하는지도 자신이 없다. 그런 게 제일 큰 난관”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을 비관적으로 보진 않지만 통합되는 문제를 넘어서 통합이 되는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들이 얼마나 참여할 수 있고 그 참여를 통해 당의 색깔과 혁신을 이룰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지금 만들어지는 당이 전체 노동자에게 감동을 주고 민중에게 단번에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하지만 지금 이 구조에서 진보정치 안 할 거라면 모르겠지만 할 거라면 이 구조는 정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노동이 중심이 된다고 노동자 중심 담보된다는 생각 극복해야”

부산지하철노조 이의용 위원장은 “진보정당이 조직된 노동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인 시각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심상정 대표는 여러 인터뷰에서 ‘핵심 추종자만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단체에도 개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제’라는 사민당의 고데스베르크 강령을 실천하겠다고 했다. 노동을 버리고 대중을 담을 수 있는 게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심상정 대표는 “저는 노동운동으로 잔뼈가 굵고 노동가치가 실현하는 정치를 하고자 하고 지금도 그렇다. 노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정치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진보결집과 재편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며 “2천만 노동자들의 총단결을 이루는 것과 노동운동의 근본 취지를 어떻게 살려나가는 것인가가 기본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구체적으로 “2천만 노동자 중에 월급을 2백만 원도 못 받는 노동자가 9백40만 명이다. 그리고 절반이 비정규직 노동자다. 청년 50만 명은 아예 구직을 포기했다. 실 실업자가 1백10만 명”이라며 “조직 노동자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노동자들이 최초로 정치세력화를 하지 않았나(민주노동당). 조직되지 못한, 또는 조직될 수 없는 노동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월등히 좋은 지위에 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조직노동자라는 종잣돈이 단단한 중심이 돼서 조직되지 못한 노동자를 어떻게 대변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조직노동자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노동자 중심이 되는 것이 노동자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본에 맞서 함께 싸우는 것은 맞다. 하지만 힘을 합쳐 싸워야 하지 않겠나.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는 보편적 권리 차원에서의 노동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조직노동자들의 경험 속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노동자 1천9백만 명, 골목시장 자영업자들과 같은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을 대변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 그 중심에 여러분들이 서 주셔야 한다, 그런 취지에서 제기됐던 문제들로 받아들여 달라”고 답했다.

아울러 “앞으로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면서 우리가 중심이 돼서 함께 일궈 나가야 할 노동의 가치 실현은 어떻게 돼야 하는 가에 대해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공3

심상정 대표에 대한 당부의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지하철노조 유전석 정치위원은 “진보결집이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희망이 없다”며 “정의당은 현재 진보정치 주체 중에 맏형의 입장이다. 정의당이 진보결집+,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 등 아우라고 할 수 있는 주체에 대한 배려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판을 크게 보고, 판을 크게 키워갈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에 심 대표는 “냉정하게 말하겠다. 우린 당연히 하나가 돼야 하지만, 우리가 배려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성공하는 정당을 위해 무엇을 논의하고 혁신할지 치열하고 성실하고 책임 있게 하겠다는 말로 대신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국회의원 몇 명 만드는 정당밖에 되지 않겠나’라는 비판이 나올 거다. 저는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진보정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민주노총 동지들이 정의당 방을 지나 새정치연합 방을 찾는 것을 보고 한없이 마음의 눈물을 흘린다. 현실이 그러하기 때문에 국회의원 몇 석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이제는 통합 자체만 가지고 국민과 현장 노동자들은 신뢰하지 않는다. 어떻게 제대로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점에서 고민할 것이 많다”며 “보수 주도의 이념지형과 현재의 선거제도가 진보정당에 적대적이다. 이걸 바꾸지 않고 주요정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직노동자 10%도 당에 가입 안 한 상황에서…

서울지하철노조 최병윤 전 사무국장은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진보정치를 희망한다. 현장은 (진보정당에 참여할) 준비가 돼있다”며 “민주노총이 80만 가까이 되는데 이 중 10%도 당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심상정 대표 말처럼 조직노동자를 종잣돈이라고 하지만, 이미 조직돼 있는 노동자에게도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어떻게 미조직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겠다는 건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양경규 대표는 “(노동자들의)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기지 안에 노동자를 조직할 때 이 노동자들이 실천적으로 정치적으로든 사회변혁적으로든 기지 밖으로 나올 결단이 없는 노동자들의 기반을 가진 진보정당은 한국사회에서 진보정치의 정체성을 명확히 갖기 어렵다”며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유쾌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세상이 변하고 있고 한국사회 노동시장 구조와 노동계급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입장은 명확히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대표는 그러면서 “조직화된 노동자들을 책임 있게 조직해야 한다는 것은 동의한다”며 “현장 노동자들이 당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을 막는 프로그램을 당 내 혁신 프로그램으로 진행해야 한다. 현장과 함께 호흡하는 시간을 가지면 그러한 노동자 조직 구조를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나경채 대표는 “조직된 노동자들이 왜 진보정당에 관심이 없는지 알기 위해선 지역 활동을 통해 노동자들을 만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사회적으로 폭넓게 대화해야 한다. 당의 활동이 물론 선거 때 표 얻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일상적으로 지역 동네 현장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는 진보정당을 만들고자 하는 주체들이 과거 진보정당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고 이후 현실적인 대안이 되는 진보정당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자세에 대해 강조했다.

심 대표는 “우리가 만들 통합하는 진보정당이 책임질 수 있는 당이 돼야 민주노총 조합원도 당원이 될 수 있다. 나한테 득이 안 되는 정당에 왜 가입하나. 그게 당위로 되나. 총파업은 당위로 되나.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진보정당이 교섭단체도 못돼서 실질적인 정치적 입장을 대변할 능력이 안 된다면 노동자들은 진보정당 안 할 거라고 본다. 그게 상식 아닌가. 노동자들도 급하면 어디 찾나. 저한테 와도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로 가라라고 한다. 우리보다 을지로위원회가 더 힘이 된다. 그게 정상이라고 본다. 우리가 빨리 힘을 갖춰 교섭단체 정도 돼서 제대로 목소리 내는 정도까진 돼야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들어 올 거다. 그러려면 종잣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여기 이 자리에 온 여러분은 (평범한) 노동자가 아니다. 책임을 질 수 있는 당을 만드는 데에 선진 노동자로서 종잣돈이 되어달라는 것”이라며 “유명 정치학자의 말을 빌리면, 유력정당은 정당이고 군소정당은 압력단체라고 했다. 정당이 민주노총보다 힘이 적다면 당원이 뭐 하러 지지하나. 주요 정당이 돼야 한다. 그래야 입장을 대변할 수 있다. 그 다음에 가입할 수 있다는 거다. 당위로 몰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