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치와 베이다이허
[중국과 중국인] 공산당의 휴가정치
    2015년 08월 10일 10:14 오전

Print Friendly

지난 8월 3일, 중국의 당-정-군 고위 간부들이 참가하는 베이다이허 회의가 13일 동안의 일정을 시작했다고 한다.

관례상 ‘회의’라는 단어를 붙여서 부르지만 중국공산당의 ‘정치국회의’ 또는 행정부의 ‘국무원 상무회의’처럼 공식적인 회의는 아니지만, 여름 휴가기간에 당-정-군의 고위 간부들이 여러 이유로 베이다이허에서 집단적으로 휴가를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중요 관심사를 논의하게 되었고 이 때문에 ‘회의’라는 단어를 뒤에 붙이게 되었다.

1954년 여름, 마오쩌뚱(毛泽东)을 비롯한 지휘부가 수도 베이징에서 멀지 않은 베이다이허(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8km 거리에 위치)에서 처음으로 단체 휴가를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이곳에서의 고위층의 휴가를 겸한 업무가 시작되었다.

베이다이허

베이다이허(북대하)의 표석이 있는 모습()사진=미디어오늘

1958년 여름에는 대약진(大跃进) 운동의 열기 속에서 강철생산(《中共中央政治局扩大会议号召全党全民为生产1070万吨钢而奋斗/강철 1070만 톤의 생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당원과 국민들의 분투를 요청하는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확대회의의 호소》)과 농촌인민공사에 관한 주요 결정(《中共中央关于在农村建立人民公社问题的决议/농촌에 인민공사를 건설하는 문제에 대한 중국공산당중앙위원회의 결의》) 등이 내려지기도 했다.

문혁(文化大革命) 시기에 중단되었던 베이다이허 회의는 1984년 떵샤오핑(邓小平)이 다시 이곳을 찾으면서 재개되어 현재까지 ‘피서(避暑) 정치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과거 당의 1세대들이 생존했던 시기와 현재의 베이다이허 회의는 내용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법치보다 인치에 가까웠던 과거의 회의가 좀 더 포괄적인 문제에 집중했다면 인치에서 법치로의 전환과정에 있는 현재의 회의는 좀 더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내용들이 주로 다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떵샤오핑 등 혁명 1세대들은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당-정-군의 중요한 정책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특히 인사문제에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다.

중국공산당의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5년 마다 개최되는 전국대표대회와 매년 가을 개최되는 중앙위원회전체회의 등)가 보통 9월 중순부터 10월 사이에 개최되기 때문에 통상 8월 초에 진행되는 베이다이허의 ‘피서정치’ 역시 자연스럽게 한 달 후 개최되는 당의 가장 중요한 행사와 관련된 주요 의제들이 토론의 핵심 주제로 떠오르게 된다.

당연히 당-정-군 고위 간부들의 재배치, ‘인사’ 문제도 중요한 의제 중의 하나로 등장하게 된다. 인사 문제야 항상 있는 일이지만 국내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처럼 이 문제가 항상 베이다이허 회의의 가중 중요한 의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공산당의 가장 중요한 회의는 5년 마다 개최되는 당의 전국대표대회(2012년에 18차 전국대표대회가 개최되었고 2017년에 19차 전국대표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따라서 당의 가장 중요한 ‘인사’ 문제는 당의 전국대표대회가 개최되기 직전 해에 개최되는 중앙위원회전체회의에서 결정되며 당연히 그 해 여름의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게 된다.

이 때문에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베이다이허 회의보다는 내년(2016년) 여름에 진행되는 베이다이허 회의가 훨씬 중요하고 심도 있게 인사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2017년에 가을에 중국공산당의 19차 전국대표대회가 개최되고 새로운 최고 지도부, 즉 새로운 정치국(정치국상무위원 포함)이 구성되기 때문이다.

중국정치의 핵심은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정치국 상무위원회 포함)이며 따라서 정치국원 및 이에 준하는 인사들의 재배치가 인사문제의 핵심이다. 정치국 상무위원과 직할시의 당 위원회 서기 및 부총리급까지가 여기에 해당된다.

중국정치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독자들은 알겠지만, 아주 예외적인 경우(이번에는 티엔진(天津)시 당 위원회 서기로 있다 통일전선(统战部)부장으로 이동한 순춘란(孙春兰))를 제외하면, 당의 전국대표대회가 개최되기 직전 해의 인사이동을 제외한, 3~4년 동안의 인사에서 정치국원급 고위 간부들의 이동은 거의 없다. 대신 중앙위원급 고위직들의 인사이동은 상시적으로 진행된다.

지역 당 위원회 서기나 성장 또는 정부 부처의 부장(장관) 등도 모두 중앙위원급으로 낮은 지위는 아니지만 중국정치의 상수는 아니다. 단지 변수일 뿐이다. 이들은 1~2년 또는 2~3년 단위로 이동해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면서 당에 대한 충성과 업무능력을 검증받게 된다.

최근에는 내륙의 농업 중심지역과 연해의 공업 중심지역을 오가거나 중앙정부의 부서로 이동해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배치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다방면에서 검증 받은 인물 중의 소수가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거나 아니면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지 못한 채 연령 제한에 걸려 은퇴하는 정치국원 자리를 두고 경쟁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인사는 당의 전국대표대회가 열리기 직전 해에 개최되는 당의 중앙위원회전체회의에서 결정되고 따라서 같은 해 여름의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이들에 대한 고위 간부들의 다양한 평가와 의견 교환이 진행된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여 언급할 내용이 바로 중국정치의 특수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의 특출한 능력이나, 외부에서 중국정치를 언급할 때 자주 인용되는 특정 세력(태자방이나 공청단 등)의 지지를 받아 최고위 직에 진출하는 것이 보편적인 방식이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다.

중국정치의 핵심 중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자신의 후임에 대한 추천권을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재임 시 큰 과오를 범하지 않은 정치국 상무위원은 퇴임 시 정치국원 중에서 자신의 후임을 지명할 수 있다.

은퇴한 정치국 상무위원 급들에 대한 예우도 여전하다. 특히 오랫동안 그들의 비서로 일했던 관료들이 종종 중앙위원 또는 정치국원에 임명되어 오랫동안의 고생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경우도 있다. 물론 중국정치가 점점 제도와 규칙에 따라 운영되면서 이런 방식의 인력 재배치도 점점 사라지겠지만 아직까지는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

결국 당의 전국대표대회가 열리기 직전 해에 개최되는 당의 중앙위원회전체회의를 제외하면 다른 해에 개최되는 당의 중앙위원회 회의에서는 다양한 현안 문제에 대한 토론과 결정이 이뤄지고, 이 때문에 여름휴가를 겸해 진행되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도 현안 문제들에 대한 토론과 결정이 주를 이루게 된다. 올해를 예로 들자면 경제성장 7% 달성을 위한 방안이나 최근의 주식시장 붕괴 그리고 시진핑 집권 후 계속되는 반부패투쟁의 점검 등이 주요 의제로 상정될 수 있을 것이다.

대략 2주 동안의 길지 않은 중국 지도부의 여름휴가 동안 진행되는 베이다이허 회의가 중국정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당-정-군 전 부문의 고위 간부들이 한 곳에 집결해 부문과 분야를 넘나들며 주요 정책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는 정책 통합의 무대 역할을 하고 있다.

필자소개
중국의 현대정치를 전공한 연구자. 한국 진보정당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