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미국엔 사과
한국인 피해자에겐 침묵
시민모임, 한국정부 미온 대응 비판
    2015년 07월 21일 12:48 오후

Print Friendly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조선인, 중국인 등에 강제 노역을 시켰던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그룹 계열사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피해자였던 미군 포로와 가족들에게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더 큰 피해를 입은 한국과 중국인 피해자는 언급조차 하지 않아 기만적인 행태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미쓰비시 조선여자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21일 오전 SBS 라디오에서 “말할 수 없이 분통이 나고 억울하다”며 “미국에만 사죄하니 천불이 난다. 우리나라 사람은 사람도 아닌가. 한국 사람한테는 사죄 한 마디도 안 하는 것이 어느 나라 법인가. 강제노동을 시켰으면 사죄만큼은 분명히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한국인의 피해가) 제일 크다. 우리는 한 1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그랬지만 미국은 숫자(900여명)가 그렇게 많지 않다”면서 “우리는 어린 소녀 학생들까지 강제 동원시켜서 그렇게까지 고통을 준 일은 없다”고 개탄했다.

근로정신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15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일본정부의 책임 이행과 대법원의 빠른 판결 등을 촉구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일본으로 끌려가게 된 경위에 대한 질문에 “국민학교 6학년 말, 14살 막 되자마자 그랬다. 그때는 일제시대라 선생이 전부 일본 사람이었다. 교장하고 헌병이 오더니 교장이 하는 말이 ‘너희들 열 사람 가서 말만 잘 들으면 중학교를 첫째 보내주고, 선생님 월급도 주고, 올 때 땅도 사고 집도 사고 할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집에 가서 아버지한테 이만저만해라(말해라)’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목포, 나주, 광주, 순천, 여수 5개 도시에서 열 몇 명을 모아놓고도 모자라니까 나주에 6학년 우리 교실로 들어온 거다. (일본 선생이) 도장을 갖고 오라고 했는데, 우리 아버지가 너희를 왜 중학교를 보내 주냐. 대동아전쟁시대다, 가면 죽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일본 선생한테 가서) 우리 아버지 말이 죽는다고 가지 말라고 했다고 했더니 한 번 간다고 했다 안 가면 너네 아버지 전부 경찰서에 가둬버린다고 해서 너무나도 무서워서 도장을 내줬다”며 “무서워서 여러 명 중에서 세 명은 승낙은 못 듣고 7명은 승낙을 들었다. 집에서 갈 때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땅을 치고 그런 난리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어떤 강제 노역을 당했냐는 물음에 “비행기 속에 들어갈 부속을 녹진 걸 신나로 닦고 또 닦고 또 닦았다. 나는 완성된 비행기 몸에다가 페인트칠을 하는 제일 어려운 일을 했다. 비행기 몸통에다 페인트를 칠하다 보면 페인트가 눈으로 막 날아온다. 눈에 확실히 무엇이 껴서 지금도 눈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평생에 없는 고생을 거기서 다 했다”며 “지진에 시달려 죽다 살아났고, 공습 때문에 저녁에 한 시간도 제대로 못 잤다. 반공포 속에서 한두 번 잔 것이 아니다. 또 그 통에서도 배가 고파서 일을 못 하겠더라. 알맹이 쌀에다가 썩은 감자 넣어서 줬다. 자기 학생들은 쌀밥만 주고 우리들은 강제로 데려다가 일을 시키면서 왜 그런 것도 다 못된 것만 주고. 지금도 억울해 죽겠다”고 개탄했다.

정신대 할머니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20년 째 일본 미쓰비시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몇 차례 동경 사무실까지 찾아가 사죄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럼에도 미쓰비시는 향후 네덜란드 등에 차례로 사과하겠다고 밝혔지만 유독 한국인과 중국인 강제 노역에 대해서만 언급하지 않고 있다.

양금덕 할머니는 “그러니까 뭘 더 어떻게 하나. 사죄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다른 데에는 사죄하고 우리만 딱 빼놓는 것이 억울한 사람이 살아있어도 죽으라는… 그렇게 일본에 가서 목숨을 다 바쳐서 일한 것도 억울한데 70년이 되도록 이렇게 괄시하고, 사죄 한 마디 안 한다는 것이 억울하다. 누구한테 말해야 하나”라고 호소했다.

일본 대기업의 이중적이고 기만적인 행태는 우리 정부의 탓이 크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쓰시비가 중국인 강제노역 피해자와는 보상을 논의한 적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 전에 한 번 (보상을) 해줬다는 소리도 들었다”며 “한국에는 이렇게(보상에 대해) 말한 적이 없는 원인이 뭔가. 도대체 정부에서 안 해주면 누가 말할 것입니까? 우리는 누가 서둘러 줍니까?”라며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을 비판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시민모임)도 전날인 20일 성명을 내고 “미쓰비시는 국적 따라 달라지는 사과를 했고 한국정부가 이를 자초했다”며 우리 정부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시민모임은 “미쓰비시 머트리얼는 앞으로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의 강제노역 피해자에게도 사과할 계획을 밝혔지만 여전히 한국인 피해자들은 노골적으로 찬밥 취급을 하고 있다”며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미쓰비시중공업은 근로정신대 피해자 측과 16차례 교섭 자리를 가졌지만 시종 무성의한 자세로 교섭을 파행상태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결과를 돌이켜 보면 우리 정부의 책임도 크다”며 “정부는 지금까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 사할린 피해자, 원폭 피해자 문제 이외에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마무리지었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시민모임은 “이 같은 차별에 대해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일본 정부와 기업을 대신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