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평등 한국, 가난의 비용
    [책소개]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이정우, 이창곤 외/ 후마니타스)
        2015년 07월 04일 01:16 오후

    Print Friendly

    최근 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0월 네이버 부동산의 11개구 69개 표본을 비교한 결과, 고시원의 평당 임대료는 152,000원인 반면 타워팰리스의 평당 임대료는 118,000원이었다”고 한다.

    가난한 청년들이 부자들보다 더 많은 평당 임대료를 내며, 더 열악한 주거 공간에 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원룸, 다세대 등의 주택 유형이 빠른 속도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고 있기에 앞으로의 사정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도 한다.

    얼마 전, ‘햇살론’이라는 대출 상품의 이름이 언론에 회자되었다. 연 30% 이상의 대부업체 고금리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연 9%대의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말하자면 ‘서민형 경제 상품’으로 많은 각광을 받았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반가운 이야기로 들리지만, 조금만 따져 보면 서글픈 일이다.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초저금리 시대에,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라는 이 시대에,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연 30% 이상의 고금리를 물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런 서민형 경제 상품의 혜택도 좀 더 ‘여유 있는’ 서민들에게만 집중되었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도 금세 무색해진다.

    이런 일들은 그저 사회 어느 한 구석에서 벌어지는 특이한 현상이거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이런 기이한 일들은 한국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경제력은 점점 더 최상위 재벌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그렇지만, 법인세 인하로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집단들 역시 바로 이들 재벌들이다.

    생산성이 증가하고, 사상 최대의 수출 호황과 기업 이윤이 발생해도, 노동자들의 임금몫은 증가하지 않는다. 이른바 임금 없는,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다. 기업이 위험에 처해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만 전가된다. 경영 실패로 노동자들을 대량으로 해고한 CEO들은 여전히 막대한 보수를 챙기고 있다.

    교육을 통해 이런 불평등이 치유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는커녕, 교육은 불평등한 사회경제적 구조를 떠받치고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 가고 있다. 부유한 지역에 사는 이들이 가난한 지역에 사는 이들보다 더 많은 경제적 기회와 복지 혜택을 누린다. 중졸 이하 집단의 사망률은 대졸 이상의 사망률보다 8.4배가 높다.

    이런 사회에서, 가난은 그저 무언가 부족하고 불편한 일이 아니라,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이 되어 가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은 가난하기에 돈을 더 내야 한다. 불평등의 비용마저, 가난한 이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물질적으로만 그런 것은 아니다. 불평등하기에, 무릎을 꿇어야 하고, 가난하기에 손가락질을 당해야 하며, ‘을’이 되었기에 막말의 수모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가난과 불평등은 인간의 존엄마저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이쯤 되면,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가 점점 더 불평등해지는 것이 여전히 일시적인 현상인 것인지 말이다. 파이가 커지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일까? 정작 이 말은 희망 고문에 불과했던 건 아닐까? 외려 불평등은 어떤 체계적인 메커니즘의 작동 효과인 것은 아닐까? 그것도, 이 문제를 우리가 계속해서 외면하고 방치하면, 아주 오랜 기간 동안 한 사회에 참혹하고도 커다란 상처를 남기게 될 어떤 사회 체계의 구조적 문제 말이다. 오늘 한국 사회에서 부자들은 부자여서 더욱 살기 좋아지고 있고,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해서 더욱 가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어디까지 알고 있나? 희망은 있나?

    “우리(사회)가 과연 ‘우리 안의 불평등’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정확히 얼마나 어떻게 불평등한가? 무엇보다 불평등을 완화하거나 줄이는 실천적 행동이 뒤따르고 있는가?”

    이 책은 불평등한 한국에 대한 진단과 대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이 책에서 진단하고 있는 불평등의 범위는 소득, 임금, 교육, 노동, 젠더, 복지, 조세, 제정, 건강, 주거, 지역, 경제 구조 등 매우 포괄적이며 광범위하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 불평등이 만연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실천적 행동은 궁극적으로 ‘좋은 정치’의 영역을 통해 가능하다. 그렇지만, 이를 위해서라도 먼저, 우리 사회 불평등의 실상과 구조를 밝히는 것이 시급하다. 피케티 등으로 대변되는, 서구발 불평등 바람을 그저 소개하고, 따라 부르는 데 머물 시간도 없다. 불평등은 이미 한국 사회의 중요한 화두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복지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근 30여 명에 가까운 필자들이 모여, 분야별로 불평등한 한국 사회의 민낯을 진단하는 집단 지성의 방식을 사용했다. 집필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해당 분야에서 쌓아 왔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압축적이면서도, 대중적으로도 쉽게 읽힐 수 있도록 서술했다.

    이 책은 불평등 한국에 대한 진단이기도 하지만, 그에 걸맞게 각 분야별로 일정한 정책적 제언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제언과 대안들에는 서구 경험과의 비교 및 어떤 복지국가를 건설할 것인지를 둘러싼 다양한 이론적 쟁점은 물론, 그간 한국 사회에서 시도되었던 다양한 정책들에 대한 성찰과 평가 역시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런데 사실, 이 같은 분야별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평등 문제를 우리가 풀어 나갈 수 있다는, 다시 말해 ‘대안은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일일 것이다. 누군가의 지적처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최대 난적은 과연 그것이 가능한 것인가라는 회의적인 사고이기 때문이다.

    이런 회의적인 사고가 지배적이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이, 안녕이, 복지가 더는 민주주의에 달려 있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 사회는 이내 커다란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이런 위기 속에서도 변화에 대한 희망과 전망을 발견하고, 불평등을 둘러싼 논의를 활성화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실천적 모색을 함께 이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두터운 책이 기획될 수 있었던 데에는, 평생을 불평등 문제에 천착한 이정우 교수의 역할이 컸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오랫동안 주류 경제학에서 외면을 받았던 불평등 문제를 평생의 화두로 삼았으며, 분배 문제를 한국 경제학의 중요 문제로 가져온 이정우 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으로,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에 천착해 온 28명의 쟁쟁한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연구 분야에서 이정우 교수의 오랜 노고에 보내는 감사의 인사이기도 하다.

    불평등한국

    ● 주요 내용 소개

    이 책은 크게 세 부로 구성됐다. 제1부는 불평등의 실상을 진단하는 15편의 글, 제2부는 대안을 제시하는 글 13편이다. 그리고 제3부는 「불평등의 경제학」의 저자 이정우 교수와의 대담이다.

    제1장 “한국은 왜 살기 어려운 나라인가?”(이정우)에서는 우리가 살기 어려운 이유를, 세계 최고로 비싼 주택 가격과 비싼 임대료, 열악한 노동의 지위, 취약하기 짝이 없는 복지 체계를 토대로 설명하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는 저세금-저복지-저성장-저세금의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고, 특히 선별 복지 때문에 복지 기피증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2장 “중산층 위기”(신광영)에서는 한국 중산층의 위기를 진단한다. 중산층의 위기는 단지 규모의 축소만을 뜻하지 않고, 이들이 겪는 삶의 불안도 높아졌다. 어느 정도의 소득수준, 높은 학력, 안정된 직업과 가족생활을 특징으로 하는 이 집단은 우리 사회의 허리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집단은 비정규직 증가와 조기 퇴직 강요 등으로 50대에 이르면 10명 가운데 겨우 2.7명만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한다. 즉 네 명 중 한 명만 중산층에 머물며 나머지는 빈곤층으로 추락한다. 이런 중산층의 위기가 곧바로 한국 사회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음을 실증한다.

    제3장 “한국 사회의 불평등 담론”(김윤태)에는 과거 상대적으로 평등했던 한국 사회가 최근 들어 불평등 사회로 변화했음을 진단하고 있다. 불평등 사회의 성격은 국민 여론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1990년대에는 한국인의 70%가 중산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오늘날은 자신을 ‘중산층’이라도 생각하는 사람이 40%대에 불과하다.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 책임에 대해 국민의 60%가 동의하고 있으며, 정부가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보수 집단은 불평등 문제에 둔감하며, 불평등 축소 정책에 기를 쓰고 반대한다. 이것이 한국을 더욱 불평등 사회로 만들고 있음을 보여 준다.

    제4장 “평등, 반복지의 정치, 민주주의”(고세훈)에서는 한국이 불평등 정도가 심각한 단계에 이르고 있으며, 2020년 무렵엔 미국을 제치고 한국이 OECD에서 최고의 불평등 국가가 될 것이라는 최근의 연구 동향에서 출발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조세를 통한 빈곤 감소 효과와 소득재분배 효과는 OECD 평균의 4분의 1에 불과한 현실을 지적한다. 민주주의의 궁극적 내용이 정치적 수준에서 사회경제적 영역으로 확대되어야 하며, 이제 복지국가의 재창출은 민주화라는 관점에서 시작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제5장 “복지는 왜 불평등 완화에 기여하지 못했나?”(이태수)는 한국의 소득 불평등 지표가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인 것처럼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심각한 문제임을 지적한다. 나아가, 한국의 복지 제도는 불평등과 빈곤을 완화하는 효과가 다른 OECD 국가들보다 훨씬 적은 이유로, 우리의 사회 지출 수준이 낮고, 비정규직의 경우 사회보험 밖에서 보호를 못 받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런 진단을 토대로, 첫째, 일차적 분배를 개선하는 것. 둘째, 현재 GDP 10% 수준으로서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회 지출 수준을 높이는 것. 셋째,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적용률이 30%대에 머물고 있어서 실질적인 보호 기능을 못하고 있는데, 이를 대폭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6장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정운찬)은 필자 자신이 총리로 일할 때의 경험을 토대로, 인간이 생존을 위해서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해 부득이 불리한 거래를 할 수밖에 없을 때 경제 민주주의가 위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헌법 제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 조항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동반성장이 필수적이며, 특히 동반성장위원회의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초과이익공유제의 도입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제7장 “재벌 개혁이 경제민주화의 출발점”(김상조)에서는 재벌이 개발독재 시대의 낙수효과 모델을 고수하기 위해 경제력을 남용했으며, 총수 일가의 사익만을 추구하는 후진적 지배구조가 그 폐해를 심화시켰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이런 구조에서는 성장도 분배도 불가능함을 지적하며, 재벌 개혁이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임을 역설한다. 저자는 재벌 개혁은 오랜 기간 동안의 일관된 노력을 요하며, 따라서 다양한 정책 수단의 체계적 합리성을 높여야 한다. 요컨대 선명한 진보가 아니라 합리적 진보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제8장 “한국의 소득 불평등”(김낙년)에서는 우리나라 최고 소득 계층의 소득몫 추계치를 보여 주고 있다. 저자는 종래 한국의 소득분배 추계 때 사용했던 가계조사가 최고 소득 계층이 누락되는 문제가 있어서 신빙성이 떨어지고, 불평등 추계가 과소평가되는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소득세 자료를 갖고 소득 불평등을 새로 추계했는데, 소득세 자료는 멀리 1930년대까지 거슬러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저자는 최고 소득 계층의 몫을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나라와 비교하고 있는데, 한국의 불평등 수준은 미국보다는 낮고, 다른 나라보다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한국의 불평등은 급속히 상승하는 양상을 보여 주고 있는데, 그 주요 원인으로는 중국 등장으로 인한 노동집약적 산업의 쇠퇴와 고용 증대의 둔화, 영미식 성과주의 모델의 확산, 소득세율의 인하를 들고 있다.

    제9장 “한국의 임금 불평등”(김유선)에서는 현 한국 사회의 임금 불평등 양태를 추적한다. 1998년 이후 우리 사회는 생산성은 증가해도 임금은 인상되지 않는 이른바 ‘임금 없는 성장’ 국면에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특히, 외환 위기 이후 소득 집중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한국은 상대적 평등 국가에서 불평등 국가로 탈바꿈했다고 진단한다.

    제10장 “청년 취업과 청년들의 대응”(최장집)에서는 세대가 오늘날 계급, 계층, 직능에 못지않게 중요한 범주가 됐다고 말한다. 나아가 그것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저성장이라는 자본주의 생산 체제의 구조적 문제임을 살핀다. 저자는 청년 세대의 문제에 대한 일본과 한국 청년들의 대응을 비교하는데, 민주화 운동과 촛불 저항의 역사적 저항 경험이 있는 한국의 청년들이 오히려 일본 청년들에 견주어 기존 질서와 현실에 훨씬 더 수용적인 보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므로 청년 문제는 청년 문제로만 풀 수가 없고,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더더욱 해결책이 아니며, 개인의 힘이나 촛불시위도 답이 아니며, 결국 민주주의적 제도의 힘으로 풀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제11장 “노동시장 개혁 없이 불평등 해결 없다”(이병훈)에서는 우리가 겪고 있는 심각한 불평등 문제의 핵심으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또는 노동 양극화를 꼽고 있다. 그는 노동 양극화의 증거로 대기업-중소기업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인다. 사정이 이런데도 역대 정부는 시장만능주의적 원리에 따라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 차원의 노동 개혁에 주력해 노동의 양극화 현상을 악화시켜 왔을 뿐임을 보여 준다.

    제12장 “젠더 불평등과 진보적 가치”(장지연)에서는 여성의 눈으로 본 불평등 문제를 탐색한다. 저자는 먼저 남녀 노동자의 임금을 비교하는데, 여성은 남성의 60%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남녀 간의 임금격차는 우리의 경우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크다는 점도 밝힌다. 저임금 노동자의 비중이 남성 16%에 비해 여성은 40%에 이르고, 법정 최저임금 노동자도 여성은 남성 7.4%에 비해 두 배나 넘는 18.2%에 이른다는 상황을 제시한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해마다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glass ceiling index(고등교육을 받은 남녀 비율, 여성 경제활동 참여도, 남녀 임금격차 등 9개 항목을 기준으로 작성)에서 이 지수가 발표한 이래 매년 한국이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은 우리 사회의 여성의 지위를 잘 드러내 보인다. “충분히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대표성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으며, 노동시장에서도 평등한 기회를 누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남성보다 낮은 보상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반영된 지표”라는 것이다.

    제13장 “교육이 불평등을 치유할 수 있는가?”(신명호)에서는 한국의 교육 불평등을 탐색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굳건히 자리 잡아 온 신화, 즉 누구나 공부만 열심히 하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믿음이 타당한지 묻는다. 흔히 우리는 교육이 모두 동일한 출발선에서 뛰는 공정한 경쟁의 장이고 오직 학생의 지능과 노력만으로 결과가 만들어지는 평평한 경기장이라고 믿지만, 실은 교육이야말로 사회경제적 구조라는 복잡한 조건이 떠받치고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임을 보여 준다.

    제14장 “건강 불평등의 현상과 의미”(김창엽)는 우리의 건강이 생물학적 요인 이외에 사회적 결정 요인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는 전제에서 출발해, 건강 불평등은 ‘사회적 유불리가 다른 집단 사이에 체계적으로 나타나는 공정하지 못한 건강의 차이’를 뜻한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불필요하고, 피할 수 있으며, 공정하지 못한 건강 차이가 한국 사회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는 중졸 이하 집단이 대졸 이상의 집단보다 사망률이 8.4배나 높다는 사실이다. 문제를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건강 불평등은 공론화, 의제화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제15장 “만들어진 불평등, 지역격차”(조명래)에서는 한국의 지역 격차 문제를 파고든다. 저자는 지역 격차를 두고 “불평등의 공간적 표현 혹은 양식”이라고 정의하며, 이런 지역 간 격차는 근대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생산된 것이며, 그래서 “만들어진 불평등”이라고 규정한다. 지역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이 진정한 자율권과 자치권을 가질 것, 지역의 개성적 차별화와 역량 형성, 전국적 지역적 최저 기준 설정, 대자본의 사업 방식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규율, 사회적 혼합을 도모하는 도시계획사업 실시를 제안한다.

    제2부는 “대안”이다.

    제16장 “불평등 해소를 위한 경제 모델”(김형기)은 불평등 해소를 위한 대안적 자본주의 모델을 분석하고 있다. 불평등을 해소하는 평등 지향적 경제 모델을 정립하려면 자유시장경제로부터 조정시장경제로, 주주자본주의로부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작은 정부’로부터 ‘큰 정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17장 “불평등과 특권”(김윤상)은 소득의 발생 원인을 노력, 능력, 운 등으로 나누어 살펴본 뒤, 국민이 공통적으로 부당하다고 공감하는 원인만 해소하더라도 불평등이 낳는 문제를 대폭 해소할 수 있음을 토지 사유제 문제를 전거로 살펴본다.

    제18장 “헨리 조지와 토마 피케티, 그리고 종합부동산세”(전강수)는 19세기 최고의 불평등 분석가 헨리 조지와 최근 「21세기 자본」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토마 피케티를 비교해 불평등 분석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참여정부가 도입한 종합부동산세가 불평등 해소의 한국판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저자는헨리 조지와 토마 피케티 많은 지점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피케티가 자신이 수행한 놀라운 통계 분석의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엉뚱한 논거를 제시하고 만 것은 토지와 자본을 융합하는 신고전학파의 잘못된 관행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데 기인한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제19장 “기로에 선 주거 불평등 문제와 개선 과제”(변창흠)에서는 한국의 주거 불평등을 분석한다. 최근 한국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으면서 종래의 공급 위주 주택 정책보다는 계층별?세대별 수요에 부응하는 새로운 주택 정책이 필요해지고 있다. 특히, 저자는 주택 임대자의 권익 보장을 중심으로 하는 현행 법률을 주택 임차자의 주거권 보호 쪽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20장 “재정의 시선으로 본 한국의 불평등”(윤영진)에서는 재정을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추구하는 고차원의 방법론이라고 정의한다. 한국에서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조세 및 재정 정책의 방향은, 총 조세부담률을 높여 재정 규모를 확대하고, 재정지출 및 조세의 누진성을 높이는 방향의 제도 개혁이 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넓은 세원과 적정 세율” 원칙하에 “선先부자 증세, 후後보편 증세”의 단계적 조세 전략을 구사하고, 재정 규모 및 복지 지출을 늘리며, 사회서비스 분야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편 복지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결론이다.

    제21장 “불평등 해소를 위한 세제 개혁”(강병구)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심화됨에도 불구하고 재정의 재분배 기능은 매우 미약하다는 점을 지적하는데, 이는 특히 조세부담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조세 공평성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조세 공평성이 취약한 현실에서 소비세 인상을 통한 복지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적 동의를 얻기도 힘들다고 지적한다. 반면, 법인세 인하의 투자 및 고용 효과가 매우 미약하고, 사내 유보금이 쌓여만 가는 상황에서 법인세 감세 정책을 지속할 이유가 없음을 발힌다. 소비세 인상 이전에 재벌 대기업, 고소득자 및 고액 자산가, 자본소득 및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제22장 “한국의 불평등과 사회적 경제”(정태인)라는 글에서 저자는 사회적 경제는 그 자체로 고용과 복지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으며 사회적 경제에 고유한 연대의 원리로 인해 노동소득 내의 임금격차를 줄이고, 공동의 자산 소유로 인해 자본과 노동 간의 소득 격차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23장 “한국 복지국가의 미래: 중조세-중복지를 위한 제언”(임현진)에서는 OECD 국가를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저조세-저복지’(영미형), ‘저조세-중복지’(남유럽형), ‘중조세-중복지’(대륙형), ‘고조세-고복지’(북구형)의 네 유형이 바로 그것인데, 한국은 영미형의 ‘저조세-저복지’ 형태와 유사하지만 그 수준에도 미달하므로 ‘극단적인 저조세-저복지’ 유형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한국이 지행해야 할 복지 모델은 (성장 전략의 수정을 전제로 한 )독일로 대표되는 ‘중조세-중복지’ 유형을 제시한다.

    제24장 “사회투자 복지국가로의 새로운 항로”(이혜경)는 복지국가의 본질을 폴라니의 탈상품화와 이중 운동, 뮈르달의 사회투자, 21세기에 다시 등장한 사회투자론으로 정리한 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가 채택한 생산적 복지와 사회투자 접근의 의미를 한국적 맥락에서 살피고 있다.

    제25장 “복지국가, 불평등 해소의 대안인가?”(김연명)에서는 복지국가가 반드시 불평등을 축소시켜 주는 것이 아니고, 남유럽의 경우에 보듯이 오히려 불평등을 확대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한국의 사회보험에도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하며, 내부자-외부자 문제가 심각하다는 현실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김 교수는 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노동시장 내부자는 보험료 인상을 통한 급여 수준 확대, 그리고 비정규직으로 상징되는 노동시장 외부자와 주변자에게는 낮은 수준의 ‘최저 보장’을 제도화하는 쪽으로 ‘이중 전략’을 쓸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제26장 “불평등에 대한 도전: 참여정부의 복지?국가균형발전 정책”(성경륭)에서는 참여정부의 비전을 ‘소득 보장형 사회투자 복지국가’로 개념화하며, 참여정부의 복지 정책과 균형발전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살핀다. 저자는 저출산?고령화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진보의 재집권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참여정부의 경험을 나침반이자 반면교사로 삼아야 함을 역설한다.

    제27장 “사회권과 민주주의”(이종오)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경제적 불평등 상태의 악화 현상은 민주주의를 심각히 위협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를 방치할 경우 한국 사회의 보수화 현상은 심화되고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의 후퇴가 불가피할 것이라 진단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현 단계 한국 민주주의의 과제는 무엇보다 자유권과 아울러 사회권의 획기적 신장으로 복지국가적 발전을 기하는 것임을 지적한다.

    제28장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정치의 역할”(박상훈)에서는 한국 사회의 약자 계층의 불평등 문제를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강한 야당을 만드는 데에서 변화가 시작되어야 하며, 야당은 제대로 된 정당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마지막으로 제3부에는 오랜 세월 불평등 문제에 천착해 온 경제학자 이정우 교수와의 대담이 실려 있다. 불평등 경제학에 관심을 두게 되었던 배경, 불평등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 및 현황,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 등을 화두로 삼아, 그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제언이 담겨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