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적용, 월급 병기"
내년 최저임금, 막판 격론
중소사업자 측 "정부 못 믿겠다"
    2015년 07월 03일 12: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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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업종별 최저임금 적용과 시급·월급 병기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사용자 위원 측은 저임금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업종별 최저임금 적용을 주장하면서도 노동자 위원이 제안한 월급 병기 문제에 대해선 강하게 반대, 회의에 불참하는 등 최저임금 논의를 파행으로 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용자 위원 측 업종별 최저임금 적용 주장
노동계 “저임금 고착화 야기 우려… 업종 분류도 어려워 현실적으로 불가능”
경영계 “아르바이트가 가계를 책임지진 않아… 불합리

우선 업종별 최저임금 적용을 제시한 사용자 위원 측은 아르바이트의 경우 가계를 책임지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현행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은 2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소상공인이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숫자가 많은데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게 불합리하다”며 “아르바이트가 모든 집안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건 아니다. 업종별로 나누지 않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할 경우 폐업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최저임금 대폭 인상 찬성론자들은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전체 노동시장의 저임금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처장은 3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업종별 최저임금 적용은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막고 격차를 고착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경영계에서 오래 주장해왔는데 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최저임금제의 근본적인 취지나 현실적인 측면에서 불가능하다”면서 “최저임금은 임금의 최저안을 정하는 것인데 논리적으로 최저안이 여러 개일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88년, 89년도에 두 그룹으로 나눠서 한번 해본 적이 있었는데 업종 분류가 이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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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 ⓒ 노동과세계 변백선

월급 병기 여부도 쟁점
노동계 “월급 병기 반대는 법 준수 반대하는 것”
경영계 “산업현장 혼란 올 수 있어”

사용자 위원은 회의 도중 전원 퇴장하고 7차 전원 회의엔 불참하는 등 최저임금 논의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노동자·공익 위원이 제안한 월급 병기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통상 시급과 일급으로 계산되던 것을 월급까지 병기해 노동자의 정확한 임금을 보장하자는 것이 노동자 위원 측의 제안이다.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월급이 시급으로 계산되더라도 보편적 임금 지불형태는 월급이기 때문에 월급까지 병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사용자 위원 측은 근로시간이 다양하기 때문에 월급을 획일적으로 병기하는 것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은 “각 소상공인 업소마다 근로시간들이 천차만별이다. 다양한 근로시간, 형태들이 있는데 획일적으로 월급으로 표기하게 되면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며 “몇몇 업주에서는 인건비 부담요인도 발생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률 못지않게 사용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처장은 “월급이 보편적인 임금 지불 형태인데 우리나라는 초기에 시급하고 일급하고만 제시를 했다. 현 시급 최저임금이 5580원인데 언론에서 보도될 때는 (209시간 기준) 월급 116만원 상당이라고 하지 않나. 이걸 고시할 때 분명히 밝히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급을 병기할 경우 임금이 늘어나 부담스럽다는 사용자 위원 측의 주장에 대해 그는 “늘어나는 게 아니고 줘야 할 돈을 안주려고 하는 것”이라며 “최저임금과 관계없이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 55조에 의해서 한 주에 15시간 이상 일한 일주일에 하루 유급주휴를 주게 돼 있다. 그래서 시급 5580원이지만 월급으로 116만원이라고 할 때는 그 안에 대략 한 달에 4일분의 유급주휴금, 8시간씩 4일분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116만원인데 만약에 주휴수당 안 주면 20만 원 정도가 깎이게 된다. 그걸 안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산업협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노동계는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라고 노동계는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30일 보도자료에서 “공익위원들과 노동자위원들이 법 준수를 위해 시급과 월급을 병기하자는 안에 반대하며 퇴장한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라고 우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사용자 위원들은 지난 회의에서 최저임금을 시급․월급 함께 고시할 경우 산업현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지만, 지난 2004년까지 시급과 일급을 병기하여 고시하였던 예가 있기에 산업현장 혼란은 근거 없는 주장이었음이 확인됐다”며 “시급․월급 병기 시 사용자들의 범법자 양산이 우려된다는 그들의 주장은 역으로 그동안 노동자들에게 당연히 지급되어야 할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범법행위를 일삼아왔음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인상 후 중소영세사업자 지원정책 제안에… “정부 못 믿는다”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사용자 위원 측의 논리는 언제나 중소영세사업자의 대규모 폐업이었다. 이에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대신 정부에서 이들에 대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지만, 사용자 위원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최저임금 동결만 주장해, 사용자 위원의 ‘떼 쓰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이들이 노동계의 제안을 수용하지 못하는 데에는 정부에 대한 불신도 있다. 과연, 제대로 된 지원정책을 펼치기나 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은 “현재 정부에서 이런 부분(지원 정책)에 대해서 책임질 의사도 없다. 소상공인은 사회안전망도 없다. 근로자들은 여러 가지 제도가 많다고 할 수 있지만 소상공인에 대해서 그런 제도적 장치가 미약하다. (현 정부가) 그런 의지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단순하게 그런 주장만 믿고 소상공인들이 대폭 임금을 인상한다는 부분에 동의한다는 것은 현실성과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용자 위원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할 경우 중소영세사업장의 대규모 해고가 이어질 것이라고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중소영세사업장 경제난는 최저임금과 별개로 다른 정책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처장은 “최소 6000원 이상이 되면 해고한다고 얘기를 하는데 얼마 전에 중소영세상공인 600명 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내년도 적정임금으로 약 6300원을 주장했다”며 “알다시피 현재 우리나라의 중소상공업 문제는 과다경쟁과 대기업의 갑질, 불공정 거래 등 횡포, 납품 단가 후려치기, 일감 몰아주기, 골목상권 침범 등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또 그는 “거기다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나 중소영세상인이 550만 명 정도다. 현재 많은 수의 자영업자들은 노동자로 취직해 있다가 중도 퇴직한 사람들이다. 만약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다면 (자영업자가 취업을 해서) 과당경쟁을 없애고 오히려 중소영세상공업들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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