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정당'에서 '완생정당'으로
노동당 당원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인터뷰-1] 정의당 대표 후보 심상정
    2015년 06월 24일 09: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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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3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2015년 당직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후보들이 지역순회를 통해 당원들을 만나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번 정의당 당직선거는 정의당으로서도, 진보정당 전체에도 큰 의미가 있다. 우선 2기 지도부인 천호선 대표단이 다져놓은 기초를 발판 삼아 세력을 확대하고, 내년에 있을 총선을 책임지고 치르고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 있을 진보재편에도 정의당 신임 지도부의 상당한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의당 당대표 선거는 4파전으로 치러진다. 기호 1번 노회찬 후보, 기호 2번 노항래 후보, 기호 3번 심상정 후보, 기호 4번 조성주 후보다.

<레디앙>은 정의당 당대표 후보 4인을 만나 정의당 당대표로서 그들의 공약과 방향성, 정의당의 현재 성적표에 대한 평가는 물론, 진보정당 지도부라면 피해가기 힘든 진보정당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진단과 진보 재편과 통합에 대한 후보 개인의 견해를 물었다.

그 첫 번째로 ‘정의당을 강한 팀으로 만들어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는 기호 3번 심상정 후보를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1시간가량 인터뷰를 진행했다. 내일은 노회찬, 다음주에는 조성주 노항래 후보의 인터뷰가 게재될 예정이다. 정리는 유하라 기자가 맡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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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심상정 의원실

정종권 : 당대표 출마를 결심한 배경, 대표가 된다면 이루고 싶은 것은 뭔가

심상정 : 총 4명이 출마를 했는데 제가 대표에 출마하니까 많은 분들이 묻는다. 다른 분들은 역할분담론을 얘기하고, 개방적인 연대론을 말하고,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는데 심상정 후보가 말하려는 것은 무엇이냐. 저는 정의당을 강한 하나의 ‘팀’으로 만들겠다. 그리고 ‘팀 정의당’으로 내년 총선에 승리하겠다는 일념으로 출마를 했다. 지금 정의당에 그것 이외에 다른 무엇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가 대표가 되면 첫째로 민생 진보노선을 뚜렷이 할 것이다. 아직까지도 국민들은 진보정치를 이념과 정파 갈등에 골몰하는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고, 한편에선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있는 현장에선 진보의 손길이 너무 아쉽다. 전 정의당을 현장중심의 정치 체질로 확 바꿀 것이다.

두 번째는 뿌리 깊은 정당을 만들겠다. 정의당이 어떻게 강해질 수 있나, 그것은 진보민심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저는 지금 추진하고 있는 진보재편이 ‘도로 민주노동당’이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보재편을 통해 그동안 흩어진 노동자, 진보 시민들의 지지를 복원하고 그래서 진보의 중심을 보다 단단히 하여 더 큰 도약을 위한 종잣돈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당연히 총선 승리다. 내년 총선은 질 수도 없고 우회로도 없다. 책임지고 총선 승리로 이끌겠다는 게 출마의 세 번째 목표이다.

정종권 : 정의당을 포함해 한국 진보정당의 역사(민주노동당부터 현재까지)에서 계승해야 할 것과 극복할 것이 있다면 가장 핵심적인 것을 무엇이라고 보나.

심상정 : ‘생활진보 노선’으로의 이념의 혁신, 두 번째는 리더십 혁신, 세 번째는 책임정치의 원리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동안 운동권의 유산인 낡은 이념을 혁신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 저는 낡은 이념과의 단절을 통해서 진보 정치를 계승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57년인가, 고데스베르크 강령(1959~1989년 독일사회민주당의 강령)처럼 낡은 이념과 과감한 단절을 통해 진보정치의 가치와 정통성을 계승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20세기 노동복지국가의 성과를 만든 사회민주주의와 21세기 가치 있는 녹색, 생태를 결합하는 이념을 지향하고 있다. 저는 그것이 대중적으로는 생활진보 노선을 뚜렷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리더십 혁신과 관련해선 진보정치는 그동안 패권주의, 소그룹주의, 정파주의 등과 결별하기 위해 싸워왔다. (과거 진보정당은) 아직 힘이 약하니까 공동대표제, 집단지도체제가 필요하다며 그렇게 운영을 해왔다. 저는 앞으로 (대표의) 권한과 책임 관계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본다. 정확하게 권한을 부여하고 또 그 권한에 걸맞는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대표 등의) 개인 스타플레이어, 개인기가 아니고 권한과 책임 관계를 제도화함으로써 진보정치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고, 당내 숙의민주주의를 심화시키는 방법을 통해서 강력한 지도력을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돌이켜 보면 저는 한 번도 당원들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영광스러운 실질적인 대표를 못해봤다. 당원으로부터 직접 선출되고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적은 없다는 의미이다. 그러다보니까 이미 규정돼 있는 상황 속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만을 요구받았다. 권한이 제대로 부여되지 못한 상황에서 제대로 책임질 수 없었다. 이런 리더십 구조가 진보정치를 어렵게 하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제 경험상 그렇다.

세 번째로, 책임 정치 원리 구현해야 한다는 거다. (진보정당은) 비판과 반대에는 대단히 익숙하지만 대안과 책임에 있어선 매우 약했다. 정치는 결국 대안과 책임으로 응답해야 하는데 옳고, 그름에 과도하게 집착했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서 진보를 의지하는 사회적 약자의 삶을 개선하는 것에 매우 무책임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책임 없이 대중정당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과거 진보정당의 역사에서 계승할 점도 많다. 대한민국은 1960년대 개발주의 국가, 1980년대 민주화 국가를 넘어서서 이제는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로의 세 번째 대전환을 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지속가능한 전환이라는 시대 교체를 책임지기 위해서 진보정치 시작했고, 새정치연합과 새누리당의 양당 정치로는 우리 국민들이 행복할 수 없기 때문에 진보정당 만들었다. 무엇보다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가치와 비전은 더 확고히, 강하게 승계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 시대정신과 가치의 실현을 위해 우리가 쏟아 부었던 공적 사명감에 대한 열정과 헌신도 소중하게 복원하고 견지해야 한다.

정종권 : 정의당의 지지율은 3~5% 사이다.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시기와 비교하더라도 반토막 이하의 상태다. 지지율이 미미한 원인이 뭐라고 보나. 분열 때문인가, 정치구조와 선거제도 때문인가, 실력 때문인가.

심상정 : 아직까지 정의당은 국민들에게 통합진보당에서 분리된 정당으로 인식돼 있다. 말하자면, 정당 정치 활동의 본령에 선 정당이라기보다는 아직은 ‘미생정당’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 동안은 정당으로서의 생존을 시험받는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 제대로 된 ‘완생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한 제2의 도약을 시작해야 할 때다. 이는 정치구조, 선거제도, 실력 그 이전의 문제라고 본다.

정종권 : 진보정당은 운동권 정당이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들이 적잖게 제기되고 있다. 정의당은 노동운동이나 학생운동, 환경운동, 진보 시민사회운동과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또 정의당의 가장 취약한 기반 중 하나가 노동, 농민, 빈민 등의 기층 민중들과의 결합력이라는 비판적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심상정 : 치열한 삶의 현장에 정의당이 잘 안 보인다는 점에 대해서 인정하고 아프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기층 민중들과의 결합을 소홀하게 생각하거나 또는 진보가 더 오른쪽으로 가고 유연해져야 한다는 식의 진보의 연성화 논리에 대해선 단호히 반대한다. 핑계를 대자면 처지가 사실 좀 그랬다. 앞으로 진보정당이 강해지는 것은 진보민심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제가 지역구를 해봐도 서민들이 사는 임대아파트에는 야당이 없다. 힘 있는 여당에 대한 부질없는 기대만 있다. 또 6백만 비정규직, 알바에 미래를 저당 잡힌 청년,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진보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저는 이분들에게 달려가야 한다고 본다. 진보정치가 강해지는 것은 무대에서 왼쪽, 오른쪽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민심이 있는 현장, 더 아래로 달려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의당은 현장 중심의 정치로 전환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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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권 : 정의당과 새정치연합과의 거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 새정치연합의 하위 파트너, 또는 종속적 야권연대의 파트너로 전락하거나 흡수되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새정치연합이라는 거대 야당에 대한 정의당의 태도는 무엇인가.

심상정 : ‘당의 미래가 불확실하니까 의탁해야 하지 않나, 대통합해야 하지 않나’라는 의견이 있고 또 한편에선 ‘아니다, 우리는 독자 노선을 고수해야 한다’ 이런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논란도 ‘강한 정의당’이 될 때 의미 있는 논란일 될 것이다. 혁신 없는 통합은 패배주의로, 혁신 없는 독자론은 고립주의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주변정당 체질을 벗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지난 재보선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은 1번을 견제하기 위해 2번을 선택하지 않았다. 호남에선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논리가 통하지 않았다. 저는 정의당의 지지율이 낮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지지 강도가 약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정의당을 보면서 지지부진하고 답답하다고 얘기한다. ‘당의 생각도 좋고, 좋은 사람도 많고, 능력 있는 사람도 많고, 대안 세력을 열망하는 목소리도 높은데 왜’라고 의문을 갖는 것이다. 지금 보다 더 강하고 단단해져서 돌파했으면 하는 기대가 섞인 발언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저는 우리당의 전략은 당을 강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것, 당 자체라고 생각한다.

정종권 :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가 연이어 있다. 현재의 선거제도에서 정의당과 같은 군소 진보정당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전략, 총선의 승리전략은 무엇인가. 새정치연합과의 야권연대인가, 아니면 독자적 생존전략인가, 아니면 그 사이의 어떤 것인가.

심상정 : 총선 승리의 전략적 방안은 정의당을 강한 팀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총선을 이기려면 야권의 연대 협력, 불가피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러나 혁신 없는 새정치연합, 존재감 없는 진보정당, 이들의 선거연대는 루저들의 연대이고 성공하기 힘들다고 본다.

정종권 : 총선에서 새정치연합과 야권 연대를 해야 한다는 뜻인가.

심상정 : 정의당이 강한 당이 돼야 하고 그래서 정의당과 협력하지 않으면 야권이 내년 총선에서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생길 때 야권연대든 뭐든 해야 한다면 해야 한다는 뜻이다. 강한 정의당을 만들고 유능한 후보들을 내고 유력한 후보들을 발굴해서 100명이상 내서 내년 총선에서 위협적인 세력이 돼야 하는 게 전제이다. 정의당과 협력하지 않으면 야권이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갖게 만드는 능력과 힘을 발휘할 때 총선 승리를 위한 방도도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정종권 : 지난 6월 4일에 정의당, 노동당,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 4자 대표자들이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공동선언을 했다. 현재 진보정치에서 유일한 원내정당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정의당의 포지션이 중요하다고 본다. 진보정치 재편 통합에 대한 의견과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심상정 : 진보재편에 대해서 ‘도로 민주노동당’으로 가겠다는 거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있다. 그동안 진보정치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것도 뒤집어 보면 대중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한 혁신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진보재편의 과정은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우리가 추구해왔던 진보정치 혁신의 성과들을 집약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그동안에 흩어졌던 노동자, 진보 시민들의 지지와 참여를 복원시켜내서 진보 중심을 더 굳건히 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눈사람을 굴리더라도 중심이 튼튼해야 눈사람도 더 크게 굴릴 수 있다. 진보 혁신의 성과와 지지 세력의 결집을 바탕으로 진보정치가 명실상부하게 더 큰 대중정당으로 거듭나가기 위한, 더 큰 진보정치로 도약하기 위한 마중물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강력한 리더십이라는 것이 독선과 배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당에는 다양한 성장 배경을 가진 당원들이 계신다. 또 진보를 열망하는 우리 시민들 속에도 다양한 문제 인식을 가진 분들이 많다. 저는 다양성이 억누르지 않고 다양성이 발현되고 충분히 숙의되는, 그럼으로써 결정과 책임이 더욱 견고해지는 것이 강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정종권 : 정의당 당직선거 이후 진보재편이 실질적으로 진행이 될 텐데, 대표가 된다면 어떤 역할을 할 것이고, 보완해야 할 점과 의미를 더 부여해야 할 지점이 있다면 말해달라.

심상정 : 많은 조직과 세력이 결집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결집을 계기로 해서 진보 중심 정당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기 위한 종합적 기획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전국 현장을 일제히 순회하고 풀뿌리 시민단체들과 간담회를 통해서 풀뿌리 시민활동가 단체들에 진보의 요람을 함께 만들자고 할 것이다. 단지 조직된 세력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진보로, 더 확고한 진보 중심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종합적인 열린 기획을 만들겠다.

정종권 : 진보재편을 말하면 2011년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내부에서의 격렬한 통합-독자 논쟁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당시 진보신당의 책임 있는 리더로서 탈당을 선택했다. 민주노동당을 분당하고 진보신당을 함께 창당하고 어려운 길을 걸어왔던 구 진보신당, 현 노동당의 당원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당시의 노회찬·심상정 의원과 같은 리더들(당 대표들)의 탈당, 결별 선언에 대해 여전히 감정의 골이 깊다. 이번에 다시 노동당 등과의 진보재편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노동당 당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심상정 : (2011년) 헤어지는 과정에서 오랜 세월 동고동락해왔던 많은 동지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과 상처를 남겼다. 저 역시 늘 가슴 속에 아픈 상처로 남아있다. 무엇보다도 진보정치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기 위해서 우리가 소중히 지켜가야 될 것과 과감히 버려할 것, 새롭게 채워야 하는 것 등 혁신의 과제들에 대해 좀 더 동지들과 책임 있게 씨름하지 못한 것에 대해 큰 책임과 아쉬움이 있다.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치유의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새로운 관계 맺음을 위해 동지들께 말씀드린다…“미안했습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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