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스 사태와
    공공의료의 중요성
    [기고] 지역거점 공공병원 필요
        2015년 06월 22일 10: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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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온 나라가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달 20일 최초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라는 게 중동식 독감이라 할 수 있다”면서 과도한 경계심과 공포심을 비판해왔다.

    그러나 대통령과 방역당국의 이러한 인식과는 달리, 2차, 3차 대유행의 조짐마저 보인다. 18일 현재, 확진자는 165명, 격리자는 6,729명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기관 격리자는 872명에 그치고 있고, 대부분 자가격리자라는 측면에서 사실상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져 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지난달 20일부터 대중과 언론의 관심은 ‘환자가 다녀간 병원은 어디인가?’였다. 그러나 방역 당국과 정부는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공포감을 심어줄 수 있다’며 병원 명단 공개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여론에 밀려 명단을 공개한 이후에도 정부는 사실상 삼성서울병원에 방역을 위임하면서 거대재벌 삼성봐주기 논란을 야기했다.

    얼마 전 WHO 합동조사단은 한국에서 메르스가 의료기관 내 전파가 급속히 진행된 까닭을 조사했다. 일각에서는 공기매개 전파 혹은 변종바이러스의 출현을 의심하였지만, 아직까지 판단할 근거는 부족하다. 조사단은 의료기관 내에서 대규모 전파가 이뤄진 까닭은 과도하게 혼잡한 응급실과 많은 침상이 배치된 병실, 의료쇼핑, 가족과 친지의 문병문화 등이라고 지적했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아산서울병원과 대한민국 양대 슈퍼병원으로 꼽히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2차 감염의 온상이라는 사실이다. 수도권과 거리가 가까운 충청권 뿐만 아니라, 비교적 거리가 먼 속초 등의 영동지역과 창원 등의 영남지역은 물론, 김제, 전주, 순창, 보성 등 전라지역까지 환자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지방병원을 신뢰하지 못해 서울의 대형병원을 이용했던 삼성서울병원 환자들이었다. 만약, 이들이 지역의 거점병원을 이용하였다면 지금과 같은 확산일로의 메르스 대유행은 소폭에 그쳤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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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병원 이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필자의 주장은 절박한 심정으로 원거리 대형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환자와 가족들에게는 설득력이 약하다. 이들을 탓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후진적 의료시스템이 메르스 전파를 더욱 용이하게 하고, 전파 차단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1994년에 설립된 삼성서울병원은 세브란스병원, 아산서울병원, 서울대병원과 빅4로 불린다. 1,950병상과 의사 수는 1,200명, 외래환자 1만 명 수준으로 아산서울병원에 이어 국내 두 번째 규모다. 이에 뒤질세라 2009년에는 700병상 규모의 서울성모병원이 개원하는 등 재벌그룹의 지원을 받는 대형병원들이 속속 등장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들 대형병원의 성장은 국내의료기술의 향상이라는 긍정적 측면과는 달리, 의료 독과점 체제가 강화되며 지역의료 공공의료가 붕괴되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고품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반면, 가난한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구조가 우려스럽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보듯이 지방 환자들은 왜 가까운 지역병원들을 외면하는 것일까? 어떤 환자들이든, 특히 연로한 부모님을 둔 자식들은 큰 병원에서 치료받고자 하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탓할 일이 아니다. 핵심은 지역의 공공의료체계는 이미 심각하게 붕괴되었고 제대로된 병원이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병원의 영리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기 위해 의료인과 비영리법인만이 병원을 세울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의 공공의료 육성을 소홀히 했을 뿐만 아니라, 진주의료원 폐쇄에서 보듯이 오히려 국가가 앞장서서 재벌민간병원 중심으로 발전을 꾀하다보니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재벌들로 하여금 의료를 산업으로 인식하게 하였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흐름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더욱 심해졌다.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연말, 정부는 ‘보건의료부분 투자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병원 간 인수합병,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허용, 영리법인 약국 도입방안 등을 내놓아 반발을 사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메르스 사태 또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혀질 것이다. 이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예방하고 국민건강을 지킬 수 있는 해법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집중현상에 따른 국내 의료체계 악화를 막아야 한다. 실질적인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지역에 아산서울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수준의 국립의료원을 신설, 보강하는 방법으로 공공거점병원을 육성해야 한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재난안전사령탑으로 설립된 국민안전처는 여전히 역할을 못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각 지자체와 병원들은 각기 다른 처방을 내놓고 갈팡질팡거렸다. 정부당국은 추가로 확진받은 삼성서울병원 의사들을 명단에서 숨겼다가 뒤늦게서야 인정하는 등 사실을 왜곡하거나 축소한 정황이 잇달아 드러났다.

    초기대응에 실패한 부실한 정부의 능력도 문제지만, 재벌그룹이 운영하는 삼성서울병원 등 민간병원에 대한 정부의 통제권의 한계가 너무나 역력했다. 앞으로도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창궐할 경우, 비슷한 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국가적 통제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국립의료원 등 국가공공의료체계 확립이 너무나 절실하다.

    또, 한 가지 의료법이 규정하는 병상 당 면적 3.3제곱미터는 개선되어야 한다. 영국의 경우 병상당 면적 13.3제곱미터를 비교하면 4인 병실에 우리는 8인의 환자를 수용하고 있는 셈이다. 비말접촉으로 감염되는 메르스의 밀접접촉 범위가 2미터라는 점을 감안하면 메르스의 병원 내 전파에 최적의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기회에 병상의 면적 기준을 대폭 상향하여 병실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병상당 면적 기준을 대폭 상향하고 면적기준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게 된다면, 2인실까지 모두 건강보험이 가능해 환자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며, 간병서비스는 의료기관이 필수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

    (경제적) 민주주의가 발전한 나라일수록 국민들은 더 건강하다고 한다. 물론, 민주주의가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나라 경제. 소득수준 등에 따른 건강지표는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상식이다. 민간의료영역의 성장이 갖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깨달을 수 있는 것은 보편적인 국민보건증진을 위해서는 공공의료의 확대와 발전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메르스와의 싸움에서 수고하는 의료진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필자소개
    참교육학부모회 광주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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