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현대차지부,
424 파업의 어떤 주인공?
    2015년 04월 27일 01: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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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님 무대 위에 현대차 지부 상집들이 몰려가서 연설 중이던 사람, 이름은 모르겠는데, 연설 중인 사람을 넘어뜨려 엠블런스가 출동하고, 무대 밑에서도 현자지부 상집들과 화물연대 등이 뒤썩여 난리가 아닙니다. 여기 와 봐야 못볼 꼴만 볼 것 같습니다.”

4월 24일, 민주노총 총파업이 결행되던 날, 현대차지부는 전날 “확대간부파업”을 선언해 나 같은 평조합원은 정상근무를 해야 할 사정이 되었다.

그러나 전국에서 우리보다 훨씬 더 어려운 조건에서도 총파업에 나서고 있는 동지들을 생각하니 정상출근을 해서 멀쩡하게 회사근무를 한다는 건 차마 못할 짓(?)인 것 같고, 내가 소속된 현장조직에서도 전날 “조직원들은 조퇴, 월차를 통해서 2시 현자지부 앞 항의집회와 태화강역 울산집회에 결합하라”는 지침도 있었고, 그래서 아침 일찍 부서로 전화를 해서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고 전하고 월차휴가를 통보했다.

오후 3시가 넘은 시간, 울산 태화강 역 건너편 모텔촌 골목길에 차를 주차하면서 “울산지역 집회는 어떻게 되고 있냐?”고 문자를 보냈더니 내 핸드폰에 날아온 답변이다. 그리고 이내 사진과 동영상이 카톡과 밴드를 통해서 잇따라 올라온다.

“처음부터 현자지부 조끼 입고 울산지역집회 참여하는 게 쪽팔려서 조끼를 가방에 넣거나, 겉옷으로 가리고 참석했는데, 이경훈 지부장 앞에서 현자지부 상집들이 무대 위에 집단적으로 올라가 연설 중인 연사를 폭행하고, 무대 밑에서 현자지부 상집들과 화물연대 조합원 간에 욕설과 물병이 날아다니는 꼴을 보면서 더 이상 쪽팔려서 우리 동지들은 집회장을 도망치듯 빠져 나갑니다”

총파업_2

SNS를 통해서 유포된 사진, 24일 울산지역 집회 조합원 6천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 위에서 뒤엉킨 현자지부 간부들과 울산지역 간부들

나는 집회장에 들어가길 포기하고 차를 돌려서 화봉동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은 4.24민주노총 총파업과 관련한 글을 정리할려니 내 감정이 통제되지 않아서 몇 문장 쓰다가 지우고 말았다. 그리고 집회장에서 돌아온 동지들과 한 잔 마시며 그날 밤을 보냈다.

어제 내 페이스북에는 민주노총 총파업과 관련하여 아주 간단하게 촌평을 내린 한 문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번 민주노총 총파업은 한마디로 이경훈 지부장, 현대차지부로 시작해서 이경훈지부장, 현대차지부로 끝이 난 것 같습니다”

쓴 웃음이 나왔다. 노조 게시판이나, 페이스북, 밴드 등을 통해서 활동가들이 가장 많이 보았고, 가장 많이 관심을 가졌던 단어 중 하나가 이경훈지부장, 현대차 지부였을 것이다.

4월 20일,

현대차지부는 24일 민주노총 총파업과 관련하여 확대운영위원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이 울산공장을 직접 찾아왔고, 간담회에 참석까지 했다. 이를 두고 보수언론들은 “민노총 위원장, 금속노조 위원장 등 상급단체 수장들이 울산까지 찾아와 현대차지부 파업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때부터 민주노총 4.24 총파업 실현의 핵심이 현대차지부로 급부상된다.

4월 22일,

기아자동차지부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기아차지부는 24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1직, 2직 공히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하고, 1직근 무조는 파업 후 서울집회에 결합한다”는 방침이 확정되었다. 민주노총 총파업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의 시선은 다음 현대차지부의 행보였다. ‘기아차도 결정했으니 이번에는 동참하겠지?’라는 기대(?)로.

4월 23일,

현대차지부는 확대운영위원 간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울산공장 9개 사업부대표, 감사위원 3명, 6개 지역위원회 의장(전주, 아산, 남양, 판매, 정비, 모비스)들 중 다수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해야 한다”는 현장여론과 본인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경훈지부장은 전국적이 파업준비 정도, 파업의 명분 등을 설명하며 “현대차지부는 대의원 이상 확대 간부만 파업에 동참한다”고 선언해버렸다.

이 결정은 SNS 등을 통해서 현장에 순식간에 전달되었고, 현대차지부 조합원 총파업 참여는 그렇게 무산되었다.

“현대차노조, 민노총 파업은 억지파업”이라는 텔레비젼 자막이 등장했고, 그동안 총파업을 준비해왔던 민주노총과 연대단위들, 그리고 현대차 현장 활동가들은 실망과 분노에 감정을 감추기 어려운 상황이 빠졌다.

4월 24일,

울산 태화강역에서 민주노총 울산지역투본 주최로 울산지역 총파업 집회가 열렸다. 현대자동차 지부조합원들이 총파업에 불참했지만, 화물연대, 건설노조, 금속노조 울산지부 등 6천여명의 노동자들이 모였다. 이경훈 지부장과 현자지부 상집간부, 일부 대의원들이 먼저 참석했고, 현대차 4개 활동가조직(민투위, 금속연대, 민주현장, 들불) 회원들 400여명은 2시부터 현대차지부 사무실 앞에서 항의집회를 하고 뒤늦게 집회장에 결합했다.

그런데 집회 도중 총파업 승리 지역실천단장인 허수영 동지가 발언을 하면서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의 총파업 축소(확간파업) 방침을 강하게 비판하자 단상 아래 있던 현자지부 상집간부들이 고성을 지르며 집단적으로 무대 위로 올라갔고, 결국 발언자인 허수영 동지들 넘어뜨리면서 집단폭행이라는 사태가 발생했다.

엠블런스가 출동해 허수영동지는 병원으로 후송되었고, 무대 밑에서는 현대차 집행간부들과 집회 참가자들 간에 고성과 욕설, 물병까지 날아다니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이날 집회는 행진조차 포기한 채 시급히 마무리되었다.

대한민국 울산에서 지켜본 4.24 민주노총 총파업은 이런 풍경들이었다.

민주노총과 울산지역본부는 울산집회 폭력사테와 관련하여 책임문제 등 후속조치를 예고하고 있고, 허수영 동지가 소속된 노동자연대는 이경훈 지부장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반대편에서는 집단폭력 사태와 관련하여 현대차 현장조직들에게 일부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상황이라 4.24 총파업과 관련한 “이경훈 지부장”, “현대차지부”라는 두 단어는 당분간 더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권의 노동자 죽이기에 맞선 4.24 민주노총 총파업투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따라서 현자지부, 이경훈 지부장, 이 두 단어만 붙잡고 맴돌지 말고, 민주노총 4.24 총파업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평가를 통해서 향후 박근혜 정권에 맞서는 대정부투쟁의 전망을 재정립해야 할 것 같은데….

이번 민주노총 총파업과 관련하여 윤갑한 현대차 사장이 발행한 담화문에 대해서 며칠 전 내가 이 블로그에 내 생각을 정리해서 올렸는데, 결과적으로 ‘윤 사장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나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 되었다. 거의 윤 사장의 뜻대로 되어 버렸다. 아니 결과적으로 윤 사장의 입장에서는 더 잘 되었는지도….

​2006년, 1년 동안 민주노총은 기간제법 저지, 한미FTA 저지, 산안법 개악 저지 등을 내걸고 12번의 총파업을 강행했다. 당시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총파업에 동참했다. 9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민주노총 총파업을 바라보는 현대차지부의 입장이 그때와 많이 다르다는 생각.

현대차지부의 임무와 역할, 이대로 좋은가? 많은 반성과 막중한 책임감으로 이 사안을 바라보게 된다.

필자소개
박유기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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