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핵협상과 북핵
    한미일 안보협력 강조할수록 한국 입지 좁아져
        2015년 04월 10일 04:09 오후

    Print Friendly
    이란 핵협상 잠정 타결, 북핵 해결의 기미는 전혀 안 보여

    이란과 미국 등 주요 6개국(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은 2일(스위스 로잔 현지시간) 이란의 핵개발 활동을 축소 및 중단하되, 6월말의 최종 합의까지 제재는 당분간 유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잠정 합의안,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의 시기와 조건 등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지만, 핵협상의 두 주역인 미국과 이란 모두 각자 명분을 세우면서도 실리를 챙겼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이번 협상을 통해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막거나 적어도 철저히 감시하는 여러 실질적인 수단을 갖추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이란의 구체적 행동이 있기 전에 제재를 해제하지는 않았으며 영구적이지도 않고 가역적이라는 국내정치적 명분을 챙겼다.

    이란은 비록 조건부이지만 자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모두 해제해 경제회생의 길을 마련했으며 동시에, 핵활동 역시 기존의 주장보다 크게 양보하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보장받아 ‘핵주권’을 지켰다는 체면을 세웠다.

    이스라엘 및 미국 공화당 등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거나 그 의미를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대체로 이란 핵협상에 결정적 전기가 마련됐다며 역사적이라고 평가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이번 잠정 합의에 대해 환영하면서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당국은 이란 핵 문제와 북핵 문제는 매우 다른 문제이고 그 해법도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며,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목표는 동일하고 북핵 협상 재개 여부는 북한에 달렸다고 말함으로써 북한의 선제적 행동을 계속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미국 군부에서는 북한이 KN-08(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어 본토(미국)에 발사할 능력을 가졌다는 등의 북의 위협능력이 크다는 평가를 계속 내고 있다. 전략적 인내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수정하기 위한 것아 아니라 싸드 배치 등 MD 체제와 안보협력 강화를 합리화시키기 위한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한미일

    지난해 4월 네덜란드 헤이그의 한미일 정상(방송화면)

    일본의 외교 도발과 미국의 일본 편들기?

    일본 문부과학성이 6일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이고 한국이 이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확정했다.

    과거에는 독도와 관련한 기술이 아예 없거나 지도 정도에만 표시를 하였고, ‘한국과의 사이에 주장의 차이가 있어 미해결의 문제가 있다’ 정도 수준으로만 기술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들은 1905년 당시 시마네 현에 편입된 경위 등에 대한 상세한 서술과 함께, 한국이 1952년 이래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해 크게 개악된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은 7일 “역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일본 고유 영토”라는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2015년판 ‘외교청서’를 각의에 보고했는데 올해 외교청서에는 또 한국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등 기본적인 가치와 이익을 공유한다”는 기존 표현도 삭제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6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가 왜곡된 역사관과 그에 기초한 영토관을 일본의 자라나는 세대에게 지속 주입하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이 이웃 국가로서 신뢰를 받으며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의지가 없음을 스스로 보여 주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규탄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이 “일본을 이끌어 갈 학생들에게 국가 영토를 확실하게 가르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종군위안부, 간토대지진 학살 및 난징 대학살 등 과거사를 감추거나 식민지배, 전후 처리 등을 미화한 것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주장이 있는 경우 일본 정부의 견해를 담아 균형을 맞춘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의 이런 행태에서 한국에 대한 배려나 한·일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는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 역시 “아베 정부의 행보에는 한국과 같이 가지 않아도 좋다는 인식, 또는 이래도 한국이 따라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동아시아 순방 중인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8일 일본에서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의 긴장이나 지금의 정치보다 미래에 눈 돌려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사실상 ‘역사 문제는 묻어두자’고 요구하는 것으로서 지난 2월 말 웬디 셔먼 국무부차관이 “어느 정치 지도자도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연설한 것과 같은 맥락의 발언을 했다.

    남북관계 개선이 한국의 자율성 키울 수 있어

    왜 이란 핵협상 타결과 달리 북핵은 6자회담 등 대화 재개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가? 그리고 일본의 영토 및 역사 도발이 끊임없고 오히려 더 강화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들이 상호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에는 다수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특히 미국의 이해가 양자에 투영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들을 풀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상당히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가 일본 아베 정부의 우경화 폭주를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현실적 제어장치는 찾지 못하는 이유로 북의 핵능력 강화 등 안보 위협에 따라 미국과 일본으로 이어지는 안보협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 분석은 이란 핵문제와 달리 북핵 문제는 이란이 핵무장을 하겠다고 천명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핵무장이 현실화되지도 않은 반면,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포기하지도 않겠다고 천명하고 있어 상황도 전혀 다르고 해결의 가능성도 전혀 다르다는 상황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즉 북핵 문제는 쉽게 풀리기 어렵고 훨씬 위협적이라는 인식은 당연히 미국의 안보 우산과 미국과의 안보협력을 강조하게 되는 구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해법에 있어서도 미국이 요구하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와 한일관계 개선을 주장하거나, 차선책으로 안보와 과거사에 대한 분리접근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아베 정부의 폭주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내정치적 요인 등에 의해 정부나 여야 정치권 중 어느 누구도 선뜻 택하지 못할 것이다.

    이란과 달리 북한 핵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 이유로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서 연유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양국의 핵능력의 정도나 의도 등의 차이가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목표와 의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동아시아로의 회귀 전략은 대중국 견제 등을 위한 것인데 자국 군비확대에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은 적극적으로 고무해야 할 것이기에 과거사 관련 퇴행적 행보에 대해서도 방조한다는 것이다.

    MD 협력체제 등 기존 양자동맹을 뛰어넘는 다각적 안보협력을 추진하려는 미국이나 그것에 호응하면서 이용하기도 하는 일본 정부에게 있어 북한은 문제를 풀기보다는 위협론을 활용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런 분석에 따르면 한미관계를 강화하고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해봤자, 북핵 문제가 풀린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그것은 중국을 북핵의 해결에 적극 나서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반발을 사게 되어 문제의 해결은 더 꼬이고 북한의 입지만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해법은 남북관계 개선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의 위협적 행위를 현저히 줄이면, 안보에 있어 미국의 신세를 덜 지게 되고 따라서 북핵 해결에 대한 적극적 동참을 촉구할 수 있으며, 한-미-일 3각관계 등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는 등 자율성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북핵 문제를 실질적으로는 방치해버림으로써 북의 위협을 강화시키면 단지 우리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우경화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핵무장에 대한 일본 국내적 장벽도 약화될 수 있음을 각성하고 배전의 노력을 기해만 한다.

    원칙에 기초한 폭넓은 대일 외교 필요

    그런데 한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자율성을 확대한다고 해도 미국의 전략적 이해나 일본 국내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 아베 정부의 대한 정책이나 우경화를 제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한일 관계는 그 자체로 현재와 같은 상황을 방치할 경우 일본의 우파에 이용당할 수 있고 동아시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물론 박근혜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 온 대일 정책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 박근혜 정부의 대일 정책은 과거사와 안보협력을 분리하는 것인데, 누차 지적했듯이 미국을 매개로 한 안보협력이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 조치의 지렛대가 되기는커녕 퇴행적 조치를 취해도 괜찮다는 신호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안보협력의 틀이 강해질수록 미국과 일본의 전략적 이해와는 다른 한국의 전략적 이해를 관철하기 위한 자율성이 오히려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즉자적 민족감정을 분출시키면 일본 국내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함으로써 평화지향적인 양심세력의 입지를 오히려 좁히고 평화헌법 수호 등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영토에 대한 실효적 지배는 확실히 하면서, 국제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원칙과 논리에 입각해 우리의 주장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할 필요, 국제사회가 누구의 주장에 더 귀기울일 것인가라는 것을 고려하면 국가와 국민 전체의 매력을 증가시키는 노력도 병행할 필요, 평화로운 인권국가, 이웃국가와 더불어 발전하는 상생국가라는 국가 이미지와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는 한국인이라는 매력적 이미지는 단지 홍보가 아니라 그런 정책을 시행했을 때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과거사에 대한 확실한 반성은 일본 국가와 국민에 대한 망신주기나 단지 과거에 대한 단죄의 차원이 아니라, 평화로운 공존과 공동 번영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기초라는 대원칙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일본 국내정치 지형을 고려하면 한일관계야 안중에도 없는 듯한 행각을 보이는 아베 정부를 정부 차원의 양자 외교만으로 제어하기는 힘들기에 정당 외교와 민간 교류 등 다양한 차원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이런 원칙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켜야만 한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