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
처녀치마를 상념하다
[푸른솔의 식물생태 이야기] 함께 살아가는 것들
    2015년 04월 01일 11: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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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28/ 강원도, 꽃이 핀 모습

처녀치마 <Heloniopsis koreanaFuse & N.S.Lee & M.N.Tamura>

​백합과 처녀치마속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잎이 사방으로 퍼진 모습을 처녀의 치마에 비유한 것에서 연유한 이름이다. 속명 Heloniopsis는 그리스어 Helonias(속명)과 opsis(유사하다)의 합성어로 Helonias속과 유사하다는 뜻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종소명 koreana는 ‘한국의’이라는 뜻으로 원산지를 나타낸다.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하고 우리나라에는 전국의 산지에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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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28/ 강원도, 겨울을 이겨낸 잎의 모습

따뜻한 봄볕의 한자락

처녀치마는 여름과 가을에 키워 올린 잎의 생명력을 겨울내내 푸르게 유지한다. 아무리 혹한 추위가 몰아치고 잎에 눈이 쌓이고, 또 녹으면서 얼음이 얼어도 잎의 푸르름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날씨가 풀리고 따뜻한 봄볕의 한자락이 숲속 깊은 곳에 닿으면, 사람이 발길이라고는 닿지 않을 한적한 숲속에서 조용히 그리고 어김없이 꽃대를 피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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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28/ 강원도, 꽃의 모습

인간 욕망의 어두운 그림자

이 계절, 겨우내 굶주린 노루랑 토끼며 각종 산짐승들이 생기가 돌기 시작한 처녀치마의 잎과 꽃대를 뜯어 먹기도 한다. 겨울을 이겨낸 이 계절 처녀치마에게는 이것을 피하는 것이 한해 번식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관건이다.

그런데 최근 처녀치마의 아름다움이 사람들에 알려진 이후 처녀치마에게 더 큰 공포는 사람들이다. 자연을 가까이 두겠다는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은 쉽게도 자연 속의 처녀치마를 캐어 화분에 옮기는 것으로 이어진다.

처녀치마의 생태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갖추지 못한 인위적인 이식의 대부분은 자연의 환경과 달라진 화분에서 고사하는 것으로 마감된다. 자연 속에 꽃을 피우는 그 모습을 담기 위하여 왕래하는 무수한 사람들의 발길은 고즈늑한 숲속을 황폐화시킨다.

사람이 만들어낸 그 어떤 물건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자연과 환경 속의 진화가 만들어낸 저 멋진 작품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따뜻한 봄날의 햇볕이 따사로운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갈수록 개체 수가 줄어가는 처녀치마를 보면서 상념에 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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