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을 향한 치킨게임 멈춰라
[기고] 사드 논란 - 미국과 중국, 선택의 문제 아니다.
    2015년 03월 20일 09: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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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간의 상황은 미중 갈등 속에 한국 지배계급이 처한 딜레마를 잘 보여 줬다. 비유를 해보자. 먼저 살기등등한 대장 마피아가 와서 ‘우리 경호시스템을 배치해야 너가 보호받을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고 갔다. 다음날엔 떠오르는 신흥 마피아가 찾아와 ‘그 경호시스템을 배치하면 가만있지 않겠다. 누구 덕에 돈 버는지 잘 생각해 봐라’고 압박했다.

대장 마피아 행동대원 얼굴에 상처가 난 사건을 계기로 ‘경호시스템 구입’이 급물살을 타는 듯 했는데, 다시 상황이 쉽지 않게 된 것이다. 돈벌이를 생각하면 신흥마피아를 무시할 수 없다. 한중 교역 규모와 흑자 수준은 한미, 한일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 옛날에는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이 감기 걸린다’고 했다면 지금은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앓아눕는’ 경제상황이 됐다.

하지만 피로써 자리를 지켜 온 대장 마피아를 무시할 수도 없다. 베트남부터 이라크까지 점령과 학살로 뒤덮인 게 미국의 역사다. 이래저래 고민인데 대장 마피아의 오른팔(영국)마저 신흥 마피아와 거래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영국에 이어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호주도 줄을 이어서 AIIB에 들어간다고 한다. 미국이 통제해 온 국제 경제·금융 질서에 균열이 커지는 것이다.

미국은 압도적 군사력을 바탕으로 해서 중국의 경제적 추격을 견제하려 해 왔지만 한번 시작된 변화가 쉽게 멈추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 세계체제는 경제적 경쟁과 지정학적 경쟁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마피아 서열이 분명할 때는 줄서기를 하면 됐는데, 지금처럼 서열이 바뀌는 듯할 때가 한국 지배계급에게 골치 아픈 일이다. 대장 마피아와 신흥 마피아의 협력보다는 경쟁이 더 두드러지면서 ‘너 누구 편이냐’고 다그치는 상황에선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

단지 경제계는 중국의 눈치를 보고, 안보세력은 미국에 착 붙어있는 단순한 그림은 아니다. 좀 더 계급의식적인 자본가들은 장기적인 돈벌이와 시장 개척을 위해서도 주먹과 군사력의 뒷받침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딜레마인 것이다.

주류언론들의 조언을 보면 한심하기만 하다. 미국과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중국의 오해도 피하고 굴욕외교는 안 된다? 튼튼한 안보를 잘 챙기면서 경제적 타격도 막아야 한다? 2~3마리 토끼를 다 잡아라? 아마 박근혜는 ‘그걸 너네가 한번 해 봐라’고 쏘아주고 싶을 듯하다. 저런 글을 쓰는 ‘전문가’들을 보면 ‘참 쉽게 사는구나’ 싶다.

대장 마피아가 말하는 ‘경호시스템’은 사실 ‘경호’가 아닌 ‘습격’용이다. 신흥 마피아가 어떤 무기로 반격해도 다 막을 수 있다니, 마음 놓고 선제공격할 수 있단 말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선제공격으로 북핵과 미사일을 파괴하고 파괴되지 않은 핵미사일이 날아오면 MD로 요격한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미국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단지 북한만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사드(THAAD)의 일부인 X밴드 레이더는 북경을 손바닥처럼 들여다 볼 수 있다. 지금 중국은 CCTV를 달아서 자기 안방을 항상 들여다보겠다는 미국에 반발하는 셈이다.

이에 질세라 중국은 사드를 무력화할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1월 9일 중국은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전형적으로 파국을 향한 파괴적 군비증강의 상승작용이다. 이는 우발적 충돌을 더 큰 재앙으로 만들 가능성을 높인다.

일단 우리는 대장 마피아가 유지해 온 폭력과 공포의 질서를 거부해야 한다. 지금 미국의 구상은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을 구축하고 동북아 군사패권의 시다바리로 한국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자위대 해외파병과 미군 후방지원도 급진전되고 있다.

미국 국방예산 절감(시퀘스트) 속에 당연히 비용도 한국이 더 많이 떠넘길 것이다. 복지에 쓸 돈이 없다는 박근혜 정부가 수조 원을 들여서 평택에 사드를 배치하면, 덕분에 평택 등은 중국의 군사적 목표물이 될 것이다.

4차 세계대전과 돌멩이

따라서 우리는 이 땅을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는 방패’와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의 치킨 게임장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전후해서 계속 약화돼 온 반전평화를 위한 진보진영의 폭넓은 단결 기풍을 되살려야 한다.

그리고 신흥 마피아(중국)도 폭력과 공포의 질서 자체가 아니라 서열을 바꾸고자 한다는 것을 봐야 한다. 대장 마피아에 계속 줄서자는 새누리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온 청와대나, 신흥 마피아에 줄서기 시작하자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그 질서와 서열 안에서 이득을 챙기자는 것이다.

레닌은 <제국주의론>에서 자본주의의 불균등 발전 때문에 힘의 관계는 계속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국주의의 역사에서 ‘지는 해’와 ‘뜨는 해’는 계속 자리를 교체했지만 제국주의 질서의 본질 자체는 변함이 없었다.

전 세계 무기 수출과 국방비 지출 1위(미국), 2위(러시아), 3위(중국) 국가들 사이에서 순위가 바뀐다고 군비증강과 전쟁을 향한 힘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1,2차 세계대전이 그랬듯이 서열 교체 과정 자체가 엄청난 재앙과 야만을 부를지도 모른다. 아인슈타인은 “4차 세계대전 때 인류는 돌멩이로 싸울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3차 세계대전 때 핵무기가 사용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우리 지배자들이 대장 마피아와 신흥 마피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해서 ‘국익’을 챙기길 코치하는 것은 우리 몫이 아니다. 안타깝지만 계급으로 분열된 사회에서 모든 계급에게 득이 되는 ‘국익’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그것은 결국 소수 지배자들의 이익이기 십상이다.

구한말 조선의 지배계급들은 서로 다른 마피아에 줄을 대며 이권다툼을 벌이다가 한반도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동학 민중혁명을 진압하기 위해 청나라군과 일본군을 끌어들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아래로부터 민중 반란을 진압하는 데서 청나라, 일본, 조선의 지배계급은 공동의 이익과 과제를 발견했다.

동학혁명을 짓밟은 일본은 청일전쟁뿐 아니라 러일전쟁에서도 이겼다. 하지만 전쟁에 패배한 러시아에서 다시 1905년 혁명이 벌어졌다. 이처럼 폭력과 공포의 질서를 거부할 힘은, 위로부터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을 더욱 키우려면 지배계급에게 ‘국익’을 코치하기보다 중국에서, 미국에서, 일본에서 자국 지배자들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군비증강에 맞서는 민중들의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필자소개
변혁 재장전’ 준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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