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시리자,
신자유주의 폭풍 뚫을 수 있나?
[시리자 특집 ①] 유로그룹과의 2월 20일 '합의안' 평가 전망
By 원시
    2015년 03월 11일 10: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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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집권정당,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에 대한 지구적 관심이 높다. 한국의 진보진영에서도 관심이 뜨거운 편이다. 3% 지지율에서 출발한 시리자가 집권당이 되는 과정, 구제금융과 긴축정책으로 민중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극한의 고통에 내몰릴 때 시리자는 어떻게 그들과 함께 하면서 성장했는지, 또 야당에서 집권정당이 된 이후 독일과 초국적자본에 맞서 어떻게 자신의 공약을 지켰는지 혹은 좌절되었는지, 그 이후의 미래는 어떠한지, 이 모든 과정이 그들의 얘기만이 아니라 지구에서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고민하는 모두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레디앙>은 캐나다 요크대학에서 비교 정치와 정치경제학, 정치철학을 전공하고 있는 원시님에게 요청하여 <시리자 특집>편을 구성하고 4회 전후의 연재글을 시작한다. 이번 편에는 특히 시리자의 집권 후 한 분기점이 되었던 지난 2월 20일 유로그룹과의 협상안에 대한 여러 시각과 평가 내용을 정리했다. 상당히 긴 글이지만 한국의 좌파, 진보진영에도 많은 고민꺼리를 던져주고 있기에 일독을 권한다. 이후 시리자 10년과 그리스 사회운동, 그리스 좌파 정치세력의 특징, 경제위기 이후의 대안적 해법을 둘러싼 입장들, 그렉시트와 유럽개혁 등 이어지는 연재에도 많은 관심과 토론을 부탁드린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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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시리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IMF 긴축통치에 굴복한 한국정치와 다른 정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리스 시리자에 주목해오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일하는 직장이 달라도 차별받지 않고 사회적 인정을 받는 것이 우리가 믿는 민주주의이다. 그런데 1997년 IMF 긴축통치 이후, 같은 일을 하고도 차별받는 게 일상이 되었고, 우리 사회는 그렇게 더 퇴보해버렸다.

같은 종류의 일을 똑같이 하고도 차별받는 비정규직이라는 비정상이 정상처럼 군림해버린 그 계기는 바로 1997년 IMF 긴축통치였다. 순정한 국민들은 금반지를 녹여 달러로 바꿨지만 그 금덩어리는 소수 대기업과 해외 투기 자본을 키우는 데 사용되었고, 정작 그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산층 대열에서 이탈했다.

그리스도 국가채무 위기로 인해, 2010년 긴축통치안을 트로이카라고 명명된 유럽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리스인들은 트로이카가 빌려준 구제금융의 90%는 뢰비(Μichael Löwy)(1)가 말한 대로 신성동맹원들인 대형 은행, 정치가, 보수파, 사민파, 벌처 투기 자본손으로 들어가 그들만을 살찌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스는 유럽에서 자살률이 가장 낮은 지중해 나라였지만, 트로이카 긴축통치 [2010 메모랜덤] 이후 자살율이 최고로 폭등했고 살인사건도 2배로 증가하는 등 민심은 파괴되었다.

하지만 긴축통치 1년 만에 그리스 시민들은 ‘정의의 분노’를 뜻하는 ‘아가낙티스메노이’를 외치기 시작했고, 아테네 신탁마 광장에 모여, “긴축통치 트로이카 독재는 물러가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이들은 특정 정당에 소속된 전통적인 정당 지지자들은 아니었다. 기존 사회운동에 이러한 무당파 비당파 시민들의 지지와 저항에 힘입어 2004년 3% 지지율로 출발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는 2015년 1월 25일 조기총선에서 집권당으로 떠올랐다.

시리자는 과연 신자유주의가 몰고 온 중세 겨울의 폭풍을 뚫고, 그리스와 유럽 전역으로 ‘시리자 봄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을 것인가? 이 글은 우선 1월 26일 시리자 당선 이후 유로그룹과의 협상 국면 2월 25일까지 온라인 취재기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리자와 관련된 주요한 정치적 경제적 논쟁점들과 주제들을 향후 다루기로 하겠다.

아테네 집회 모습

우리는 독일 메르켈의 식민지가 아니다 (아네테 시위 현장)

1. 협상 평가 : 그리스는 독일의 과거 상기시키려 했고, 독일은 과거를 지우려 했다.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국가채무를 해결하기 위해서 채택한 방법은 1953년 런던협약, 즉 [독일 국가채무 동의서] 해법이다.

런던 협약을 통해 당시 독일은 채무 총액 388억 마르크의 62.6%를 탕감받았다.(2) 투쌍의 “마샬 플랜과 독일 채무 합의서”(3)에 따르면, 채권자들이 독일이 수출로 벌어들인 돈의 5% 이하로 채무를 변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한다.

핵심 요지는 독일 경제성장와 빚 갚기를 연계시킨 점이다. 런던협약이라는 호조건 속에서 당시 서독은 급속히 경제를 부흥시켰고, 마침내 2010년 10월 3일에 6천 990만 유로를 최후 상환함으로써 1953년 런던 협약의 마침표를 찍었다.

시리자 정부 총리 치프라스와 재무장관 바루파키스가 2월 20일 유로그룹과의 협상문 발표 전과 후에도 채무 탕감(헤어컷)을 제안했지만, 독일 총리 메르켈과 재무장관 쇼이블레는 그리스 제안을 거부했다.

바르 재무장관

독일 쇼이블레 재무장관(왼쪽)과 그리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

독일 보수 정부의 벽은 높았다. 높았을 뿐만 아니라, 쇼이블레는 바루파키스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빚탕감을 다시 언급하자 이에 벌쩍 뛰며 격노했다.(4) 이러한 강경 제스처는 시리자 정부가 독일 나치 침공 시 그리스에 입힌 피해액(4억7600만 마르크: 약 140억 달러)에 대한 배상을 입막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치프라스는 총선 직전 1월 13일 “독일인들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에서 독일인들이 우려하고 있는 그리스에 만연한 클렙토크라시 부정부패를 종식하겠으니 그리스에게 숨쉴 여유를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5) 그러나 그리스 정부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 메르켈과 쇼이블레는 2월 협상 기간 내내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았다.

독일 좌파당 원내총무인 기지(Gysi)는 이러한 강경한 메르켈 정부 입장을 가리켜 ‘카미카제 정치’라고 비판할 정도였다.(6) 독일 녹색당 원내 총무 토니 호프라이터 역시 메르켈 긴축통치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평가했다.(7)

시리자는 유로존의 핵심부와 주변부의 불평등과 불균형 발전을 타개할 방법으로 독일에게 1953년 런던협약의 혜택을 상기시키려고 했지만, 메르켈과 쇼이블레는 과거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고 않으려 할 것이다. 그리스 국가 채무는 현재 ‘돈’의 위기만이 아니라 역사적 사회적 ‘빚’임에 불구하고 말이다.

2. 그리스 시리자 정부와 19개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유로그룹과의 2월 20일 협상안

[참고: 2015년 그리스 정부 구성은 149석을 얻은 시리자와 13석의 그리스 독립당 아넬(ANEL)로 이뤄졌다. 원칙적으로는 시리자-아넬 연립정부라고 써야하나 좌파연합 시리자의 대표성을 감안해 시리자 정부라고 쓰겠다]

1월 26일 그리스 총선 이후 시리자 정부와 트로이카(유럽위원회 EC/유로그룹, 유럽중앙은행 ECB, 국제통화기금 IMF)와의 공식적 비공식적인 협상은 1개월 내내 지속되었고, 2월 20일에 1차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시리자 정부와 “제도”라고 이름을 바꾼 트로이카 사이의 공방전은 6월 말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번 2월 20일 협상안의 얼개는(8) 다음과 같다.

첫 번째 2010년 트로이카와 그리스 사이 맺은 <2010 메모랜덤: 그리스 경제 구조조정 프로그램>(9) 틀을 유지한 채, 그리스 금융지원을 위한 마스터 재정지원기구(MFFA) 협약 기간을 4개월 더 연장한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돈을 6월 말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트로이카가 감독 평가한 재정 목표, 경제 회복 혹은 재정 안정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책이나 구조개혁을 그리스 정부가 단행해서는 안된다. <2010 메모랜덤>의 경제 조정 프로그램 처방을 무시하고 원상복귀해서는 안 된다.

세 번째, 그리스 정부가 4월 말까지 경제구조개혁안 완결판을 트로이카에 제출해야 하고, 그 이후 그리스와 유로그룹은 새 협상에 돌입한다.

그리고 2월 24일에 바루파키스가 유로그룹에 제출한 [개혁안]은(10) 크게 4가지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1) 재정 구조 정책 (세금, 재무 관리, 조세 행정, 국세청 GSPR 독립 신설, 공공 지출, 사회 안전망 개혁, 행정과 부패와의 전쟁) (2) 재정 안정화 (미납 세수 해결, 은행, 부실채권 해법) (3) 경제 성장 (사유와 공공 재산 관리, 노동 시장 개혁, 생산 시장 개혁, 비즈니스 환경 개선, 사법 개혁, 통계청 ELSTAT 독립 신설) (4) 인도주의적 위기 극복 등이다.

시리자 정부의 철학과 정책은 다음 두 가지 문건들에 기초해 있다. 하나는 2012년에 발표한 [시리자 경제 프로그램](11)이고 다른 하나는 2014년 9월에 공표한 [테살로니키 공약](12)이다. 이 두 개의 프로그램은 향후 시리자의 정치 실천을 평가하는데 잣대가 될 것이다.

이번 2월 20일 [합의문]을 보면 시리자 철학과 정책의 기본틀을 구성하고 있는 두 가지 문건들에 적시된 시리자 노선을 관철시키지는 못했다. 독일의 초강경 자세와 유로그룹의 비협조적인 대응을 고려해야겠지만. 또한 바루파키스가 유로그룹에 제출한 [개혁안]에도 [테살로니키] 프로그램에 제시된 부채탕감, 채무 지불 일시 중단(모라토리움) 허용, 유럽 투자 은행 (EIB)의 투자 기금 형성 등 주요한 공약들이 빠져있다.

3. 2월 20일 시리자와 유로그룹 [합의문]에 대한 평가들과 이후 협상에서 대안 제시들

[2월 20일 합의문]에 대해서 시리자 내부 평가는 어떠한지, 시리자 내부 주요 정책 입안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로 하자.

1) 밀리오스 –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 협상팀은 테살로니키 공약을 더 관철시켜야한다

(밀리오스 : John Milios :아테네 기술 국립대학에서 경제사와 정치경제학, 마르크스를 가르치고 있다. 시리자 경제 정책 상임 자문 위원이기도 하다.)

밀리오스

밀리오스

밀리오스는 라파치오라스(Spiros Lapatsioras), 소티푸루스(Dimitris Sotirpoulos) 두 사람과 함께 2월 20일 [합의문]에 대한 평가서를 제출했다.(13) 밀리오스는 이번 합의문에 대해서 시리자 정부의 ‘첫발이 미끄러져버렸다’고 전체적인 평가를 했다.

밀리오스 <제안서>의 평가와 주문사항은 다음과 같다.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이번 유로그룹과의 협상에서 너무 많이 양보했고 특히 경제 주권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4개월 동안 시리자 정부가 <유럽그룹>를 비롯한 트로이카와의 협상에서 2014년 9월 채택한 <테살로니키> 프로그램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협상 원칙과 전술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밀리오스 등 3인의 제안서에서는 재무장관 바루파키스의 미진한 부분들을 지적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는데, 그 부분은 눈여겨 볼만하다.

밀리오스는 <제안서> 결론에서 이번 합의문에 대해서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의 ‘승리적 평가’를 비판한다. 치프라스는 [합의문]의 성과를 2010년 긴축통치 [메모랜덤]과 대부 조건들을 분리시킨 것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14) 재무장관 바루파키스는 [합의문] 이후 기자회견에서 [합의문] 성과는 외부 세력에 일방적으로 굴복한 과거 그리스 정부와는 사뭇 달리, 시리자 정부가 트로이카와의 공동-저자로 참여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15)

하지만 밀리오스는 이번 [합의문]은 2014년 9월 시리자 <테살로니키> 공약의 후퇴이지 승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왜 그러한가? 밀리오스의 [합의문] 분석과 평가를 따라가 보자.

첫 번째, 밀리오스의 핵심 비판은 시리자 정부가 경제주권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트로이카는 그리스 정부가 공공 기업을 민간 기업에 팔아서 (사유화) 국가 채무를 갚으라고 했는데, 이에 대해서 시리자 정부의 ‘사유화 반대’ 입장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트로이카가 제안한 기초재정흑자(primary surplus)를 통해서 채무 이자를 갚도록 한 조항을 시리자 정부 협상팀이 바꾸지 못했다는 점이다. 테살로니키 공약대로 기초재정흑자를 채무 변제가 아닌 정부 공공 투자나 사회복지 지출에 사용할 권한을 시리자 정부가 가질 수 있도록 트로이카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왜 이런 약점이 발생했는가? 밀리오스는 협상팀의 바루파키스 재무 장관이 유로그룹과 토론에서 시리자 공약을 관철시킬 수 있도록 구체적인 수치와 분석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협상 파트너 <유로 그룹>이 그리스 시리자 정부 협상팀의 제안이 ‘피상적’이라고 얕잡아 봤다고 지적한다.

두 번째 밀리오스의 바루파키스 비판은 협상 기술에 대한 것이다. 재무 장관 바루파키스가 유럽중앙은행(ECB)를 협상 전에 직접 만나지 않은 채, 유로존 회원도 아닌 영국 런던에서 [빚 탕감] 기자회견을 해버렸는데, 이것은 협상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유로존 회원국 금융 대출 우산 건설이나 그리스 채무 변제를 경제성장과 연계시키는 제안들은 제2차 협상에서 시도하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고 밀리오스는 지적한다.

세 번째로는 밀리오스는 시리자 정부 협상팀이 실속보다는 오히려 트로이카와 협상과 소통 결과에 너무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유로그룹과 협상 전에 예룬 데이셀블룸 (Dijsselbloem)과 접촉했는데, 이는 일관성 있는 협상 전술이 아니었다고 평가한다.(16) 데이셀블룸이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의 ‘브릿지 프로그램’을 거부하자, 오히려 그리스 국내에서 민족 감정만 자극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리스 협상팀이 바루파키스 재무장관 이외에 그와 동일한 비중을 차지하는 협상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유로그룹>에게 줌으로써, 그리스 협상팀 실력을 얕잡아 보도록 허용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렇다면 밀리오스의 대안은 무엇인가? 지금 그리스 시리자 정부에게 트로이카와의 협상 시한이 빠듯하지만,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의 “메모랜덤의 70%를 우리가 이행할 것이다”와 같은 소극적인 발언은 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정직한 공격’을 하라고 그는 제안한다.

왜냐하면 그리스 국민들이 시리자를 선택한 이유는 2010년 <메모랜덤>의 70%를 이행하라는데 있지 않고, 테살로니키 공약을 실천하라는 데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의 말래도 <메모랜덤>의 70% 약속 이행 발언은 시리자가 대변하는 지지층과 사회연대 세력들을 바꾸는 꼴이 된다고 밀리오스는 주장한다.

따라서 밀리오스의 대안은 시리자 정부 협상팀이 ‘정직한 공격’을 하라는 것이다. 시리자 정부가 다시 노동자 편에 서서 ‘소득과 권력’을 민중에게 나눠주고, 사회복지 국가를 재건하고, 참여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는 지금 실업의 증가로 인해, 노동 조건이 중세시대 회귀했기 때문에, 시리자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노동하는 대다수 대중들의 이해관계를 확실히 대변하라고 주문한다.

밀리오스는 마지막으로 유로존 탈퇴(그렉시트)에 대해서는, 시리자의 좌파적 관점에는 ‘그리스’를 지키느냐 혹은 ‘유럽’을 지키느냐 양자 택일하는 ‘민족-애국주의적’ 정치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고 밝히면서, 그렉시트와 디폴트는 시리자의 선택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밀리오스, 라파치오라스, 소티푸루스 3인의 제안서는 그 동안 시리자의 주요 노선을 다시 원칙적으로 환기시켜준 것이고, 구체적인 협상 전술에 대한 능력을 높일 것을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협상에서 구체적인 자료와 수치에 근거한 대안 제시, 협상팀의 팀워크 등을 높일 것 등을 요구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시리자 내부에서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라파비차스와 쿠벨라키스의 평가를 들어보기로 하자.

2) 유로존 탈퇴를 전략적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들

(1) 라파비차스

라파비차스(Costas Lapavitsas)는 영국 런던대학 ‘동양 아프리카 연구 대학 (SOAS) 경제학과 교수이자, 시리자 국회의원이다. 그리스 재정위기 탈출법으로 유로존 탈퇴, 드라크마 평가절하로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증대해야 한다고 제안한 루비니(Roubini)(17)와 더불어 라파비차스는 오래전부터 그렉시트를 주장해오고 있다.

라파비차스

라파비차스

우선 라파비차스는 2월 20일 [합의문] 평가글 “5가지 질문들”에서 30억 유로 기금이 발생한다고 해도, 그 사용처 감독과 권한은 트로이카에 있지 그리스 시리자 정부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18)

이러한 주권 제약은 그리스가 불균등 경제발전을 구조화시킨 유로존에 남아 있는 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는 이러한 유럽연합 내부 불평등 불공평이 존재하더라도 독일 프랑스 등 핵심 국가들이 손실을 봐가면서까지 그 문제들을 고치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3월 2일자 영국 가디언지에 기고한 그의 글에 댓글 토론이 1200개가 넘을 정도로 “유로존 탈퇴: 그렉시트”에 대한 그의 전략적 암시는 뜨거운 논쟁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19)

그의 핵심 논지는 다음과 같다. 시리자가 유로존에 잔류하면서 트로이카의 긴축통치를 변혁할 수 있다는 공약을 내걸고 총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시리자의 전략이 더 이상 희망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시리자 정부가 [합의문]을 통해서 4개월 동안 시간을 벌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에 의존해야 하고, 트로이카의 관리 감독 하에 있는 시리자 정부는 여전히 채무 변제에 필요한 돈을 구하느라 전전긍긍할 것이고, 그리스 경제는 물가와 고용이 동시에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이런 경제 성장 둔화로 세금 납부 역시 저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의 대안은 무엇인가? 라파비차스는 다가올 6월말에 예정된 트로이카와 시리자 정부와의 협상에서는 2월과 같은 ‘유로존 개혁’ 전략과 다른 방법을 쓸 것을 제안한다. 왜냐하면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을 개혁할 수 없고 유로존 역시 친-노동자 노선을 걷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라파비차스의 제안은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와 2014년 9월 [테살로니키] 시리자의 공약이 현실정치에서 양립할 수 없다는 판단에 기초해 있다.

라파비차스의 해법은 그의 지난 5년간 주장을 고려해볼 때, 지금 시리자 정부가 주력해야 할 일은 트로이카로부터 경제 주권을 되찾아오는 것이고, 테살로니키 공약을 실천해서 대중의 신뢰를 받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2) 쿠벨라키스

스타티스 쿠벨라키스(Stathis Kouvelakis)는 영국 킹스 칼리지에서 정치이론을 가르치고 있고 현재 시리자의 중앙위원이다. [자코뱅]지에 “그리스의 대안”이라는 제목으로 합의문에 대한 평가서를 제출했다.(20) 그는 이번 [합의문]은 애초 시리자 목표인 긴축통치 <메모랜덤>을 종식시키는 방향은 아니었다고 박한 점수를 줬다.

쿠벨라치스

쿠벨라키스

쿠벨라키스 역시 라파비차스와 마찬가지로 그리스 정부의 권한이 트로이카 (합의문에서 트로이카를 제도 institution로 부르기로 함) 하에 종속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이번 합의문에서 적시된, “유럽 재정안정기구(EFSF) 기금과 그리스 국채로부터 발생한 2014년 증권시장프로그램(SMP)이전 수익 몫 19억 유로를 그리스 정부가 사용하고자 할 때는 유로그룹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그 예로 제시한다.

쿠벨라키스는 이번 2월 협상은 성공한 게 별로 없다고 평가한다.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 시리자 협상단은 트로이카의 감독과 회계감사를 포함한 평가를 받지 않고, 그 대신 유동성확보와 균형 예산을 통해서 트로이카와의 <메모랜덤> 을 이행하기 위해서 4개월 ‘브릿지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러나 트로이카는 이러한 제안들을 다 거부했다. 오히려 [합의문]에서 “그리스 정부가 채권자에 대한 재정적 의무를 기일을 넘기지 않고 제 때에 충실히 준수할 것을 재차 다짐한다”는 조항은, 트로이카의 <2010 메모랜덤>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고, 시리자의 목소리, 즉 부채 탕감 부채 감소는 사라지고 없어졌다는 것이다.

쿠벨라키스는 결국 이번 2월 20일 <합의문>은 “2016년 GDP의 4.5%에 해당하는 기초재정 흑자를 통해서 빚을 갚을 것, 공공 재산의 사유화 촉진할 것, 채무 변제를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할 것” 등을 골짜로 한 2012년 11월 신민주당 (ND) 사라마스 정부와 트로이카 사이에 맺은 합의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다.

2015년 2월 20일 합의문은 위 3가지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다만 다른 점은 기초재정흑자(PS) 기준을 2015년 그리스 경제 상황을 참작해서 트로이카가 조정할 수도 있다는 문장을 삽입한 대목이다.

쿠벨라키스뿐만 아니라, 이번 [합의문]에서 그리스 시리자 정부에게 가장 불리한 조항이라고 지적되고 있는 조항은 다음과 같다. “트로이카(제도들)가 이미 평가해놓은 재정목표, 경제 회복, 재정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어떠한 정책이나 구조 개혁을 그리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바꿔서도 안되고, 또한 트로이카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원상복귀시켜서도 안 된다.”

쿠벨카키스는 결론적으로 이러한 불공평하고, 본질적으로 2010년 구제금융 시 맸었던 <메모랜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는 [합의문]을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첫 번째, 그리스 정부가 채무 변제를 중단할 것, 두 번째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전략적으로 고려할 것, 세 번째 독일과 승전국 사이에 맺었던 [1953년 런던 협약]와 같은 방식으로 그리스 국가 채무를 해결 할 것 등이다.

“그리스의 대안” 기고문에서 쿠벨라키스가 지적하고 있는 또 한 가지는, 2014년 9월 시리자의 테살로니키 프로그램 실현을 위한 재원의 50%는 유로존에서 빌린 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는 시리자 정부가 유로존에 잔류하면서 동시에 긴축통치를 철회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치프라스 등 시리자 지도부는 이제 그러한 시리자의 전략적 오류를 은폐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제안한다. 따라서 2월 [합의문]이 승리나 성공이라고 치프라스가 평가한다면, 그것은 그리스 속담처럼 “육류를 물고기라고 속이는” 꼴이라는 것이다. 지록위마(사슴을 말이라고 부르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쿠벨라키스의 적극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쿠벨라키스는 2월 26일 [자코뱅]지에 실은 “철수의 현실”라는(21) 기고문에서는, 2월 [합의문]이 성공이 아니라 실패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유로존 탈퇴 (전략적 그렉시트)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사고할 때라고 주장한다.

그는 시리자 다수파의 세 가지 궤변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첫 번째 잘못된 논리는 “그렉시트는 대안이 아니다”, 두 번째 잘못된 논리는 “유로존에 잔류하면서 긴축통치에서 해방될 수 있다”, 세 번째 잘못된 논리는 “에티엔 발리바르(Étienne Balibar)나 산드로 메자드라(Sandro Mezzadra)가 주장하는 것처럼 보편적 유럽주의가 그리스 주권보다 더 중요하다” 등이다.

그는 시리자 다수파가 희망을 걸고 있는 긴축반대 데모의 유럽 전역으로 확산, 그리고 12월에 있을 스페인 선거에서 포데모스의 승리도 지금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오히려 지금은 그리스 한 국가 단위에서 변혁 전략도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그리스 주권에 기초한 국제연대를 지향해 나가는 것이 보편적 유럽주의보다 더 바람직하다고 쿠벨라키스는 주장한다.

시리자의 총선 승리 이후 2월 25일까지는 트로이카와 협상 마라톤이었다면, 그 이후 2주간은 시리자 내부 토론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과연 시리자는 자신들이 비판했던 신민주당, 범 그리스 사회주의자 운동(PASOK), 그리스 공산당(KKE) 등의 당 관료주의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내부 이견을 조정해내는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바루파키스의 시리자 내부 토론의 특성인, ‘왁자지껄 시끄러운 카카포니’ 가족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인가? 그 내부 토론을 잠시 들여다 보자.

3) 시리자 내부 토론 소개, 시리자 의원 총회와 중앙위원회에서 [합의문] 평가

2월 25일 치프라스는 [합의문]에 대한 경과 보고와 토론을 위해 시리자 의원 총회를 소집했다. 총회는 격렬했고, 12시간 동안 열렸다.

시리자 중앙위원인 마탈리스 (Sotiris Martalis)에 따르면, 이날 시리자 의원 총회에서 총 149명 중 140명이 [합의문]에 대한 정견발표를 했으며, 26일까지 진행된 회의에 끝까지 자리를 지킨 120명 중에 30명 넘는 의원이 합의문에 대한 반대 혹은 기권을 했다고 한다.(22)

이날 의원 총회에서는 [생산재건 환경 에너지] 장관인 라파나지니스(Panagiotis Lafanazis)는 [합의문]에 기권표를 던졌다. 또한 그리스 정치사에서 두 번째 여성 국회의장인 콘스탄토푸루 (Zoe Konstantopoulou)가 [합의문]에 반대했다.(23)

치프라스와

콘스탄토푸루 (오른쪽)와 시리자 대표 치프라스 (왼쪽)

특히 시리자 내부 30%~35%를 차지하는 [레프트 플랫폼]이라는 정파의 대표격인 라파자니스는 2월 유로그룹과 협상 과정에서 유로그룹에 앞서 시리자 내부에 먼저 협상 결과를 보고하지 않는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의 민주적 소통능력에 대해서 문제 삼은 것이다.

시리자 의원총회에 연이어 시리자 중앙위원회은 2월 28일과 3월 1일 이틀간에 걸쳐 개최되었고 [합의문]에 대한 평가와 향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라파자니스는 [합의문]에 반대하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그는 2월 25일 치프라스가 소집한 시리자 의원 회의에서 [합의문]이 테살로니키 공약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24)

라파나치스

라파나지스

또한 라파자니스는 치프라스가 임명승인한 대통령 파블로푸로스(Prokopis Pavlopoulos)의 정치노선에 찬성하지 않지만, 치프라스의 결정에는 동의한다면서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25) 그러나 시리자 중앙위원회에서 [레프트 플랫폼] 대표격인 라파자니스의 수정안은, 표결 결과 찬성 68표, 반대 92표, 기권 5표로 부결되었다.

이날 시리자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유로그룹-시리자 [합의문]에 대한 비판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현재 그리스가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하고, 6월 말까지 남은 4개월 동안 최대한 시리자 정부의 공약이 유로그룹과의 협상에서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시리자 중앙위원회는 의견을 모았다.

다음은 2월 20일 합의문 발표 이후, 그리스 언론에 많이 회자된 두 노익장의 평가를 들어보자. 이들의 평가는 그리스 대중들의 인식의 주요한 부분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4) 2차 세계 대전 반-나치 투쟁, 군사 독재 타도 운동에 참가한 노익장들의 평가

세계적인 작곡가로 알려진 올해 90세인 테오도라키스 (Mikis Theodorakis)는 시리자 정부 출범 이후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가 유로그룹과의 협상에서 그리스인으로서 자긍심을 보여달라고 한껏 기대를 표명했다.(26)

그러나 2월 20일 [합의문]에 대해서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시리자 협상팀이 트로이카의 목죄기 전략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스 민중의 힘을 최대한 동원해서 동독일 재무장관 쇼이블레의 ‘거부’를 더 강력하게 ‘거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27)

또한 2차 세계대전 독일 침공 시,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광장에 그리스 깃발을 게양해 그리스 영웅으로 추앙받은 글레조스 (Manolis Glezos) 역시 [합의문]은 ‘트로이카’를 ‘제도들 institutions’라고 이름만 둔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92세의 나이로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2위와 43만표 차이로 압도적으로 시리자 의원으로 당선된 글레조스는 유로그룹과의 [합의문]은 사실상 시리자 공약의 후퇴인데 승리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그리스 대중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28)

이러한 시리자 내부 평가들과 별도로 그리스 공산당 (KKE)은 유로그룹과 시리자 정부의 [합의문]은 그리스 대중의 우롱이라고 폄하했다.(29) 쿠춤바스 (Dimitris Koutsoumbas) 그리스 공산당 총서기는 이번 [합의문]은 긴축통치 2010 <메모랜덤>과 동일하기 때문에, 그리스 의회에서 이 <메모랜덤>과 이행 합의문 폐지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시리자 안팎으로 유로그룹과의 [합의문]에 대한 평가와 비판들은 쏟아지고 있지만, 그리스 대중들은 아직 시리자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고 여전히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그들도 그리스 현 정부가 처한 쫄쫄 굶을 만큼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4. 시리자 정부가 처한 긴박한 재정 현실에 대한 치프라스-바루파키스 협상팀의 대응

1) 그리스 시리자 정부, 돈줄이 마르다

이러한 시리자 안팎의 평가와 비판에 대해서 시리자 정부 재무장관 바루파키스는 3월 9일 월요일 브뤼셀에 있을 유로그룹 회의에 제출할 6개 개혁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유로존 탈퇴 그렉시트를 주장하는 라파비차스의 입장에 대해서, 바루파키스는 그리스가 트라크마로 회귀하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시리자 협상팀은 유로그룹과의 협상에서 유로존을 개혁할 ‘신 유럽 뉴딜’을 제안할 것이라고 재차 다짐했다.(30)

또한 유로그룹과의 합의문에서 가장 큰 이슈로 등장한 조세 제도에 대해서도, 부가가치세 (VAT)는 현행 23%에서 15~16%로 낮춰 국내 내수를 진작시키겠다고 발표했다.(31) 그리스 대중들에게 오스만투르크 점령 당시 그리스 민중들의 공공의 적이었던 ‘하라치 haratsi’(32)라고 불리고 있는 단일 부동산 재산세(ENFIA)를 2~3개월 안에 폐지하고, 그 대신 부자들에게 재산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시리자 내부 [레프트 플랫폼]의 합의문 비판, 그리고 다시 언급되고 있는 유로존 탈퇴 그렉시트 전략에도 불구하고, 시리자 중앙위원회에서 6월 말까지 트로이카와 협상에서 시리자 노선을 관철시키자고 의견을 잠정적으로 모은 데에는 그리스 정부가 처한 재정 위기의 심각성 때문이다.

당장 그리스 정부는 3월에 70억 유로가 필요하다. 지난 금요일 3월 6일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16억 유로, 1년 미만 단기 국채 (T-bills) 갱신 비용으로 30억 유로, 그리스 국채 이자 7억 5천만 유로, 공무원 임금, 연금, 기타 정부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70억 유로가 긴급히 필요하다. 재무부 실무자들은 시간 촉박을 호소하고 있다.

2) 시리자 정부의 새로운 협상안들은 무엇인가?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시리자 정부는 유럽중앙은행(EBC)에 그리스 국채 수익 19억 유로를 국제통화기금(IMF)에 직접 갚아 달라고 요청한 상태이다. 또한 유로그룹과의 협상 이전부터 재무장관 바루파키스는 시리자 정부의 재정 마련을 위해서 단기국채(T-bills) 1년 발행 한도를 현행 150억 유로에서 250억 유로를 80~100억 유로 정도를 더 늘려줄 것을 트로이카에 요구해오고 있다.(33) 3월 9일 월요일 브뤼셀 유로그룹과의 협상을 앞두고 독일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치프라스는 단기 국채 (T-bills) 발행해서 그리스 정부가 재정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34)

바루파키스는 “돌멩이에서 피를 뽑아서라도 빚을 갚겠다”(35)고 했지만, 그리스 정부는 돈이 빠듯한 게 현실이다. 2015년 1월 세수 수입 목표액은 45억 유로를 예상했지만 실제 정부 세수 수입은 34억 유로에 그쳤다. 1월 정부 재정 수입도 당초 목표액은 13억 7천만 유로였으나 4억 4300만 유로만 걷혔다. 재무부 차관 발라바니(Nadia Valavani)는 1월 세금 미납자는 2월까지 납부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36) 심지어는 바루파키스도 2~3개월 후에 폐지하겠다던 단일 부동산 재산세 (ENFIA)에 대해서도 시민들이 애국주의적인 생각으로 폐지 직전까지는 납세를 해달라고 요청할 정도이다.(37)

그렇다면 3월 9일 이후 유로그룹과의 제 2 라운드 협상에서 치프라스-바루파키스는 어떠한 대안을 가지고 임할 것인가?

바루파키스는 오는 6월과 8월 사이에 그리스 정부가 유럽중앙은행(EC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을 포함해서 채무 변제를 위해서는 115억 유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채무 동의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유로그룹 등 파트너들도 그리스로부터 ‘트로이카’를 듣기 싫어하고, 채권자들도 ‘빚탕감(헤어컷)’이라는 말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 단어들을 쓰지 말자고 제안한다.

그 대신에 만기 1년 미만 국채(T-bills) 수익률을 그리스 명목 GDP와 연계하는 “스왑”을 바루파키스는 제안한다. 그 이유로 지금 그리스 경제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목 GDP를 끌어올리는 것이고 그래야 빚을 갚을 수 있고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그리스처럼 임금(소득)과 물가가 동시에 하락하는 것은 경기침체의 신호라고 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명목 GDP를 증가시켜야 한다고 제안한다.(38)

이러한 단기국채(T-bills)와 명목 GDP와의 연계하는 “스왑” 이외에, 바루파키스는 현재 유럽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국채를 ‘영구 채권’으로 전환시켜,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을 100년 이후에도 갚아나가는 방식을 제안한다. 시리자 정부의 기초재정 흑자를 높이기 위한 방책인 것이다. 시리자는 총선에서도 유럽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600억 유로 상당의 국채를 양적 완화 (QE) 방식으로 구조 조정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우파에 가까운 파파니코스 (Gregory Papanikos) 교수는 바루파키스의 “스왑” 채택 시, 2014년의 경우 그리스 정부는 75억 유로의 이자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2014년 그리스의 실질 GDP는 0.6% 증가했지만, 명목 GDP는 0.9% 감소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그리스 정부는 “스왑” 계약에 따라 단기국채(T-bills)의 이자를 채권자들에게 지급할 필요가 없게 된다.(39)

이처럼 시리자에게 관건은 정부가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런데 3월 9일 이후 유로그룹과의 협상에서 이러한 새로운 시리자 정부의 채무 구조 조정안이 수용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런 스왑 제안을 하게 된 배경에는 2월 20일 유로그룹과의 [합의문]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바루파키스가 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한 대로, 탈세 탈루와의 전쟁에서 성과가 단기간에 달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일례로 스위스 은행에 그리스인의 예금 총액은 600억 유로에 육박하고 이 3만명 계좌 중, 2천명은 금융 소득에 대한 탈세를 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일차적으로 2014년 2월 스위스 재무장관 에펠린 비트메 쉬룸프는 2천명에 대한 탈세 조사에 협조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리자는 이에 대해 향후 더 강경하고 적극적으로 탈세를 추적할 계획이다. 하지만 탈세 방지와 조세 정의 실현에는 시간이 걸린다.

시리자가 내세운 민주주의 실천의 핵심들 중에 하나는 시민들을 시리자 이념으로 ‘지도’하려 하지 않고, 참여 통로를 열고 그들의 목쇠를 낼 공간들을 열어주는 도우미 역할이다. 또 다른 시리자 방침은 행정 고객주의에 대한 반대이다.

다시 말해서 군부 타도 이후 지난 40년간 그리스 정치를 지배해온 양당 체제, 범그리스 사회주의자 운동(PASOK)과 신민주당 (ND)의 정치 행태는 유권자를 ‘행정 고객’으로 간주하면서 수동적 시민으로 전락시켰다고 시리자는 비판한다.

시리자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 협상팀을 찬성하건 비판하는 입장이건 모두 동일하게 주장하는 것은 시리자가 대중의 힘을 믿고 테살로니키 프로그램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그리스 여론은 어떠한가? 또한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주요하게 설득시키고 연대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독일 여론은 어떠한가를 관찰해보자.

5. 독일과 그리스의 여론 동향, 2월 20일 [합의문]에 대한 여론조사

우선 독일 여론을 살펴보자. 2월 27일 독일 여론조사 결과를 체데에프(ZDF) 방송에서 발표했다.(40)

“2월 20일 [합의문]을 그리스가 잘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설문에 응답한 독일인들 중 26%는 예, 71%는 아니오라고 답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미래 예측을 했다. 독일 정당 지지자별로는 보수파인 기민련/기사련 지지자는 75%가 ‘아니오’, 사민당(SPD) 지지자의 65%, 좌파당 지지자는 47%, 녹색당 지지자는 67%, 그리스 금융지원에 가장 부정적인 정당인 대안독일(AFD) 지지자는 91%가 ‘아니오’라고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독일 여론조사

독일 여론조사

두 번째 질문 “[합의문]에서 그리스에게 요구한 긴축 지침 가이드 라인은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대해서, ‘요구 내용이 너무 많다’는 24%, ‘너무 적다’는 13%, ‘적절하다’는 54%, ‘모르겠다’는 9%로 나타났다. 진보적인 독일인의 경우 ‘너무 많다’고 답변하고 민족주의적 태도를 취한 독일인의 경우 ‘너무 적다’고 답한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여론조사2

독일 여론조사2

한편 2월 20일 [합의문] 이후, 그리스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시리자에 대한 지지는 42.1%로 2월 14일 여론조사에서 획득한 45.3%보다 대략 3% 정도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2위인 신민주당은 이번 3월 1일 조사에서 18.3%를 기록, 2월 14일 18.4%와도 거의 변동이 없었다.

시리자 지지율

그리스 정당들의 지지율.

시리자 정부가 유로그룹과의 협상에서 보여준 기술적인 실수, 2014년 테살로니키 프로그램에는 미치지 못하는 [합의문] 결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여전히 시리자 정부에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이번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다

쿠벨라키스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여론조사 자료에 따르면(41), 여론조사 응답자의 70%가 2월 20일 유로그룹과의 [합의문]에 대해서 그 이전 사마라스 정부와 비교해서 ‘매우 좋아졌다’ 혹은 ‘더 낫다’고 답했고, 39%는 과거 <2010 메모랜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그리스 여론조사

그리스 여론조사 : 2월 20일 유로그룹과의 협상 결과에 대해서

응답자 44%는 시리자 정부가 유럽연합(트로이카)와의 협상할 때, 자본 통제라는 측면에서 보다 더 강경하게 협상을 해야 한다고 답했고, 반면 52%는 자본 통제에 반대했다. 응답자의 38%는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각오하고서라도 유럽연합과 협상을 더 강경해야 한다고 답했고, 60%는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반대했다.

이러한 그리스인의 여론 동향을 고려할 때, 앞으로 6월말까지 계속될 시리자 정부와 트로이카와의 협상 라운드에서, 시리자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서 보다 더 많은 성과를 가져와서 현재 그리스가 처한 경제 위기를 타결해 줄 것을 그리스인들은 바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6. 결어 : 시리자는 정치적 실험대 위에 올라 있다.

시리자의 가장 큰 숙제는 주어진 시간 안에 빈곤선으로 전락한 인구 3분의 1을 자립 자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일례로 사하라 사막 이남 가난한 아프리카 난민을 돌봐야 할 자원봉사 의사들 일부가 지금 그리스에 들어와서 봉사활동을 펼칠 정도로 공중 보건 제도가 파괴되었다. 동네 마을 의사 협동조합이 생겨나고 있지만, 시리자 정부가 이러한 시민들의 자립 자활 노력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복구해 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이처럼 시민들의 ‘기대-결과’ 사이의 격차를 최소화시키는 정책적 효과를 단기 중기적으로 만들어 내야 시리자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시리자 내부의 이견들, 대표적으로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전략적으로 주장하는 그룹과 유로존 안에서 개혁을 추구해야 한다는 그룹들 간의 생산적인 합의를 내올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시리자 내부 민주적 리더십과 통일성을 높여야 트로이카와의 협상에서도 시리자의 프로그램을 관철시킬 수 있다.

세 번째는 3월 7일 시리자 외무부 차관 차칼로토스가 아일랜드 신페인 (Sinn Fein)을 방문해 스페인 포데모스와 같이 연대해 세상을 바꾸자고 연설을 했고,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이처럼 시리자 정부는 유럽 내 다른 국가들의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내고 연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리스 시리자 정치 노선에 대한 평가는 무지개처럼 다양할 수 있지만, 시리자의 정치적 실험이 좌초하게 되고 트로이카의 긴축통치가 연장된다면, 그리스에서는 과거보다 더 혹한의 신자유주의 광풍이 황금여명처럼 몰려올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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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채무구성

그리스 국가 채무 구성

[그림설명] 그리스 국가 채무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그리스 국채 발행이고, 다른 한 구성은 대출이다. 그리스 국채는 유럽중앙은행이 550억 유로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2050억 유로는 투자 펀드, 국부 펀드, 헤지 펀드, 그리스 은행, 타 유럽 국가 은행들, 그리스 사회 보험 펀드, 유럽 보험사 등이 소유하고 있다. 950억 유로에 해당하는 대출 부문은 유럽 국가들 530억 유로 (이 중에 독일이 150억 유로를 대출해 최대 채권국가이다), 국제통화기금 (IMF)가 200억 유로, 기타 220억 유로로 구성되어 있다 

<단어 보충 설명>

1. 그리스 제 1차, 2차 구제금융 내역은?

그리스는 2010년 트로이카와의 <메모랜덤>을 통해서 1100억 유로를 금융지원 받았고, 2012년 그리스는 유럽재정안정기금 (EFSF) 1447억 유로와 IMF로부터 198억 유로, 총 1645억 유로(208조)를 추가로 제 2차 구제금융을 받았다.

2. 유로그룹(eurogroup)이란?

유로존에 가입한 19개국 재무장관들의 회의를 가리킨다.

네덜란드 노동당 소속 재무장관 예룬 데이셀블룸이 유로그룹 의장이다. 유럽위원회를 대표해 현재 그리스와 채무 협상을 벌이고 있다.

3. 유럽 재정 안정 기금 (EFSF: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이란?

출처: http://www.efsf.europa.eu/about/index.htm

프랑스는 유럽재정안정기금 (EFSF)를 은행으로 전환하고, 유럽중앙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서 그리스 구제금융을 제안한 바 있지만, 메르켈이 다른 나라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고 불공정을 이유로 반대했다.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재정 지원을 위해 2010년 6월 창립되었다.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한 재원 마련은, 유럽 국가들 국채 발행 및 자본 시장에서 채무증권 (담보 증권 debt instruments)발행하는 것이다. 2012년 10월 8일부터는 항구 구제 메커니즘 (제도), 유럽 안정 기구 (ESM: European stability Mechanism)를 가동시켜 사이프러스와 스페인을 금융지원하기로 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는 2015년 2월말까지만 연장 운영하고, 다른 국가 지원은 없다. 그 이후는 채무 국가로부터 상환받기 위해서만, 즉 채권 원금과 이자 상환이 만기 연장될 때 한시 운영한다.

시리자 주요공약

시리자의 주요 선거 공약 :최저임금 751 유로로 복귀와 30만개 일자리 창출

4. 시리자가 2014년 9월에 발표한 <테살로니키 프로그램> 기조 틀 부분 번역

협상의 맥락과 내용 요약

1) 공공 부채 탕감. 1953년 독일과 2차세계대전 승전국들 사이에 맺었던 런던 협정에 의거해서 그리스 국가 채무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를 재건시킨다.

2) 빚 탕감 이후, 나머지 빚을 갚아 나가갈 때, <성장 조항>에 의거해서 나머지 채무 변제를 해결한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 경제가 회복되고 성장하는 것에 비례해서 빚을 순차적으로 갚아나갈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3) 모라토리움 (빚 채무 지불 일시 중단) 기간을 허용해서, 이 기간 동안에 경제 성장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다.

4) 안정과 성장 협약 (the stability and growth pact) 제한 조건들에서 공공투자 부문은 삭제할 것.

배경 설명: 2010년 그리스가 <메모랜덤>, 그리스 정부 채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트로이카[Troika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EC), 유럽중앙은행 (ECB), 국제통화기금(IMF]가 그리스에 긴급 구제금융을 해주고 그 대신 그리스 경제 구조 조정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5) 유럽 투자 은행 (EIB) 이 재정 지원을 하는 공공 투자의 <유럽형 뉴딜>을 실시하자.

6) 유럽중앙 은행이 양적 완화 (QE)을 통해서, 그리스를 비롯한 채무국가들의 국채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하자.

7)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강제로 빌려간 돈을 되돌려 달라. 시리자가 집권하면 독일 나치 강제 대부금의 상환을 주요한 현안으로 다룰 것이다.

1)~7) 해법들은 그리스인들 전체를 살릴 수 있는 방법들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그리스 채무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한다. 경제 성장을 이룩함과 동시에 이를 기반삼아 빚을 갚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기초재정 흑자(primary surplus)를 통해서 빚을 갚아나갈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 후자 방법은 그리스인들의 소득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1)~7)과 같은 계획을 실천하면서, 우리 시리자는 그리스 경제를 회생시키고 생산적 재건을 수행하고자 한다. 경제 회생과 국가 재건의 방법들을 다음과 같다.

(1) 최소한 40억 유로를 공공 부문에 투자한다.

(2) 2010년 <메모랜덤>이 가져온 사회적 부정의들을 점진적으로 원상회복시킨다

(3) 소득과 연금을 점차적으로 원상회복시켜 소비와 수요를 진작시킨다.

(4) 중소기업들에 고용 창출을 지원하고, 그들이 고용과 친환경적 생산을 실천하면 정부는 그 중소기업들에 에너지 비용을 보조할 것이다.

(5) 지식, 연구와 개발, 신 기술 분야 투자를 늘리고 젊은 과학자들을 지원할 것이다. 이를 통해서 그리스 두뇌유출을 막고,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그리스 젊은 과학자들이 그리스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한다.

(6) 복지국가를 다시 건설해 나가고, 법치를 복원시키고, 능력주의 국가를 만들어 나가도록 한다.

우리 시리자(Syriza)는 위와 같은 지향과 방법을 가지고 트로이카와 협상을 해 나갈 것이고, 가능한 최대한도로 유럽인들과 정치적으로 연대할 것이다.

필자소개
원시
캐나다 요크대학과 토론토대학에서 민주주의 이론, 비교 정치, 정치경제학, 정치철학을 전공했다. 역서로 '글로벌 슬럼프' (2011. 그린비 출판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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