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불법파견 해법,
그 기준은 대법원 판결이어야
    2015년 03월 06일 02: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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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회사 내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마침 사내방송에서 2월 26일, 27일 사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채용된 기술직 사원들의 ‘입사식’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경주 현대호텔에서 회사 사장과 중역들 그리고 신입사원과 그 가족들이 참석해서 꽃다발도 받고, 포프먼스도 하고, 회사 사장과 중역이 일일이 사원증을 달아주는 등 요란(?)한 입사식이 방송되고 있었는데 내 옆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하던 대리와 과장이 이런 대화를 주고 받는다.

“0과장님, 우리 대졸 사원들은 입사할 때 꽃다발도 하나 안 주던데 저분들은 입사하는데 왜 저리 호들갑을 떱니까?”

“어이, x대리, 니는 그 이유를 모르나. 대졸 사원들은 현대자동차에 입사하면 회사가 ‘너그들 입사시켜 줬으니 앞으로 회사에 열심히 충성해라’ 이러는 거고, 저 사람들에게는 ‘회사에 입사를 시켜 줬으니 앞으로 회사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노조 말 듣지 말고 회사 말 잘 듣고 많이 도와주소’ 이런 뜻 아니겠나”

대충 이런 대화였는데, 듣고 있는 나도 씁쓸한 웃음이 나왔지만 속으로는 궁금했다.

‘회사는 왜?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로 근무하다가 정규직으로 특별 채용된 저분들에게 7주간 호텔에 가둬놓고 교육을 시켜주고, 부모님들까지 호텔에 불러다가 저리 요란스럽게 입사식이라는 걸 할까?

혹시, 그동안 임금이나 복지 혜택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불법적으로 파견노동자로, 비정규직으로 사용해온 회사가 미안하니까? 아니면, 앞으로 정규직 시켜 준 회사에 고맙게 생각하고, 회사 말 잘들어라꼬?’

입사식

*현대자동차 홍보물에 실린 입사식 관련 사진과 기사

최근 울산지역 모 일간지에 현대차 정규직 채용과 관련 글이 실렸는데 그 글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현대차 하청 직원만이 누리는 혜택이 바깥에서 일자리를 갈구하는 취업 준비생들에겐 ‘절망’으로 여겨질 수 있어서다. 최고의 대우를 받는 정규직 선발을 특정인만을 대상으로 한 것 자체가 그렇다. 이번 신입사원을 비롯해 현대차 정규직으로 선발된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잠시라도 했을까 모르겠다…. ‘취업 준비생의 희망을 뺏는 하청노조’라는 비난이 더 이상 고조되지 않도록 조용히 그리고 고마운 마음으로 문을 두드리는 게 맞을 것 같다.”

물론 그 신문에서 비정규직지회를 까는 대목도 눈에 띈다.

“오죽했으면 불법파업 등 집단행동에 가담했다가 해고된 사내하청 근로자까지도 지도부의 독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결별을 선언하고 복직을 하겠다고 했을까. 해고 이후의 핍박한 삶을 책임져 주지도 않았고, 자기의 소중한 미래를 일부 ‘독선자’에게 맡길 수 없다는 배신감과 절박감이 묻어난다.” 우리 김성욱 지회장이 ‘독선자’가 되었구나?

참,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끼리 어찌 이리 생각이 다를수 있는지.

2월 26일, 대한민국 대법원에서 “현대자동차 의장부, 차체부, 엔진공장, 엔진서브 공정에 근무하는 비정규직은 파견노동자가 맞다. 따라서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는 제조업 직접공정에 파견노동자를 투입해 사용했으니 불법파견이다. 그리고 불법파견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내업체 최초 입사일 기준 2년이 경과한 다음날부터 정규직 지위가 인정된다”고 판결을 내렸는데,

“생산공장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하라”는 비정규직지회의 요구가 잘못된 것일까? 대법원의 판결 수준보다 더 낮은 조건으로 정규직에 채용된 그분들에게 ‘조용히’, ‘고마운’ 마음으로 끽소리 말고 회사에게 ‘정규직으로 입사시켜 달라’고 문을 두드려라?

이번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특별채용된 399명의 신입사원들도 마음이 뒤숭숭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이 입사식을 하던 26일, 대한민국 대법원은 아산공장 의장, 차체, 엔진, 엔진서브장에서 근무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원고 김진규는 2003. 5. 25.부터, 원고 심수진은 2002. 2. 14.부터, 원고 김기식은 2002. 8. 1.부터, 원고 오지환은 2002. 8. 5.부터 각각 직접 고용이 간주됨으로써 피고(현대자동차)의 근로자 지위에 있게 되었다.”고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결을 기준으로 보면 이번에 입사한 399명의 신입사원들도 본인들이 사내업체에 최초로 입사한 지 2년이 지난 다음날부터 정규직 지위가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현대차 최초 입사일을 그날로 잡아야 하고, 근속과 임금(호봉)도 당연히 그날을 기준으로 정상적인 복지와 호봉이 책정되어야하고, 그날부터 지금까지 정규직과 차별을 받으며 덜 받았던 임금만큼의 체불임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것이 ‘법치주의’ 대한민국의 상식이다.

그런데 399명의 신입사원들은 근속(복지)과 임금(호봉) 적용에서 최초입사일 기준 1/3수준정도밖에 인정을 못받았고, 체불임금에 대해서는 회사의 입사지원 조건에 따라 소송조차 포기한 상태고, 주간연속 2교대제 관련 임금 보전수당조차 지급대상이 안되는 조건으로 입사를 했다.

그러니, 이분들도 정규직으로 된 것은 ‘기쁜 일’일지 몰라도, 대한민국 법원 판결 기준보다 낮은 조건으로 정규직이 된 데 따른 불만과 ‘억울함’이 치밀고, 아직도 투쟁 중인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도 동병상련의 정 때문에 ‘미안함’도 일부 생기게 마련이니 어찌 마냥 기쁘기만 했겠는가?

근추위

이미 현대자동차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로 있다가 정규직으로 채용된 노동자들 중에 노동자 권리 박탈하는 현대차 자본에 저항하는 “근로조건 원상회복 투쟁위원회”가 구성되어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해 공개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8일 소속 조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 수련회를 개최해 노동정세와 비정규직 투쟁 역사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호봉 정정소송(정상적인 근속 인정을 못받음)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회사 측이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불법파견 중단과 불법 파견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과 체불임금 지급을 거부하고, 8.18합의와 같은 수준으로 특별채용을 한다면 이는 앞으로 두고두고 풀어야 할 또다른 숙제로 남을 것이다.

왜?

그분들이 정규직으로 채용되고, 현대자동차지부의 조합원 자격을 가지는 순간부터 기존 정규직과 차별을 받고 있는 임금(호봉)과 근속에 대해서 복지제도를 동일하게 바로잡아 달라는 요구를 하게 마련이다.

또한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서 정당한 처우를 받고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최병승에 이어 아산까지 이어진다(당연히 회사도 대법원 판결 수용한다고 밝힘)면, 회사가 특별채용을 미끼로 내건 입사지원 조건(소송포기, 근속미비, 호봉깍임)때문에 억울(?)하게 손해보는 특별채용자들은 모자라는 부분들에 대해서 바로잡아 달라는 요구가 폭발 할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이 된 수천명의 비정규직 출신 조합원들의 집단적인 “차별철폐” 요구를 누가 부당하다 하겠는가? 노동조합(지부)은 조합원인 그분들의 요구를 받아안고 회사와 교섭과 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당장, 2015년 임단투 요구안에서부터 사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채용된 그분들의 차별해소 요구가 등장 할 것이다.

회사도 더 이상 훗날의 노사관계에 과제를 더 크게 만들어 넘기지말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 출발점은 대법원의 판결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필자소개
박유기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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