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
과학수사의 경쟁시대! 글쎄?
[프로파일러] 좋은 기계와 인력이 정의와 인권 보장하는 건 아냐
    2015년 02월 18일 01: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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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6일 대검찰청에 과학수사부(이하 과수부)가 신설되었다.

그 동안 과학수사기획관과 담당관 3명 정도로 운영되고 있던 조직이, 검사장급 과학수사부장과 기획관 1명, 과장 4명 등 검사 6명과, 전문 인력 124명 등 총 130명으로 확대 개편되어 검찰 내 단일 부서로는 최대 규모의 인력이 투입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과학수사1과(문서 감정 등 범죄수사 관련 감정·감식 담당), 과학수사2과(DNA 및 법 생화학 감식 등 담당), 디지털수사과(전자증거의 수집과 분석 담당), 사이버수사과(사이버범죄 수사지원 담당) 등으로 편성되어 있는데, 특히 사이버수사과는 전국 일선 지청의 사이버 국가안보·금융·경제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하고 있다.

대검과학수사부

이걸 볼 때, 야! 참! 우리나라 세계적인 과학수사의 나라가 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가지시게 될 국민들 많으실 것이다.

그런데 나만의 데자뷰인가? 이런 움직임은 검찰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연인가? 지난 달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지인으로부터 경찰청 과학수사 조직개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경찰청의 과학수사 조직은, 수사국(국장 치안감) 산하에 과학수사센터(센터장 총경)에서 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광역 과학수사팀(기존 경찰서 과학수사팀) 등을 관할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센터가 조만간 과학수사국으로 확대 개편된다는 소식이다. 센터는 총경이 책임을 지고 있는데 반해 국은 치안감이 수장이다. 경찰 계급으로 볼 때 두 단계나 높은 것이다. 이렇게 한 단계도 아닌 두 단계를 뛰어넘는 조직 개편은 행정조직에서도 그렇겠지만 경찰 역사상으로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이는 인력과 예산 등에 있어서 엄청난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물론 짐작하듯이 이 두 권력기관의 이런 움직임에는 깊은 연관성이 있다. 우선 기존 과학수사 체계의 중심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이 있다.

기존 형사사건의 물적 증거 분석은, 국과수(담당 분석실)와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광역 과학수사팀으로 연결된 계선에서 진행된다. 여기에 최근 폭증한 사이버 관련 수사와 관련된 디지털 포렌식 분야는 경찰청 사이버 안전국이 일정 정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비해 검찰에서의 과학수사 분야는 절대적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물론 이는 기소와 공소유지가 주 업무인 검찰에서 굳이 별도의 ‘실제 수사’를 위한 ‘증거분석’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냥 분석된 결과를 서류로 보고 받으면서 경찰 수사를 ‘지휘’하면 충분했는데 왜 굳이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겠는가?

그러나 참여정부 시기 ‘수사권 독립(조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검찰에서도 위기의식이 팽배해지면서 검찰의 자세가 바뀌기 시작했다. 드러내 놓고 하지는 않았지만, 자체적으로 물적 증거를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인력과 장비 등)을 대검찰청이나 일선 검찰청에 조금씩 갖추기 시작했다.(이 때 만들어진 부서들이 마약수사와 관련된 분석, 독물 분석, 문서 분석, 진술분석 등을 담당함.)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규모나 수준은, 오랜 전통과 역량을 가진 국과수/경찰에 비해 비교대상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사이버 관련 범죄가 폭증하기 시작하면서 틈새시장이 생기게 되고 그 과정에서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가 대검찰청에 만들어지게 되었고 이 조직을 축으로 해서 여기에 상대적으로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DNA 분석업무를 붙이고 기존의 분석 부서를 합쳐서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던 중 주지하듯이 작년 초 경찰청(과 경찰대 1기 출신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에서는 경찰대학 산하 치안정책연구소를 확대 개편하여 ‘국립치안과학원’을 만들 계획을 공표하면서 제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국립치안과학원의 위상은 법무부 산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치안/형사 관련) 정책 생산기능과 함께 국과수의 증거분석 기능을 합쳤다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목적은 분명하다. 조만간 다가올 헌법 개정과 그에 맞물린 국가 행정조직 개편에 대비하여 수사와 관련된 조직과 역량을 최대한으로 키울 생각인 것이다.

이미 경찰대 산하 치안정책연구소 확대 개편 예산은 집행 중이고 관련된 인력도 또한 작년 말경 채용이 완료되었다. 물론 이러한 경찰의 속셈을 모를 리 없는 검찰(과 법무부)은 이에 대응하여 지금 논의되고 있는 대검 과수부 신설로 이어진 것이다.

평소 수사의 과학화를 신념으로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수사기관들이 앞 다투어 과학수사 역량을 키워나가겠다고 하는 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주지하듯이 심증은 가지만 물적 증거를 분석하지 못해 눈앞의 범인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환영한다. 진심으로 환영한다.

국과수

국과수의 분석활동 모습(사진=국과수)

그런데 마음 한 구석에 무엇인가 불안감이 드는 것은 왜인가?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과학수사의 능력이 부족해서 원세훈이 1심에서 무죄를 받고 2심에서 유죄를 받았는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이른바 서울시의원 청부살인사건이라고 대서특필된 김형식 사건의 경우 증거분석능력이 부족해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가?

유병언 사체의 신원확인이 늦어진 것이 과학수사 능력이 부족해서인가? ‘정범식씨 변사사건’이 자살로 처리된 이유가 과학수사 능력이 부족해서인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이 무죄가 난 것이 과학수사 능력이 부족해서인가? ‘개구리소년 사건’이 장기미제가 된 이유가 증거분석 능력이 부족해서인가? 대구여대생 강간(교통사고 사망)사건에서 증거능력이 부족해서인가? 이른바 ‘크림빵 남편’ 뺑소니 사건에서 범인을 늦게 검거한 것이 과학수사능력이 부족해서인가? 글쎄?

물론 화성연쇄살인사건, ‘치과의사모녀’ 살인사건, ‘만삭의사부인’ 살인사건 등과 같이 법과학적 기술이 부족해서 수사와 공소유지에 문제가 생기는 사건도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강호순 연쇄살인사건과 같이 부족하지만 과학수사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다행히 범인을 잡은 경우도 있다. 그래서 더욱 과학수사능력이 절실해진 사건도 적지 않다.

그런데 필자가 아는 한, 현실 수사에서 사건 수사가 ‘산으로 가고’ ‘헤매고’ ‘유무죄가 뒤바뀌고’ ‘끝내 장기 미제가 되는 이유’는 증거분석능력이 부족하고 법 과학적 장비가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더욱 중요하게도 수사와 관련된 시스템적인 문제, 수사와 관련된 인적 문제 등이 그보다는 수십 배 더 크게 작용한다.

나도 아는 이 간단한 사실을 경찰 수뇌부, 검찰 수뇌부들이라고 모를까? 아니 그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서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보다, 또한 억울한 누명을 벗기는 것보다, 자신들의 기득권과 권력이다. 그 권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것, 더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것은 보이지도 않고 굳이 보려고도 않는 것이다. 핵심은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본질과 사실을 호도한다. 이번의 경우에도, 대검 과학수사부의 신설에 대해 검찰의 주장은, ‘과학수사의 양립/경쟁’이라는 단어를 구사하고 있다. 즉 지금까지 한국의 과학수사는 경찰, 국과수가 주도해 왔으나 이제부터는 경찰, 국과수와 대검 과수부가 양립하는 체제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한다.

초대 대검 과수부장으로 보임된 김오수 검사장은 “경찰, 국과수는 강력사건처럼 ‘현장이 있는 사건’의 지문 혈흔 등을 주로 분석하고 대검 과수부는 문서 DNA 등을 주로 분석하며 상호 보완하게 될 것이고, 수사기관끼리 경쟁도 필요하기 때문에 국과수와 선의의 경쟁을 하고 상호 점검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왜 양립하여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비판적으로 볼 때 이러한 부서의 신설은 국가예산을 중복 집행하는 것이 아닌가? 굳이 국과수가 현재하고 있는데 왜 그것을 검찰에서 또 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것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하지 않는가? 그 설명이 없다면 세금을 낭비하는 꼴이 될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대답이 그 다음으로 하는 말에 묘(?)하지만 속내가 담겨있다. “원칙적으로 경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국과수가, 검찰 수사는 과수부가 담당하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국과수로 갈 사건을 과수부로 가져올 수도 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 중 검찰총장이 ‘과수부가 담당하라’고 지시하면 그런 사건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판단에 따라서는 실로 엄청난 내용을 담은 이야기일 수 있다. 어차피 (형사소송법 195조, 196조 등에 규정된 바와 같이) 법적으로는 검사가 경찰 수사를 지휘하므로,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경찰, 국과수가 주도했던 ‘형사사건의 수사’를 직접적으로 실질적으로 주도할 수도 있다는 의미도 된다.

지나친 기우라고? 글쎄 그 다음으로 제시된 과수부 운영계획을 보면 이런 의도는 더 이상 기우가 아닐 것이다. 즉, “감정·감식 분야의 최종 기관으로서 수사당국의 과학수사 기법에 대한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일 계획과 수사기법 개발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주지하듯이 지금까지 감정/감식 분야의 최종기관은 국과수였다. 검찰은 이를 대검 과수부로 일원화할 것을 노골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또한 뒷부분을 바꾸어 말하면 현재 국과수의 전문성과 신뢰도가 낮다는 폄하도 담겨있는 것이다.

얼마 가지 않아 법정에 제출되는 형사사건의 감정서 작성 주체가 ‘국과수의 모 분석실’이 아닌 ‘대검 과수부 모 과’가 될 것이라는 선전포고인 것이다. 바야흐로 대한민국 권력기관의 대회전이 눈앞에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주지하듯이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를 오가면서 보궐선거 전후부터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헌법 개정논의는 불가피하다. 이 경우 당연히 그 동안 현실과 일정 정도 괴리되어 있는 여러 헌법 조항과 그 조항에 부속된 법률 조항들에 대한 개선 논의가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한 일인 것이다.

그 중 수사권 독립(조정)에 대한 논의는 이미 예정되어 있는바 양대 권력기관(검찰과 경찰)은 이에 대한 실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 쪽의 움직임은, 국립치안과학원과 경찰청 과학수사국 신설, 경찰 인력의 대폭 증원 등이고, 검찰 쪽의 움직임은, 과학수사부 신설 등이다.

특히 검찰에서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디지털 포렌식 분야를 특화하여, 작년에 논란이 되었던, ‘카카오톡 감청 논란’ ‘실시간 모니터링 논란’ 등 디지털·통신 분야 수사에 관한 법리연구 및 디지털 포렌식(컴퓨터·노트북·휴대폰 등 각종 저장매체 또는 인터넷상에 남아 있는 각종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증거를 찾는 수사기법) 지원과 표준화(법원이 인정하는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을 갖추기 위해 어떻게 수집, 분석, 정리해야 하는지 체계)를 선도하려는 것이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업무적으로 볼 때 이제 경찰에 남아있는 유일한 것은 ‘지문’ 분야 인데 이는 사실 기존 행정자치부의 지문등록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것이므로 검찰이 가지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분야일 것이다. 물론 국과수의 중요한 기능인 법의학 분야 그 중에서도 부검과 관련된 분야가 있기는 하지만 주지하듯이 부검에 대한 지휘를 검사가 하는 현행 체계 하에서 볼 때, 사실상 경찰이 가질 수 있는 것은 지문이 유일할 것이다.)

만약 권력구조 개편과 함께 행정조직(중앙 및 지방) 개편 논의에 불이 붙게 되면, 기존에 제시되었던 수사권 독립(조정)이라는 소형 폭탄이 아니라 자치경찰 분리,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국가범죄국 신설 등과 같은 대형 폭탄들이 같이 터지게 될 가능성도 상존하며 이 경우를 대비하여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머리 좋은 기득권 권력기관들의 ‘개’ 싸움을 보면서 기분이 더러운 것은 나만의 심정이 아닐 것이다.

논의의 중심 즉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떤 기관이 어떤 것을 가져가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스템이 인권의 수호와 정의의 실현에 적합한 것인가? 인데, 아무리 좋은 분석기계와 우수한 인력이 충원된다고 해도 그것 자체만으로 인권과 정의가 실현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걸 ‘쌩쑈’라고 하는 것이다.

필자소개
배상훈
2000년대 중후반 경찰청 범죄심리수사관(프로파일러)과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프로파일링 부서) 재직했다. 현재는 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 교수이며, 국립중앙경찰학교 (수사) 프로파일링 과목 담당 외래교수이다. 화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진보정치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임상병리사와 사회복지사를 거쳐 프로파일러의 삶을 살아온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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