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없는 복지’라는 포퓰리즘
신혼부부 임대주택 둘러싼 새누리, 새정치연합의 공방
    2014년 11월 19일 02: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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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에서 저출산 대책으로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을 지원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새누리당은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18일 “신혼부부에게 집을 무상으로 주는 게 아니라 보다 싼 값에 저렴하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으며, 새정치연합 의원들 역시 새누리당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가세하고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주장이 조금 더 설득력 있다고 보이는 건 착각일까?

주택 마련으로 늦어지는 결혼 연령, 임대주택으로 해결 끝?

새정치연합은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포럼을 출범시켰다.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 10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목표이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의 비판 공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6개월 동안 당내 협의를 거쳐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획기적인 정책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임대주택인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 홍종학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17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서 ‘저출산 사태는 집 문제가 핵심인 것이냐’는 질문에 “핵심은 아니다”라면서 “여성 초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아이를 낳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초혼 연령을 2, 3년 당기면 정책에 효과가 있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물론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이유는 주택 마련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이 한 몫을 차지한다.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 부부도 사회적으로 큰 문제이다. 그러나 결혼 연령만 앞당기면 저출산 문제가 극복된다고 말할 수 없다. 특히 임대주택 100만호를 공급하려면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데, 투입된 예산에 비해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지적들이 제기된다.

신혼부부 임대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의 캠페인 모습(방송화면)

도시 외곽에 건설된 임대주택, 실효성 있을까?

새정치연합은 당장 내년도 예산에 2,432억원을 반영해 3만호의 신혼부부 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3만호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3조6천억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새정치연합은 100만호 공급을 위한 추가 예산은 국민주택기금의 ‘여유자금’ 15조원을 활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추가 증세는 전혀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박근혜 정부는 행복주택 20만호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 입주한 실적은 2천여 건에 불과하다. LH공사의 경우 신혼부부의 특별공급 청약경쟁률이 일반 공급 경쟁률보다 더 낮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심에서 벗어난 외곽지역이기 때문이다.

일단 아이를 낳기로 한 부부는 직장과 아이의 교육 문제 등을 이유로 높은 전세금을 감수하더라도 도심권에 머물길 원한다. 임대주택을 만들어봤자 수요가 없다는 말이다.

놀랍게도 저출산의 원인 진단은 새누리당이 훨씬 더 잘 파악하고 있다. 같은 라디오에 출연한 김현숙 새누리당 대변인은 “주거나 보육 지원만으로 저출산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고용 불안’이다”라고 지적했다.

직장이 없는데 집 있으면 아이 낳을까?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아이가 없는 맞벌이 부부를 일컫는 딩크족 (DINK, Double Income, No Kids)과 난임 부부는 늘고, 미혼모 출산율은 여전히 낮다. 그리고 자녀계획이 있는 부부라 할지라도 1명 이상 낳지 않기 때문이다.

딩크족의 경우 2가지로 분류된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울지라도 자아실현이나 사회 활동을 선호하는 가치관이 높기 때문에 출산을 거부하는 부부도 있지만, 반대로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딩크족을 자임하는 경우도 있다.

미혼모 출산율이 낮은 이유 역시, ‘싱글맘’에 대한 법제도적 대책이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편견은 말할 것도 없다.

출산을 했지만 1명만 낳는 경우는 딩크족들과 비슷한 양상이다. 1명까지는 괜찮지만 2명부터는 힘들다. 높은 자녀 양육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문제를 관통하는 것은 고용 불안과 낮은 임금 문제이다. 맞벌이를 해도 가구 소득이 낮고, 어느 한쪽이 고임금이라 할지라도 다른 한쪽이 다자녀 출산으로 전업주부를 선택할 경우 중산층에서 이탈하게 된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것 역시 취업 연령이 높아지기 때문이며, 여성의 경우 출산 이후 경력단절을 예견한다.

그런데 15평짜리의 임대주택(이라고 하지만 월세를 내는)이 있다고 해서 출산하겠다고 다짐할 부부가 몇이나 있겠냐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복지 포퓰리즘, 그러니깐 새누리당에 까인다

여야 할 것 없이 ‘보편적 복지’를 내세운다. 특히 이들의 공통점은 ‘증세 없는 복지’에 초점이 맞쳐져 있다. 그러다보니 무상급식이 먼저냐, 무상보육이 먼저냐 다툼을 벌인다. 안정적인 예산이 없다보니 발생하는 일이다.

둘 다 필요한 복지이긴 하지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면 무상보육이 먼저이긴 하다. 그렇다고 이미 시행되던 복지 시스템을 중단하는 것도 국민들 입장에서는 황당한 처사이다.

결국 여야가 싸울 일이 아니라 예산 확보를 위한 증세 논의를 시작했어야 했다. 그런데 어느 곳 하나 증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새정치연합이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을 지원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헛발질도 이런 헛발질이 없다. 새누리당이 그동안 야권에게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해온 역사 중 ‘무상버스’에 이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비판이 된 셈이다.

저부담 고혜택 복지 모델, 세상 어디에도 없다

복지국가라는 북유럽에서도 그만큼의 복지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30~58% 정도의 세금을 부담시킨다. 세금을 많이 내는 만큼 혜택도 늘어난다는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보편적 복지를 위한 신중한 논의보다는 너나 할 것 없이 포퓰리즘적 정책만을 내놓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런데 최근 JTBC 여론조사 결과 국민 중 57.9%는 세금 인상에 반대했고, ‘만약 정부가 복지정책을 확대하기 위해 세금을 올린다면 더 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49.4%가 반대했다.

국민들은 ‘저부담 고복지’를 선호한다는 결과이다. 새정치연합의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안 역시 이런 조사결과와 딱 맞아 떨어진다. 왜 하필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주는 것이 저출산 대책이라고 나온 것일까, 라는 의문은 바로 이 지점에서 풀린다. 하지만 증세 없는 복지 모델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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