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가 ‘협동조합’을 만나면?
    [에정 칼럼] 올해는 '모든 이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해'
        2012년 07월 06일 07:30 오후

    Print Friendly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이다. 최근 전 세계 금융위기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경제가 휘청거릴 때, 협동조합이 보여준 저렴하고 안정적인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 능력과 고용 창출 효과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에서도 생활협동조합으로 대표되는 협동조합 운동은 농업을 지원하면서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데 큰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일자리의 창출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 협동조합이 신자유주의화된 세계화 속에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방법이 될 것인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고 기대하고 있다.

    또 올해는 유엔이 정한 “모든 이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해”이다. 전세계인들이 사용하는 에너지량은 점점 더 늘어나지만, 에너지 공급과 소비의 지속 가능성은 점점 더 의문시되고 있는 한편, 근대적인 에너지에 대한 접근의 형평성도 그리 개선되고 있지 못하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보여주듯 핵발전의 위험성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으며, 석유와 석탄 등의 화석연료의 사용은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또한 여전히 전기 조명을 이용하지 못하는 전 세계 인구는 상당하며, 한국에서도 에너지 빈곤의 해결은 주요한 정책과제가 되고 있다.

    협동조합 세계 총회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 경제’ 결의문 채택

    그렇다면, 협동조합은 “모든 이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위해서 어떤 쓸모가 있을까? 국제협동조합연맹(ICA)는 2009년 총회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 경제를 위하여”라는 결의문을 채택하였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기후변화로 농업 생산에 영향을 받으면서 경제 위기 상황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협동조합운동은 에너지 효율화와 재생 에너지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결의한 것이다.

    2011년 국제협동조합연맹 칸쿤 총회(사진=iCOOP생협 홈페이지)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협동조합을 통해서 지역의 에너지 공급과 소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 독과점된 에너지 기업으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여 에너지의 민주화와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의 이와 같은 결의문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 영역에서 활동하는 협동조합의 역사는 오래 되었으며, 몇몇 나라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비중을 차지 하고 있다. 유럽과 북미 지역의 몇가지 사례를 간단히 살펴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미국은 협동조합을 통해서 전력을 공급하는 인구가 전체의 12%에 달할 정도로 에너지(전력) 협동조합의 비중이 크다. 65개의 발전․송전 협동조합(Generation & Transmission Coop.)과 841개의 배전 협동조합(distribution Coop.)은 47개 주의 4천2백만 명에게 전력을 공급하고 있고, 이 사업에 위해 7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전력 협동조합은 미국 배전망의 42%를 소유․관리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에너지 협동조합의 역사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20세기 전반기 미국의 거대 전력회사들은 이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농촌 지역에 배전망을 건설하고 전력을 판매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었으며, 그 결과로 1930년 중반 농촌 가정의 거의 90%가 전력망에 연결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농촌 주민들은 스스로 협동조합을 결성하여 직접 배전망을 건설하여 에너지를 공급받으려고 시도하였다. 마침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마련된 농촌 전력화 사업 기금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런 노력은 큰 힘을 얻게 되었다. 유사한 역사가 아르헨티나 에너지 협동조합에서도 발견된다.

    성공적으로 발전한 미국의 전력 협동조합은 21세기에 들어 에너지 효율화와 재생 에너지 확대라는 도전에 나서고 있다.

    사실 미국 배전 협동조합이 공급하는 전력의 58%는 석탄발전소에서 나오고 있으며, 심지어 17%는 원자력발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2009년 현재).

    그러나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제공을 위해서 변화를 시도하면서, 지역 전력 협동조합의 88%는 재생 에너지원으로 발전된 전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판매하는 전력의 11%가 재생 에너지원에서 나오고 있다(2005년 현재). 또한 92%의 협동조합이 소비자에게 에너지 보존 교육을 실시하고, 77%가 이용자에게 에너지 절약 감사(energy saving aduit)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한편 상대적으로 에너지 협동조합의 역사가 짧은 유럽은 시작부터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1999년 그린피스가 에너지 협동조합(Greenpeace Energy eG)을 결성한 것으로 시작하였다. 그리고 후쿠시마 핵사고가 난 2011년에만 150개의 협동조합이 새롭게 결성되어 2011년 현재 586개의 에너지 협동조합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의 80%가 재생 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다.

    예를 들어 남 헤센 주의 슈타르켄부르크 에너지 협동조합은 380명의 조합원들이 2011년 12월에 2MW 풍력 발전기를 설치해 전력망에 연계하였다. 한편 프라히부그르 에너지협동조합은 거대 전력회사 E.ON의 계열회사인 Thüga AG 주식의 3~10%를 구입하여, 재생 에너지원으로 전력을 생산하도록 개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4000명의 조합원이 22백만유로 출자금을 모았으며, 지역의 협동조합 은행도 이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자문을 제공하였다.

    이것은 독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덴마크에서는 풍력발전 협동조합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1970년대 단 세 가구의 선구자들이 풍력 발전기를 함께 설치하면서 시작되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 풍력 발전 협동조합은 전국적인 운동이 되어 10만 가구 이상의 조합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덴마크의 에너지 협동조합은 자국에 설치된 풍력 터빈의 80%를 설치했으며, 이것은 전국의 에너지 수요량의 10%를 충족시키고 있다. 특히, 총용량 40MW의 20개의 풍력터빈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해상 풍력발전소인 미드델그룬덴(Middelgrunden)도 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다. 8000명 이상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이 협동조합은 풍력발전을 통해서 코펜하겐 전력 수요의 4%를 공급하고 있다.

    협동조합 제품에서 에너지 실태 파악과 효율화 추진

    한편 에너지 협동조합 이외에도 많은 생산자 협동조합과 소비자 협동조합들이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서 나서고 있다. 협동조합은 자신들이 생산․공급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위해서 사용하는 에너지(혹은 온실가스 배출)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효율화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며, 또한 조합원과 소비자들에 대해서 관련 정보 제공과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활동에서 특히 주택협동조합은 주목받고 있는데, 주택 건물에서의 에너지 효율화 가능성을 실현시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주택협동조합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유럽 지속가능한 주거(SHE: Sustainable Housing in Europe) 프로젝트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2008년에 에너지 글로브 워어드(Energy Globe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주택 협동조합은 단열을 강화하고 거주자에게 에너지 절약 행동에 대한 교육을 시행할 수 있었다.

    국제노동기구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한다는 것은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으로 지속가능한 전략을 요구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 전략을 실현하는데 협동조합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조합원이 이끌고 가치에 기반을 두며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의 후안 소마비아(Juan Somavia) 사무총장은 “협동조합은 민주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경제를 향해 가장 가까이 이끌 수 있으며, 그런 경제만이 경제적 성장, 사회적 정의 그리고 공정한 세계화를 추구하는 속에서도 환경에 대해서 고려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고 올 연말에 발효가 되며, 이 기회를 활용하여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을 만들려는 시도가 시작되었다. 서울시의 ‘원전 1기 줄이기’ 정책과 맞물려, 서울시 내의 학교와 공공건물 등의 옥상에 조합원들의 투자로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려는 구상이다. 아직 생산된 전력을 적정한 이익을 얻고 판매하는 문제에 여러 애로가 있지만, 이 실험이 성공하여 좋은 사례를 창출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향한 협동조합의 도전이 기대된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