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인권의 만남은 필연적
[책소개] 『법과 인권 이야기』(임지봉/ 책세상)
    2014년 11월 09일 11: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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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의식하진 않아도 법은 항상 우리 삶과 맞닿아 있고, 그런 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끊임없이 진동하며 발전하고 있다. 법과 인권은 떼려야 뗄 수가 없으며, 법의 발전 역사는 인권 보장 확대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법은 인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아 성문으로 제정된 이후 더 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개정에 개정을 거듭하고 있다. ‘법과 인권’은 언제나 둘을 하나로 함께 이해해야만 하는 중대한 주제다.

《차별의 역사 속에서 발전한 법과 인권 이야기》는 인권 보장을 위해 오늘날과 같은 법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근대부터, 점점 더 많은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꾸준히 발전하여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법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국내외 주요 판례를 중심으로 살핀 책이다.

특히 다인종·다문화 국가인 미국의 최고 사법 기관으로서 오랫동안 첨예한 인권 문제를 다루어온 미국 연방 대법원의 판례에서 가장 심도 있는 논쟁들만을 골라 풍부하게 소개했다. 그 안에는 자신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분투해온 사람들과 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온 재판관들의 전향적 판결, 그리고 그 판결이 논쟁과 합의를 거쳐 사회에 자리 잡기까지의 모든 여정이 담겨 있다.

‘하지만 실제로 법의 혜택을 누리는 이는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 아닌가?’라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저자도 ‘법은 강자의 이익을 위한 도구인가?’ 하는 문제 제기에서 출발해 남자와 여자, 외국인과 자국민,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이익과 권리가 골고루 분배되지 못하고 강자가 약자보다 훨씬 우위에서 각종 권익을 누려온 역사를 검토한다.

그리고 마침내 저자는 자신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분투해온 약자와 소수자의 염원이 모여 법이 만들어졌고, 때로 기득권이 권력 유지를 위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법을 개정하는 등 역사적으로 법을 악용한 사례도 있으나, 점점 모든 사람에게로 인권이 확대되는 쪽으로 법이 발전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 책은 이처럼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온 법의 역사를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살피는 책이다.

앞으로도 인권의 보장 범위는 계속 확대될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앞으로 자신의 인권을 자기 스스로 지켜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정의롭지 못한 인권 침해에 대항해 더욱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과감히 투쟁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인권 보장의 확대와 발전을 위해 우리 모두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다음과 같이 힘주어 말하고 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에게는 ‘권리’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법과 인권

법과 인권의 만남은 필연적이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법은 절대 왕정이 무너지고 입헌주의가 마련되기 시작한 근대 유럽에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는데, 영국에서 귀족들의 재산권, 신체의 자유 등의 권리를 규정한 ‘마그나 카르타’, 몽테스키외와 루소 등 계몽 사상가들의 영향을 받아 작성된 프랑스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 모두 제한받던 인권을 제대로 보장받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시민이 주권자이자 헌법 제정 권력으로 자리매김하고 기본적 인권 보장을 국가의 의무로 성문화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헌법이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변형·수용되면서 우리 헌법도 기본권을 주된 내용으로 구체적으로 확립될 수 있었다.

저자는 헌법을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따뜻한 엄마 품 같은 법’이라 묘사한다. 헌법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같은 권력자들이 주권자인 국민에게 위임받은 신성한 권력을 국민을 위해 정당하게 행사하도록 제어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헌법은 한 나라의 기본법이자 최고 법으로서 다른 법률들의 근거가 된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내용과 실현 방법은 하위 법률에 규정된다.

처음에 주요 기본권은 자유권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이후 서서히 사회권 등이 새로운 기본권으로 떠올랐고, 늘어나는 권리들을 보장하기 위해 보다 상세한 법률과 조례 등이 계속해서 추가로 입법되고 개정되었다. 이때 모든 법의 판단 기준이 되는 헌법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법은 어떤 형태로든 인권을 보장하는 수단일 수밖에 없다.

합리적 기준 없는 차별만이 평등권을 침해한다

그렇다면 인권은 정확히 무엇일까? 인권은 ‘인간으로서 누리는 권리’며 하늘이 내린 ‘천부적’ 권리다. 이는 변하지 않는 인권의 정의다. 인권 중에서도 각종 차별로 인해 가장 침해받기 쉽고, 가장 빈번히 침해당하는 평등권은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루어지는 주요 권리다.

법은 우리 인간의 평등권을 효과적으로 보장해주는 도구여야만 한다. 저자는 성차별, 인종차별, 사회적 신분으로 인한 차별 등 국내외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차별 사례와 그로 인해 침해당하는 인권, 여기에 대한 법의 역할에 많은 지면을 할애해 자세하게 설명한다.

평등권은 모든 인간이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고 존엄한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의 인권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차별이라면 무조건 평등권 침해로 간주되었으나 현재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하는 ‘상대적 평등’을 추구하고 있다. 즉, 평등권은 어떤 차별도 받지 않을 권리가 아니라, 합리적 기준 없는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합리적 기준 없는 차별’은 법과 인권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법은 부당한 차별을 철폐함으로써 차별받는 이들의 인권을 신장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할 수 있다.

판례를 통해 보는 법의 역사

저자는 국내외 주요 판례를 다수 인용해 구체적인 법의 역사를 소개한다. 판례를 통해 문제가 제소된 배경과 논점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뿐만 아니라 재판관들의 다수 의견과 판결의 핵심이 직접 인용되고 있어, 글로 읽는 법전의 조항과는 다른 생생한 그 시대 사람들의 고민과 분투를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인종에 따라 열차 칸에 승객을 분리해서 수용하는 차별을 합헌 결정해 ‘분리하되 평등’ 원칙을 확립한 플레시 대 퍼거슨Plessy v. Ferguson 판결(1896)과 그 원칙을 파기한 브라운 대 토피카 교육위원회Brown v. Board of Education of Topeka 판결(1954)을 통해 미국 내 인종 차별이 어떻게 철폐되었는지를 다루고, 성차별을 ‘합리적’ 차별로 여겨 합헌 결정을 내린 고새르트 대 클리어리Goe-saert v. Cleary 판결(1948)에서는 고질적 관습법의 문제를 꼬집는다.

동성애자의 인권이 인정받을 수 있었던 로머 대 에반스Romer v. Evans 판결(1996)은 최근 새로운 소수자 집단으로 떠오른 성적소수자와 관련한 주목할 만한 성과다.

한편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1973)은 여성의 낙태권을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로서, 임신 기간을 3개월씩 세 부분으로 나누어 특정 기간 동안의 낙태를 허용한 절충적 판결이었다. 저자는 이처럼 핵심 판결을 풍부하게 제공하고 다수 의견과 판결 내용을 공개해 실제 법에 의한 판결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비다수파 기관

사법부는 행정부, 입법부와 달리 국민의 선거로 선출되지 않기 때문에 ‘표’를 의식하지 않고 소외된 약자와 소수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태생적 장점을 가진다. 약자란 국회 등 대의 기관에 자신들의 의사를 대변해줄 대표를 진출시키지 못해 의회 대표성에서 소외된 다수의 사람들을 말하고, 소수자는 동일한 조건에 수적으로 소수인 자들을 말한다.

대표적인 소수자로 장애인을 들 수 있다. 저자는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허용했던 안마사 규칙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진통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 법의 역할을 잘 드러낸다.

한편 수적으로 결코 적지 않으나 오랫동안 차별당해온 여성의 인권과 관련해서는 여성 공무원 채용 목표제, 공기업 인센티브제의 도입과 이를 둘러싼 역차별 논란을 거쳐 양성 고용 평등제 시도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한다. 이처럼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려는 노력을 ‘적극적 평등 실현 조치’라 부른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를 둘러싼 적극적 평등 실현 조치가 다양한 차별 상황에 대항해 어떻게 전개되었으며 어떤 결과를 빚었는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인권을 제한하는 법?

법은 인권 보장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발전해왔지만, 특별한 상황에서는 법이 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저자는 그로 인해 인권이 과잉 제한되고 있는 현실의 여러 상황들을 지적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인권을 침해하는 데 법이 악용되거나 무시되는 일은 앞으로 우리 모두가 주의를 가지고 경계해야 한다. 그것이 법의 목적에 부합하며, 앞으로 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일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법이 모든 인권을 똑같이 보장하기는 힘들다. 어느 인권이 다른 인권을 침해하며 존립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수의 인권 주체가 서로 대립되는 인권의 적용을 주장하는 경우를 ‘인권의 충돌’이라고 한다.

가령 여성의 낙태에는 여성의 사생활권과 태아의 생명권이 직접적으로 대립한다. 저자는 이 경우 충돌하는 인권의 서열을 가려 ‘보호 법익’이 더 큰 상위 인권이 하위 인권보다 우선한다고 설명하며 구체적인 예를 제시한다.

결국 법을 준수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적용해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이 더 많이 보장될 수 있으려면 지속적인 관심과 고민이 필요하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헌법재판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역할을 다할 것을 권고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도 자신의 권리를 잘 살피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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