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8기 4중전회,
'의법치국' 결정의 양면성
[중국과 중국인] 법치(法治)와 중국정치
    2014년 10월 27일 11: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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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의 중요한 연례행사인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8기 4중전회)가 “법률에 근거한 국가 통치와 관련된 몇몇 중요한 문제에 대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결정”(中共中央关于全面推进依法治国若干重大问题的决定)을 통과시키고 4일 동안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법치체계 구축을 최종 목표로 제시한 이번 결정에 대해 1964년 12월의 정부 업무보고에서 조우언라이(周恩来) 총리가 제시한 농업, 공업, 국방 및 과학기술의 현대화(4개 현대화)를 통한 사회주의 강대국 건설방침에 빗대어 중국의 5번째 현대화 계획이라고 높이 평가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집권 3년째를 향해가는 시진핑의 권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외부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중국 밖의 많은 언론에서 거론했던 조우용캉(周永康, 전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사법과 치안을 책임지면서 권력남용과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당 기율검사위의 조사를 받고 처분을 기다리고 있음)에 대한 중앙위원회의 공식 처분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고, 시진핑과 같은 혁명 2세대 출신으로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임명될 것으로 알려진 리우유엔(刘源, 전 국가주석 리우샤오치(刘少奇)의 아들)이나 장요우샤(张又侠,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당시 최고위 장성이었던 장종쉰(张宗逊)의 아들)의 승진 발탁도 이뤄지지 않았다.

4중전회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회의 모습(방송화면 캡처)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사실을 가지고 중국정치의 이면을 읽어내야 한다. 당의 규율이 아니라 법에 의한 통치라는 구호를 내세울 수밖에 없는, 절대적 지위의 중국공산당이 직면한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당 내의 부패는 자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로 인한 국민들의 당에 대한 불신과 도전은 중국공산당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넣고 있다.

결국 ‘법에 의한 통치’가 의미하는 바는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중국공산당이 벗어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사법 감독권 강화’나 ‘법원과 검찰의 독립성 강화 방안’ 마련 등이 의미하는 바는 중국공산당의 자정 능력과 의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고 이 때문에 ‘국가’ 위에 존재하는 ‘당’을 국가 기구를 통해 견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따름이다.

문제는 이러한 의지가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조우용캉의 은퇴 후 사법과 치안을 담당하던 중앙정법위 서기는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정치국원으로 격하되었고, 각 지역의 공산당 조직 및 정부에서도 그 권한이 크게 제한되었다. 상대적으로 당의 부정부패를 관리하는 기율검사위의 권한은 상당히 강화되었다.

그러나 당이 중요 정책을 결정하고 정부에서 이를 집행하는 현재의 권력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법에 의한 통치’가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국의 최고 사법 책임자인 최고인민법원(最高人民法院, 대법원에 해당)의 원장이면서 수석대법관인 조우챵(周强)은 중국공산당의 최고 권력기구인 정치국(25인)에도 진입하지 못했다.

사법과 치안을 담당하는 당의 최고 책임자인 정법위 서기 멍지엔주(孟建柱)는 당의 정치국원이지만 정부의 최고 사법기구인 최고인민법원장은 당의 중앙위원일 뿐이며, 정법위의 일개 위원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아무리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안이 제시되더라도 이런 권력 관계가 재정비되지 않는다면 ‘법에 의한 통치’는 단지 하나의 ‘수사’에 불과할 따름이다.

‘법에 의한 통치’는 반대로 현재 당의 권력구도에서 단기적으로는 시진핑의 자유로운 권력행사에 제약을 가할 수도 있다. 사법적인 세밀함과 구체적인 증거에 의한 처벌은 당의 규율 위반에 대한 처벌 보다 복잡하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며 결국 부정부패 혐의자들의 처벌을 좀 더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법치’라는 표현이 담고 있는 의미를 좀 더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시진핑 집권 후 수백 명의 고위 공직자들이 처벌받고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대부분 전직이거나 전국인민대표대회 또는 전국정치협상회의 소속이었고, 당의 현직 정치국원 급에서는 처벌받은 사람이 전혀 없다는 사실은 이번 18기 4중전회에서 핵심의제로 제시된 ‘법에 의한 통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법치’라는 구호는 현 권력자의 권력기반 강화보다는 중국인민들의 당에 대한 실망감을 위안하고 이에 호응해 당의 새로운 의지를 인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는 편이 더 타당할 것이다.

예상과 달리 조우용캉에 대한 사법처리가 언급되지 않은 사실은, 한편으로는 당의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비록 그가 거물급이기는 하지만 한 부패한 인물의 사법처리에 대해 거론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쟝쩌민 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현재 쟝쩌민 세력이 은밀하게 주장하는 것이 ‘법에 의한 처벌’이다. ‘법에 의한 통치’가 중국정치에서 갖는 양면성을 이해해야 현실을 올바로 읽을 수 있다.

집권 이후 당과 국가의 중요 직책을 10개나 겸임하면서 많은 언론들이 시진핑의 권력이 마오쩌뚱이나 떵샤오핑의 권력을 능가한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마오쩌뚱이나 떵샤오핑은 단지 한 두 개의 직책을 갖고서도 절대적인 권력을 휘둘렀지만, 시진핑은 10개의 중요한 직책을 갖고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위에서 언급한 리우유엔이나 장요우샤 중 한 사람이 머지않아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임명될 수도 있지만 그것으로 인민해방군 내부에서 부패가 완전히 소탕될 수도 없고 중국의 권력구조가 완전히 재편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형식적인 변화들이 내실 있게 추진된다면 중국정치도 한걸음씩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18기 4중전회에서 취해진 조치들이 뿌리 깊은 중국정치 내부의 세력 관계나 부정부패를 일거에 해소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기대해야 할 것은 이러한 변화된 정책들에서 성장하는 차기 또는 차차기 정권의 핵심적인 인물들이 현재의 정치지도자들과 비교해 좀 더 법에 의거하고 또 깨끗한 정치 환경과 의식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이 이번 회의의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중국의 현대정치를 전공한 연구자. 한국 진보정당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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