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에 6조5천억원 대출
    2014년 10월 21일 03: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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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지난 6년간(2008~2013년)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SPC)에 총 6조5천억 원의 외화대출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6년간 산은이 외화대출한 28조8천8백억 원 중 23%에 달하는 금액이다.

21일 새정치민주연합 이상직 의원이 산은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산은은 현대글로비스, 대한항공, SK해운,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대기업(실질차주)가 편의치적의 이유로 조세회피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에 6조5천억 원의 대출을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파나마와 마샬군도에 21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총 3천5백억 원의 대출을 받았고, 대한항공은 케이만군도와 파나마 등에 20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총 8천억 원을 대출을 받았다. 한진해운은 파나마에 28개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8천6백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러한 대출방식은 전형적인 ‘선박금융’의 한 형태이다. 선박, 항공사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산은이 이 페이퍼컴퍼니가 선박이나 항공기 등을 구입할 때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준다. 이 때 실질차주인 대기업들이 자기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와 나용선계약 등을 맺어 비용을 지급하고 선박과 항공기를 빌려 운행하고, 페이퍼컴퍼니는 이자 및 원금을 갚는 구조이다.

이러한 행태는 다수 해운사나 항공사들이 국가 간 각종 규제회피를 피하고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관행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조세회피처 설립 법인들의 역외탈세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고, ‘편의치적국(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가 선박회사나 항공사로부터 받은 선박‧항공기 사용료 등을 동 법인의 다른 명의 계좌에 은닉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글로비스나 대한항공 등 실질차주가 조세회피처에 SPC를 설립, 산업은행으로부터 선박이나 항공기 구입 용도로 대출 받은 뒤, (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계약 등 사용계약이 끝난 뒤(산업은행에 대출금을 상환하고 난후) 그 선박이나 항공기를 국내로 들어올 경우 취득세 감면 등 조세포탈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대출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관세청은 선박과 해운업계의 이러한 행태를 조세회피처 불법자본유출 유형 중의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에 이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책금융기관이 일부 대기업들이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에 대출하는 것이 국제적 금융관행이라 할지라도, 이들 페이퍼컴퍼니의 운항 수입 등이 은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후관리가 필요하며, 산업은행은 사후관리 차원에서라도 국세청, 관세청 등과 협의하여 대출 실행한 조세회피처 소재 SPC에 대한 역외탈세 여부 등에 대해 전수조사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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