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탈의실에 CCTV 나와도
    고용률만 달성하면 문제 없나?
    [기고] "지금 싸우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 더 힘들어진다"
        2014년 10월 20일 10:25 오전

    Print Friendly

    벌써 100일이 지났습니다. 반인권적인 사측의 조치에 맞서 상식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레이테크코리아의 파업 말입니다.

    100일이 지나기 전만 해도 100일을 맞이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사측이 워낙 말도 안 되는 행동들을 한 반면, 노조의 요구는 너무 소박했기 때문입니다.

    레이테크코리아는 스티커, 견출지 등을 만들고 포장하는 일을 하는 ‘3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한 큰 회사입니다.

    그러나 갑자기 지난 1년 전, 일하던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 계약서에 사인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는 직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자 서울에 있던 본사를 안성으로 옮겨버렸습니다. 대부분 여성 노동자들로 구성된 조합원들은 서울에서 안성까지 출퇴근하느라 아이들 얼굴조차 하루에 한 번 보기도 힘들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안성공장은 환기시설이 없는 열악한 곳이었습니다. 심지어 남녀 직원 80여명이 화장실 한 칸을 나눠 써야 했고, 점심식사를 할 곳도 없어 공장 마당에서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 열악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급기야 여성탈의실에선는 CCTV가 발견됐습니다.

    레이테크코리아의 사장은 30대 초반의 젊은 남성입니다. 아버지에게 회사를 물려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4~50대 여성노동자들이 도시락 먹을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하자 “밖에서 사먹으면 되지, 왜 도시락을 먹냐?”며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라는 식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데 좋은 일자리 있으면 언제든 가라”며 막말을 일삼았습니다.

    그에게 여성노동자들은 무식하게 도시락이나 갖고 다니는, 싼 값으로 부릴 수 있는 ‘아줌마’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던 겁니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레이테크코리아분회 조합원이 된 직원들은 지난 100일여 동안 노조 자체를 무시하는 사측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서울지방노동청, 경기지방노동청 평택지청, 여성가족부 앞 길바닥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의미 있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레이테크

    레이테크코리아 노동자들의 시위 자료사진(금속노조)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고용노동부 직제개편을 통해 고용정책실 산하 고용평등정책관을 인력수급정책국 산하 고령사회인력심의관으로 변경했습니다. 또한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여성고용률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여성고용 정책을 사회재생산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여성을 출산기능을 가진 보조생계부양자로만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용노동부에는 ‘여성고용’이 아닌, ‘여성노동’ 문제 해결을 촉구할 만한 부서나 담당자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레이테크코리아 파업이 장기화되는 것도 단순히 젊은 임태수 사장만의 문제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고용률을 높인다며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는 정책을 펴자, 사용자들은 비정규직 확대의 면죄부를 받았다는 메시지로 해석했던 겁니다. 임태수 사장도 정부 정책과 밞을 맞추어 지난해 ‘6시간 알바’ 계약서에 사인을 강요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임 사장은 정부와 마찬가지로 여성들을 ‘노동자’로서 인정하지 않다 보니 대화의 상대로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여성고용률을 높이겠다며 ‘시간제 일자리’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지만 기존 열악한 여성일자리를 개선하는 고민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레이테크코리아 여성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았습니다. 2013년 전체 임금노동자 중 최저임금 미달자로 추정되는 비율은 11.8%로 10명 중 1명은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했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3.5명 중 1명은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레이테크코리아 여성노동자들 현실에서 보여지듯이 최저임금 문제는 비정규직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여성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핵심은 기존 여성일자리의 개선이고, 그 중에 ‘최저임금’ 문제가 놓여 있습니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 곳곳의 문제를 드러내는 기사들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점점 더 절망스러워 하는 시민들이 자주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원래 그랬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어차피 안 된다’ 등등. 레이테크코리아 상황이 이런 분위기에서 한줄기 희망을 주는 사건이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레이테크코리아 한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내가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더 힘들어 진다. 당장 내 일이기도 하지만 이런 문제가 하나씩 해결될 때 기업이 노동자를 무시하거나 군림하지 않는 세상이 된다. 더럽다고 피하기만 하면 바뀌는 것은 없다. 그러면 내 자식도 나처럼 힘든 삶을 살게 되지 않겠느냐. 사장이 그렇게 말도 안 되는 탄압을 하는데 왜 다니냐고, 그냥 회사를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잘못한 것 없이 당했는데 이대로 그냥 그만둘 수는 없다.”

    레이테크코리아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인격적으로 무시당하지 않고 조금 더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반인권적이고 반노동적인 그 일터에 또다른 여성들이 일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를 여는 것뿐이었지만, 누구든 우리의 파업을 지지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들과 아이들을 위한 일입니다.

    우리에게 힘을 보태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필자소개
    한국여성노동자회 노동정책국장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