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여야, 탱크 수출무산 공방
    2012년 07월 04일 04: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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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에 탱크 80대를 팔려던 것이 의회의 반대로 무산되었습니다. 네덜란드 방송 RTL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네덜란드산 탱크 대신에 독일산 탱크 100대를 구입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 여당인 자민련 소속의 외교부장관 로젠달은 이번 탱크 수출 건이 무산되어 2억 유로(약 3000억원)을 날리게 되었다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현재 네덜란드는 우파연정이 붕괴되어 9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  연정을 깬 자유당이 이번 탱크 수출을 반대하여 의회 과반수가 반대하는 바람에 인도네시아 정부가 네덜란드산 탱크 구입을 포기하게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무기 거래를 막은 건 노동당과 사회당, 자유당 등입니다. 여당인 자민련은 특별히 노동당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는데, 노동당은 불과 2년 전만해도 여당으로서 인도네시아 무기 수출을 찬성했는데, 야당이 되자 무기 수출에 반대하는 이중성을 보였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동당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 탱크를 분리 독립을 원하는 뉴기니아 반군들과 뉴기니아 토착민들에게  투입할 우려가 있어서 반대했다고 답했습니다. 노동당은 네덜란드 정부가 처음부터 탱크 수출에 반대 입장을 가졌다면 독일정부도 명분때문에 수주에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고, 유럽의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로 탱크 수출에 나서지 않았을 거라며, 독일이 탱크수출을 따낸 건 우파 정부가 수주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외교부 장관 로젠달은 이번에 수출하려던 탱크는 뉴기니아에 배치되지 않고, 자바 지역에 배치하기로 인도네시아 정부와 약조를 했었다며 네덜란드산 탱크가 자국민인 뉴기니아인들을 진압하는데 사용되지 않을 거라고 반박하였습니다. 하지만 일단 한번 팔면 탱크는 인도네시아군의 소유인데, 설사 그 탱크를 뉴기니아에 투입한다고 해서 팔아 먹은 탱크를 돌려달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일텐데요.

현상적으로 보면 야당들은 자국민을 폭압적으로 탄압하는 인도네시아 정부에게 무기를 줄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운 것이고, 여당인 자민련과 기민당은 3천억이나 되는 큰 규모의 무기 수출로 경제적 실리를 앞세운 것입니다.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려고 했던 네덜란드 탱크

여당으로선 경제도 어려운데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친 게 억울하다는 겁니다. 유럽의 경제위기가 네덜란드까지 덮친 상황이라 한푼이 아까운데, 무려 3000억을 벌 기회를 잃었으니 그 억울함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식민지 종주국에서 무기 판매상으로, 돈 되는 일이면 가리지 않는 네덜란드

그러나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이번 무기 수출 건은 네덜란드 제국주의 역사의 추악한 모습을 다시 상기시켜줍니다.

네덜란드는 16세기부터 세계 최초의 현대적 회사인 동인도회사를 통해 인도네시아를 지배하기 시작했고,  4백년 넘게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자원과 농산물을 수탈해왔습니다. 그러다 2차대전이 발발한 이후 일본이 대동아공영권을 내세우며 인도네시아를 점령하였지만 인도네시아 공화국을 설립하려는 민족주의 세력은 이에 저항하였고, 2차대전에서 일본이 패전하자 민족주의세력의 대표였던 수카르노를 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추대하고 독립을 선언하면서 민족해방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네덜란드는 일본에게 빼앗겼던 식민지를 되찾기 위해서 영국군의 도움을 얻어 인도네시아를 침략하여 1945년부터 1949년까지 4년 간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루고서야 인도네시아에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4년간의 독립 전쟁에서 인도네시아 해방군은 4만 5천에서 10만명의 사상자를 낳았고, 민간인 역시 정확한 수치는 추산이 안되지만 약 2만 5천에서 10만명이 죽었고, 7백만명이 피난을 가야 했다고 합니다. 반대편인 제국주의 군대의 희생자를 보면, 1200여명의 영국군과 5천여명의 네덜란드군이 죽었다고 합니다.

1949년 인도네시아는 독립하였지만 네덜란드는 뉴기니아섬 지역은 자기 관할 지역으로 지키려 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뉴기니아도 인도네시아에 내어줄 것을 요청했고, 결국 동남아시아의 좌경화를 우려해서 인도네시아를 우방으로 삼은 미국의 케네디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해서 1962년에 네덜란드는 뉴기니아도 인도네시아에 넘겨주게 되었습니다.

한편 뉴기니아 섬의 동쪽에 있는 파푸아뉴기니아는 네덜란드 영향권에 있지 않았었고, 스페인의 영향에 있다가 나중에는 독일과 영국을 거쳐 호주가 식민지로 삼았다가 1975년 독립국이 되었습니다.

제국주의 No, 비즈니스 파트너 Yes

흔히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기 선조들이 영국이나 프랑스와는 다르게 무력으로 약소국을 잡아먹은 게 아니라 서로 주고 받는 교역을 했다고 자랑합니다. 하지만 자국보다 수십배나 큰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로 거느리고, 독립 요구도 무력으로 짓밟은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리고선 네덜란드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를 위해 개발기금으로 매년 수조원씩 쓰고 있다고 자랑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 탱크 수출 불발 사건에서 보듯 그들은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해 부끄러움을 갖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식민지배를 받았었지만, 이제는 동남아시아의 대국이 되어 소수 민족의 독립요구를 성능 좋은 유럽산 탱크로 진압하려는 그들의은 자기 선조들이 강대국에서 당한 것은 잊은 채 소수 인종을 탄압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대공황의 해법 – 전쟁이나 나라!!

전 세계가 경제가 안좋다고 난리입니다. 1930년대의 대공황이 2차대전 덕에 극복되었듯이, 자본과 권력자들이 지금의 세계 대공황 역시 새로운 전쟁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아닌 지 우려됩니다.

이란에 대한 서방의 압박은 점점 커져 가고 있고, 남사군도를 둘러싼 중국과 베트남, 말레이지아, 대만, 브루나이, 필리핀 등 6개국의 갈등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일본과 군사정보를 나누는 협정을 비밀리에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선진국은 한 대당 38억원이나 되는 탱크를 팔아먹지 못해서 안달입니다. 자본에게는  평화보다 전쟁이 더 매력적인 상황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희생되는 생명들은 사람과 생명이 아니라 단지 숫자로만 대접을 받을 뿐입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네덜란드 통신원/ 개인 이메일 jjagal55@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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