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앞에선 '규제완화'
진보교육감에겐 '규제강화'
정의당 정진후, 교육부의 대통령 눈치보기 비판
    2014년 09월 15일 04:05 오후

Print Friendly

교육부는 당초 자사고 평가 방침을 대통령의 ‘화끈한’ 규제완화의 일환으로 자사고 평가의 ‘장관과 사전협의’와 ‘장관 부동의할 경우 지정취소 불가’를 폐지한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교육감에겐 규제를 강화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해 교육부는 ‘제 입맛대로 규제 개혁’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정의당 정진후 의원(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4년 교육부(본부) 규제완화 현황’에 따르면, 교육부는 앞으로 법률․대통령령․교육부령․행정규칙 총 48개를 정비할 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각각 법률 22개, 대통령령 15개, 교육부령 4개, 훈령 등 행정규칙 7개다.

이 중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자사고 평가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어 있다. 주요 내용은 △자사고 지정이나 지정취소 시 교육부 장관과 사전협의하는 규정의 삭제 △장관이 부동의할 경우 교육감이 지정취소하지 못하는 규정의 삭제 등 2가지다.

교육부915

교육부는 해당 ‘규제 정비’ 계획에서 자사고에 대한 사전협의와 부동의를 ‘미등록규제’로 규정하고, 올해 12월까지 감축하겠다며 입안 중에 있었다. 교육부 규제가 완화되면, 교육감은 자사고 평가에서 장관과 협의를 거치지 않거나 장관의 부동의에도 지정취소를 할 수 있게 됐다.

교육부의 규제 정비는 지난 3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회의를 계기로 진행되었다. 3월 25일 시․도교육청 부교육감 회의를 열어 교육분야 규제 개혁 후속조치 방안을 논의했고, 규제개선추진단 운영 계획을 밝혔다. 이어 교육부 각 부서와 시도교육청의 과제들(기존 규제, 미등록규제 등)을 취합하여 8월에 1차 확정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 9월 5일 당초 규제 정비 계획과는 완전히 정반대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자사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은 특목고와 자사고 그리고 국제중을 지정이나 지정 취소할 경우 교육부 장관의 사전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주요골자로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도 정 의원이 제기한 문제에 동의하며, 15일 서면 브리핑에서 “교육부의 오락가락 정치적 행보가 도를 넘었다”며 “진보 교육감이 다수 당선되고 자사고 축소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180도 바꾸는 입장을 바꾸어,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며 정부를 비롯한 교육부의 일관되지 못한 규제개혁 정책을 질타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교육부가 진보 교육감을 못마땅해 하는 박근혜 정권 눈치를 보느라 당초 계획했던 자사고 관련 개정안과 상반되는 내용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하며, 박근혜 정권을 겨냥해 교육자치를 훼손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그는 “교육부가 이렇게 교육정책을 정치적으로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며 “지난 8월 박근혜 대통령은 진보 교육감의 교육정책에 불만을 나타낸 바 있다. 청와대 눈치를 보며 교육부가 시도교육감을 옥죄고 폐지하겠다던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자사고 개정안은 ‘교육부의 정권 눈치 보기’, ‘교육 자치 훼손’ 등 말고도 ‘결정 권한과 책임소재 불균형’이라는 또 다른 문제도 안고 있다는 것이 정진후 의원의 말이다. 자사고 개정안이 처리되어 현실화되면, 자사고 평가의 일반적인 업무는 ‘기본계획 수립 → 평가단 및 평가지표 구성 → 평가 진행 → 평가결과 도출 및 보고 → 교육감 의사결정 → 교육부 장관 사전동의’ 순으로 진행된다. 장관이 사실상 모든 최종결정권을 행사하게 된다.

하지만 자사고 평가는 교육감 책임이다. 자치사무는 물론, 국가위임사무라 하더라도 교육감이 책임져야 한다. 행정권한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8조에 따라 위임받은 기관에게 그 소재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입시비리나 회계비리 저지른 자사고가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지정취소 결과가 나오더라도 교육부 장관이 부동의한다면, 해당 자사고는 재지정돼 향후 5년 동안 운영된다. 대신 평가와 재지정의 책임은 교육감이 진다. 결국 ‘결정은 장관, 책임은 교육감’이 되는 것이다.

정 의원은 “교육부의 규제완화 정책은 대통령 앞에서는 ‘규제완화’, 교육감에게는 ‘규제강화’로 우왕좌왕 갈 길을 잃고 있다”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는 교육정책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은 물론 학교현장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교육자치 훼손하며 일관성 없는 정책을 즉시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