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정치와 금권선거
: 타밀나두 경우를 중심으로
[인도 수구보수파들의 생얼-11] 부패는 국가적 재난 문제
    2014년 08월 26일 02: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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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지난 5월 인도 총선이 치러지기 전에 작성된 것이다. 글의 기조가 총선 결과와 별개로 짚어져야 할 인도정치의 부패를 다르고 있지만 총선 결과를 간략하게 정리한다. 5월 인도 총선 개표 결과 집권당이었던 인도국민회의(INC)는 당 역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하고 나렌드라 모디의 극우정당 BJP가 압승을 했다. 보통사람당(AAP)는 4석을 획득하여 목표치인 5석에 근접했지만 당대표는 낙선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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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수구보수파들의 생얼-10 링크

올해 치러질 인도 총선에서 유력한 수상 후보로 회의당의 세습 정치인 라훌 간디와 BJP소속의 극우정치인 나렌드라 모디가 꼽히고 있다.

제3의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도 몇 있는데 타밀나두(Tamil Nadu)주의 현 주수상이자 전인도 안나 드라비다 진보연합(AIADMK)의 당수인 자얄라리타(Selvi J Jayalalithaa)도 그 중 한 명이다.

유명 여배우 출신으로 1991년 처음 주수상이 된 이후로 20년 이상 라이벌인 드라비다 진보연맹(DMK)의 카루나니디(M Karunanidhi. 그는 시나리오 작가 출신으로 역시 영화계의 유명인사였다.)와 번갈아가며 주수상직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이 세 번째 집권으로 AIADMK는 다음 총선에서도 그녀를 주수상 후보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타밀나두 주의 선거는 금권선거가 판을 치는 인도에서도 유난히 선심성 물품뿌리기로 주목받아왔다.

선심경쟁이 본격화 된 것은 2006년 선거부터였다. 당시 야당이었던 DMK가 당시 공적 분배시스템에서 kg당 3.5루피로 빈곤층에게 공급하고 있던 쌀을 2루피에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자 집권당이었던 AIADMK당 대표인 J 자얄라리타는 쌀 20㎏(공적분배시스템에서 쌀을 파는 단위가 20㎏이다)을, 자신이 재집권하면 10㎏은 무료로 나머지 10㎏은 당시 공급가격 그대로 팔겠다고 공약했다. 이른바 “공짜쌀” 공약이었다.

타밀나두 주에서는 전체 주민의 30% 정도에 해당하는 1880만명이 공적 분배시스템의 대상자였다. 이 정도는 생계도 못 잇는 극빈층이 많은 인도 정치에서는 흔히 있는 수준의 공약이다.

그런데 DMK의 카루나니디가 집권하면 칼라텔레비전을 무상으로 주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추가했다. 이 공약을 실천하는 데 430억루피(약 1조원)가 든다는 계산을 근거로 실행불가능한 공약이라는 비판이 일자 오히려 그는 통 크게 전 가구에 케이블 방송을 무료로 연결해주겠다는 공약까지 덧붙였다.

이 선거에서는 결국 화끈하게 인심을 쓴(물론 이 공약의 실현은 주정부의 재정으로 집행되었다.) 카루나니디가 승리했다. 그 후, 타밀나두 지역의 가정에는 1천 6백만대의 칼라텔레비젼이 공급됐다. 싼 값에 텔레비전을 납품한 가전업체와의 유착 의혹도 당연히 뒤따랐다.

타밀나두의 두명

자얄라리타(왼쪽)와 카루나니디

2011년 선거에서도 마찬가지 양상이 반복되었다. 당시 집권당이었던 DMK는 빈곤층에게 믹서기나 분쇄기를, 공대 학생들에게는 노트북을, 위험한 조업을 해야 하는 어부들에게는 보험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거기에다 더해서 세탁기와 냉장고는 자격 제한 없이 나누어 주겠다고 공약했다.

야당인 AIADMK는 질세라 물품 목록을 추가했다. 공대학생에 게만 노트북을 제공하겠다는 DMK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2, 3학년에 해당하는 11학년, 12학년과 전공에 관계없이 모든 대학생들에게 노트북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모든 여성에게는 DMK의 믹서기와 분쇄기에 선풍기를 추가했다. 인도는 더운 나라이지 않은가? 그리고 빈곤층에게는 생계를 도울 양 네 마리씩을 약속했다.

가난한 이들도 빚을 내어서까지 호화스러운 결혼식을 해야 하고 금붙이 장신구를 유난히 좋아하는 인도의 사정에 맞게 가난한 계층 신부들에게는 4그람의 금을 약속했다. 6,000개의 마을에 60,000마리의 소제공, 아직 케이블이 보급되지 않은 모든 가구에 무상으로 케이블 텔레비전 보급도 공약에 더해졌다.

양 당의 공약에서 인도에서는 믹시mixie로 불리는 믹서기가 빠지지 않는 것은 남인도 지역의 주식인 떡과 코코넛 처트니를 유용하기 때문에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가전제품이기 때문이다.

어느 무소속 후보는 타타나노라는 인도의 대중적 승용차(한대당 2,200달러 상당)를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올 해 선거에서는 어떤 양상이 벌어질지 타밀 나두 주민들 중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이들이 적지 않을 법하다.

하지만 이런 선거 행태에 모두가 행복해 하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가전제품 소매상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정부가 공짜로 가전제품을 주는데 누가 돈을 내고 사려 하겠는가? 필요한 것이 있어도 선거는 꼬박꼬박 돌아오니 그 때를 기다릴 것이다.

좀 더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도 있다. 타밀나두 지역의 사회운동가들은 선심 선거 관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품의 무상 제공은 매표행위이며 정치인, 정당의 사욕을 위해 주정부의 재정을 남용하는 것라는 거다.

이들 사회운동가들은 인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무상 물품을 제공하는 모든 정당을 대상으로 고소장을 제출했고 이 정당들 소속의 모든 후보자들의 자격을 박탈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 소송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물품 무상제공 관행을 금지하는 법률 개정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요구사항이다.

현행 인도 선거법에도 “후보자들이 개별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선물을 제공하거나 약속하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조항이 모호해서 “정당이 성명서 등을 통해 광범위한 계층에게 물품 제공을 약속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백한 금지 조항이 없다”고 한다.

타밀나두 주의 선거에서 두 당이 번갈아 집권하는 현상의 또 다른 원인은 부패 스캔들이다. 자랼라리타와 카루나니디 둘 다 부패 스캔들로 유명하다. 하지만 집권당의 부패 규모가 더 크고 대중들에게도 더 잘 알려지기 때문에 그에 따른 반사 이익으로 선거 당시의 야당이 집권하고 집권당이 된 야당은 다시 부패 스캔들을 일으켜 권력을 내주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놈이 그놈이지만 그나마 누가 덜 부패했느냐를 두고 선택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의 부패행위가 더 가까운 기억인가에 따라 정권이 교체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자얄라리타의 경우를 보자. 그녀의 지지자들은 그녀를 살아있는 신처럼 여길 정도다. 종교 행사에서 그녀의 이름을 주문처럼 외우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또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암마(Amma,어머니라는 뜻)라고 부른다. 자얄라리타가 어머니처럼 그들의 삶을 돌봐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마음으로 노동자를 내친 한국의 어느 어머니처럼 가난한 주민들에게는 쌀과 가전제품 정도를 주는 그녀는 자신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 쿨한 어머니로 알려졌다. 네 채의 대저택을 소유했고 750켤레의 신발, 1만 벌의 사리(인도전통복장) 수백 개의 명품 가방에 비싼 장신구를 가득 넣어 다니는 그녀의 생활은 사실 배우 시절에 벌어놓은 돈으로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부패 혐의로 이미 실형을 살기도 한 것을 보면 그 돈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라이벌인 카루나니디도 이에 못지않다. 2008년 인도에서는 2G 통신망 주파수를 경매했는데 통신부 장권을 비롯한 고위 관료, 장관들이 개입해 6개 통신사에게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주파수 사용권을 불하해 결국 정부에 1조 7690억 루피(약 400억 달러)규모의 손실을끼친 것으로 드러난 사건이 발생했다. 카루나니디의 부인과 딸, 측근 들이 이 사건에 연루된 것이 2011년 선거에서 패배한 주요 원인이었다.

이렇게 선심성 공약과 부패 스캔들이 타밀나두 주의 선거를 결정짓는 요인이 된 것은 두 당 사이에는 스리랑카의 타밀 족에 대한 입장 차이를 제외하고는 이념이나 정책에서 거의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당은 개인의 사유물리 되었고 당수의 개인적 이미지가 당 소속 의원 후보들의 당락을 결정하는 상황이 수십년간 변하지 않고 있다.

물론 타밀나두 주가 인도 자동차 산업의 허브라 불리며 다른 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에 대한 두 당의 기여가 크게 차이난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런데 정작 선심선거의 당사자들인 두 정당의 주장을 들어보면 후진국의 수준 낮은 정치문화라고 비웃기에는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두 정당 모두 물품 무상 공급 공약이 매표행위가 아니라 복지의 확대라고 주장한다. 극빈층 주민들에게 식량을 저가나 무상으로 제공하고, 결혼 비용을 보조해주고 문화생활의 기회를 확대해 주며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경감시킬 수단을 제공하는 것은 서구 선진국에서도 시행하는 복지정책이 아닌가?

행정망을 통한 사회적 서비스, 보조금, 바우처 등의 형태로 지급되면 복지 제도고 현물을 주면 매표행위인가? 복지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들은 복지제도 자체를 대중을 동원하기 위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지 않는가?

인도의 집권 UPA정부는 최근 식량안보법(Food Security bill)을 제정했는데 24조의 예산을 들여 8억 명의 빈곤층에게 식량을 안정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반대파는 이 법안을 총선을 대비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타밀나두 주의 선심공약과 이 법안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렇게 보면 선심선거와 무상복지의 경계는 모호한 구석이 있다.

대중이 투표권을 가지게 된 이래로 선거를 통한 정치는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든 대중의 지지를 얻는 이가 권력을 잡는 방식이 되었다. AIADMK의 설립자 M.G. Ramachandran(인도에서는 MGR이라고 흔히 부른다.)은 현 당수 자얄라리타와 마찬가지로 유명 배우 출신이었다. 그리고 그의 팬클럽 조직을 당 설립의 중요기반으로 삼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배우로서의 대중적 인기와 정치적 지지가 개념상으로는 다른 영역의 것이긴 하지만 선거에서 배우로서의 인기로 얻은 표를 걸러내지는 않는다. 돈이나 물건을 받고 찍은 표와 순수한 정치노선, 정책에 대한 찬성과 반대에만 근거한 표를 구별해 집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인도 선거처럼 유권자에게 물질적 보상을 직접주면서 표를 얻는 정치가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쪽지예산 편성해서 선거구에 정부예산을 몰아주는 한국의 정치행태나 공식선거 자금만 35억 달러(우리 돈으로 거의 4조원에 달한다.)이상을 쓴 최근 몇 번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 비해 더 부패한 금권정치라고 볼 수 있을까?

미국 대선자금 중에 가장 큰 몫이 텔레비전 광고에 쏟아 부어진 것인데 대중매체를 통해 대중들을 세련되게 현혹시키는 것이 물품제공보다는 더 선진적이고 민주적인 정치행태라고 여기는 것은 서구적 선입관에 물든 탓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하지만 고려해 볼만한 여지가 여러 가지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정치인들이 돈과 물건으로 표를 얻는 행위가 비판받아 마땅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들은 선거 때 나누어 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임기동안에 유권자들로부터 빼앗아간다. 그들이 돈으로 산 권력으로 민중에게 더 많은 것을 보장해 준 경우는 없다. 자신들의 정치적 특권을 유지하면서 이를 이용해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경제적 이익을 자신과 자신의 집단에게 보장해 주는 것이 식량, 가전제품, 결혼자금, 가축을 유권자들에게 주는 이유다.

게다가 그들은 조금 더 공이드는 방식 즉 민주적 공론화, 제도의 개선, 법령 정비 등의 방식은 내버려 둔 채 가장 일차원적인 방식으로 대중을 매수함으로써 대중을 모욕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매수는 무자비한 물리적 폭력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이것이 인도의 금권정치가 비난받고 대중에 의해 극복되어져야 하는 이유다.

인도는 부패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부패 문제는 국가적 재난이다. 그런데 2013년 주의회 선거에서 혁명적인 사건이 수도 델리에서 일어났다. 회의당(I)와 인두국민당 두 당이 지금까지 60년이 넘도록 주의회 정부를 이끌어 온 구조를 창당 1년밖에 안 된 신생 정당 보통사람당(AAP)이 깨버렸다. 그들은 의석수 제2당이 되었지만 연대를 통하여 집권당이 되었다.

지난 수년 간 부패 일소를 위한 시민운동의 위력은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거세게 불었다. 국민들로부터 마하뜨마 간디 못지않은 존경을 받는 70대의 안나 하자레가 이끄는 부패 청산 시민운동은 결국 인도 정부로 하여금 부패방지법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그러나 이번에도 정치인들의 벽에 막혀 결실을 얻어내지 못했다.

그러면서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은 계속 하고, 정치판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여 2012년에 보통사람당을 창당했다. 그들은 당의 부패를 쓸어버린다는 의미로 빗자루를 당의 상징으로 삼을 만큼 모든 초점을 부패 일소에만 맞추었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 수도 델리 정부를 접수해버렸다.

그들의 정치 실험이 성공할 것인가? 그리하여 인도에서 부패를 몰아낼 것인가? 인도의 운명이 바로 이 수구세력의 난동에 대해 저항하는 시민 운동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필자소개
당인리대안정책발전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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