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력발전소 주변지역,
    '사람 살 수 없는 곳' 되어 간다
    [에정칼럼] "분진,악취, 소음의 공포와 매일 싸우고 있다"
        2014년 07월 25일 09: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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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아이는 미숙아, 작은아이는 기형아로 태어났다”

    지난 7월 15일, 「충남 화력발전소 및 제철소 주변 주민피해와 환경문제 토론회」에 참석한 한 주민의 증언이다. 화력발전소가 건설되기 전에는 해초 때문에 배 운전이 힘들 정도였지만 지금은 발전소에서 뿜어내는 온배수로 인해 해초가 사라져 찾아보기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

    주민은 “원전은 방사능의 보이지 않는 공포와 싸우지만, 우리는 분진과 악취, 소음 등 보이는 공포와 매일매일 싸우고 있다”고 했다.

    화력발전소와 산업단지 주변의 환경문제로 인한 주민피해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확한 실태는 공개된 적이 거의 없다.

    보령 화학

    7·8호기 증설직전인 지난 2005년 경 보령화력 모습(사진= 오포리주민대책위)

    최근 충남도가 충남지역 4개 화력발전소와 당진제철 철강단지, 서산 석유화학단지 주변 지역 482명을 대상으로 한 주민건강조사 결과, 조사 전 지역에서 93명(19.2%)이 소변 내 비소가 노출기준(400g/L)을 초과했다. 이는 초과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주민들의 건강이 위험 수준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충남도의 주민건강조사로는 발전소 및 산업단지로 인해 주민의 건강피해를 입증할 수 없다. 누가 보더라도 뻔한 일인데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역학적 인과관계’를 밝힐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조사는 보건복지부가 실시하는 국민건강영향조사 결과와 단순비교만으로도 굉장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다 정밀한 ‘역학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개연성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시멘트공장 주변지역 주민들의 호흡기 질환에 대한 판결에서 시멘트공장이 30년 동안 적법하게 운용했고, 주민들의 흡연과 주변 교통량 등 과학적으로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지만, 시멘트공장으로 인해 주민들의 호흡기질환이 발병했을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고 1심에서 판결했다.

    또한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시멘트공장과 호흡기질환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물론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역학적 인과관계’만으로 판결한 기존 판례에 비추어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최근 논란이 된 「환경오염 피해 배상 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는 것이다. 국회 법사위에서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인과관계 추정’ 조항에 문제를 삼으며 제동을 걸었다. 산업계 로비의 결과다. 이는 산업계에서도 환경오염 피해가 발전소 및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환경오염 물질로 인한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본적인 해결은 정부가 발전소 및 산업단지 주변지역 주민들의 환경오염 피해에 대한 역학조사를 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국민의 요구가 높다. ‘안전’은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더 이상 예산부족은 변명이 될 수 없다.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제25조 제1항 제3호에는 “화력발전소 주변지역의 환경보전 및 감시를 위한 지원사업”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는 화력발전소 주변지역의 환경보전 및 감시를 위한 지원예산을 편성한 적이 없으며, 제25조 제1항 제2호의 원전 주변지역의 민간환경감시기구에만 예산을 지원해 왔다. 정부는 원전과 달리 화력발전소로 인한 민원과 환경피해가 적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런가? 7월 15일에 열린 토론회에서 주민건강조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건강조사를 떠나서 어떻게 이런 곳에 사람을 살게 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이 세계 경제 15위인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은 당당하게 법적 근거에 따라 중앙정부에 예산지원을 요구해야 하고, 환경부는 이런 예산으로 환경오염 피해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주민들은 금전적인 보상보다 역학조사를 통한 원인규명을 더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 진정 주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따져볼 때다.

    필자소개
    정의당 김제남 의원실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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