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이 말하는
'지식인의 역할'과 혁신교육
교육감으로 가는 교수 조희연의 고별 강연
    2014년 06월 11일 08:04 오후

Print Friendly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가 11일 성공회대에서 ‘고별 강의’를 가졌다. 약 300여명의 학생 및 졸업생, 동료 교수들이 찾아 지식인 조희연의 마지막 강의를 들었다. 마지막 강의라서 그랬던가, 비교적 차분한 강의였다.

이날 오전 10시30분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주관으로 피츠버그홀에서 개최된 강의 주제는 ‘한국사회의 포스트 민주화, 시민사회, 그리고 지식인의 역할’이었다. 조희연 교수가 사회과학자로서 여러 차례 강조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 전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지식인 조희연이 아닌 교육감 조희연으로써 그동안 주창해왔던 논리를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적당한 긴장감과 중압감이 엿보였다는 것이다. 여러 번 반복하면서 늘 강조했던 ‘진리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문제도 마지막까지 힘 주어 강조했다.

강의에 앞서 조희연 당선자는 ‘지식인 조희연’에서 ‘교육감 조희연’으로 변모한 것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1983년에 석사를 마친 뒤부터 ‘지식인 조희연’으로 살아왔다. 민주화를 열망하는 역동적인 시기였던 만큼 단순히 학자가 아닌 학술’운동’을 해야 했었다. 그렇게 시작한 학술운동은 30여년간 지속됐다. 그런데 갑자기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왔다. 사실 이런 길(교육감)에 들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다.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예비경선 등록 마감일 전날까지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예비경선을 위해 3~4일간 선거준비운동을 해봤는데 도저히 적성에 못하겠다고 했다. (좌중 웃음)

그러나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지 않나. 결국 출마를 결심했을 때의 고민은 온통 ‘지식인 조희연을 버리고 교육정책 행정가의 길로 가야 하는 것인가’였지 실천적 고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선거라는 게 얼마나 험난하고 힘들고 복잡한 과정인지 전혀 몰랐다. 인생을 살면서 선출직이라고는 학창시절 반장 선거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반장 떨어지고 부반장까지 해봤다. 이렇게 선출직에 경험이 없다보니 무식하게 도전하게 됐다.”

인생에서 3번의 행운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김진균, 박원순, 이재정이었다.

“제가 학생이었을 때, 막 학생을 벗어난 시기는 독재와 싸우는 사람이었다. 그때는 독재만 무너지면 유토피아가 올 것이라고 다소 나이브하게 판단했다. 독재만 물러나면 정말 좋은 세상이 올 것 같은 환상도 있던 시기이다. 그러다 1년간 감옥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본격적으로 활동했던 것이 학술운동이다. 여러분들이 지금 너무나도 당연히 배우고 있는 것들은 당시에는 억압된 학문이었다. 그래서 그 억압된 지식을 획득하고 가르치고 저작물로 만들기 위한 학술운동에 참여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이 김진균 교수였다. 나의 첫번째 행운이다. 그 분과 함께 학술단체협의회 등을 만들어 지금까지 지식인 조희연으로 살게 됐다.

두번째는 1994년에 박원순 시장과 함께 참여연대를 만든 것이다. 당시 제 문제의식은 민주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조건을 변화시키는 거였다. 과거처럼 감옥에 가는 것으로 최종적으로 실현되는 반독재 투쟁이 아니라, 민주주의 안에서부터 채워나가고 실현내가는 시민운동, 참여운동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권력을 타도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과정에서 박 시장을 만난 건 역사적 시기였다. 박 시장은 내가 만나본 사람 중 가장 유능한 사람이다.

세번째가 이재정 성공회대 총장을 만난 것이었다. 우연히 이 전 총장도 경기도에서 교육감이 되셨다. (좌중 웃음) 성공회대가 수도권에서 2명의 교육감을 배출했다. 민주화운동을 하던 시기에 이재정 총장을 만난 건 인생역전의 행운이었다. 당시 대다수 대학들은 아직 민주화가 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나나 여기 계신 교수님들은 그야말로 초대받지 못한 재야 지식인들이었다. 민주화된 학교였으면 다 모셔갔을 텐데 그런 데가 없었다. 그런데 성공회라는 공간은 기존의 주류 대학에 흡수되지 않아서 저같은 재야 지식인들이 모일 수 있었다.”

조1

고별 강의를 하는 조희연 교육감 당선자(사진=장여진)

조희연 교수의 ‘포스트 민주화’란 독재 타도와 정치적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시대정신인 87년 체제 이후의 민주화를 의미한다. 그는 이를 ‘민주화 이후’, ‘탈 민주화’, ‘제2민후화’ 등의 의미가 있다면서, 그 중에서도 ‘제2민주화 시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제2민주화로서의 포스트 민주화시대의 시대적 과제는 ‘민주주의의 사회화’라고 그는 꼽았다. 87년 체제에서 정치적 민주화를 회득했다면, 이제 이를 사회적 민주화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적 민주화가 정치적 그릇을 만드는 과정이라면, 사회적 민주화는 학교, 공장, 가정, 문화, 교육 등 여러 사회적 영역에서 민주적 가치를 확장시키고 사회적 관계를 더욱 평등하고 호혜적인 관계로 만들어가는 것이며, 교육 문제 역시 바로 이러한 사회적 민주화 맥락에서 ‘교육 민주화’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제 서울시 교육감으로 ‘교육 민주화’를 실천해 나가야 할 그는 이 부분을 설명하다 또(?) 옆길로 샜다.

“저는 신념으로써 ‘성찰적 진보’라는 화두를 갖고 있다. 저는 이 과제가 매우 옳은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진보적 가치가 옳다고 해서, 이를 실천하는 과정 자체가 지혜롭고 성공적으로 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진보적 가치가 중요하지만, 무능할 수 있다. 저는 거기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진보적 가치를 내걸었다고 모든 결과가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진보적 주체가 모두 유능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진보적 개혁 가치를 내걸면서도 이 척박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지혜롭고 유능하게 풀어낼지는 저에게 맡겨진 과제라고 생각해서 두려움도 앞선다.”

조희연 교수는 교육 민주화의 프로젝트로서 ‘혁신학교’를 중단 없이 이어가겠다며,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이미 시행된 혁신학교를 이식하는 의미가 아니라, 사회의 일부로서 교육에서 민주주의 원리를 확장시켜 교육주체들의 자발성과 창발성을 발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연 교수는 이를 성공회대 학생들에게 적용해 설명했다.

“과거의 예수는 진리를 탐구하는 것의 선구자 역할이었지만, 지금의 기독교는 예수가 모든 진리를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발견’된’ 진리를 암송하는 것이 진리가 됐다. 하지만 우리는 진리를 찾아버린 예수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진리를 탐구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이다. 모두가 지식 탐구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 발견된 진리만을 암송하고 수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늘 학생들에게 이야기했다. 모든 강의의 지식을 수용하면서도 모든 내용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선생이 전달하는 것은 기존의 지식이지 여러분의 지식이 아니다. 여러분이 새로운 지식의 발견자가 되어야 한다.”

학부모들조차 대안적 교육을 열망하는 원인에 대해 그는 미친 경쟁, 과잉 경쟁으로 인한 인간 내면성 파괴, 교육 불평등을 꼽았다.

조희연 교수는 특히 ‘내면성 파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과잉 경쟁으로 인해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을 친구로 두기보다는 경쟁자로 본다. 거기에서 내면성 파괴가 있는 것이고, 학교폭력이나 자살 등 사회적 현상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 그래서 저는 ‘우정이 있는 학교’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루저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고 친구에게 노트도 안 빌려주는 것이 현실이다. 여러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때 친구에게 기꺼이 노트를 빌려주는 학생이 되길 바란다”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은 △창의지성 △ 창의감성 △창의세계화 교육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그 중 창의감성 교육에 대해 그는 ‘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의감성은 문화예술인들에게만 필요한 특수한 자질이 아니다. 그런데 창의교육은 많이 쉬어야 된다. 정작 내가 안 쉬고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던 사람이라 반성이 된다. (웃음)

공백의 시간, 여백의 시간을 가져야 창의감성이 나온다. 제가 아들만 둘이다. 그런데 아들이 나보다 더 바쁘다. 나는 자식들이랑 맥주도 한 잔하고 이야기 좀 나누는 것이 부모로서 갖고 있는 작은 행복인데, 아들은 매일 바쁘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리포트 내야지, 친구랑도 놀아야지, 애인이랑도 시간 보내야 되지 않겠냐. 늙스구레한 부모님들보다는 애인이랑 보내는 게 더 알콩달콩하지 않냐.(좌중 폭소) 그래도 부모에게도 시간 좀 내주고, 그러기 위해 여러분들도 많은 여유 시간을 가져야 한다”

‘창의세계화’에 대해서는 듣는 이들의 허를 찔렀다.

“지금까지 우리는 세계화에 대응하기 위해 영어도 배우고 선진국의 제도와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폐기하고 선진국의 것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의 내재한 잠재력을 세계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세계화 교육이다.

그리고 지금의 다문화주의를 이제 한 단계 넘어서야 한다. 단지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있는 아시아 여성들을 ‘다정하게’ 대해야 한다는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바로 아시아인이다. 우리는 한국적 아시아, 그들은 태국적, 베트남국적 아시아인인 것뿐이다. 그들을 아시안이로 대상화, 타자화할 것이 아니다. 우리도 아시아인이다.”

1시간 30분 동안의 강의가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에서 어느 한 한 교사가 제일 먼저 손을 들었다.

“오늘 강의를 들으니 15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이 자리에서 가장 흥분한 건 아마 의왕시에 있는 교사들일 것이다. 2000년에 우리는 전국사회교사모임에서 학생들의 사회참여 활동을 끌어들이기 위해 발표의 장이 필요했다. 당시 성공회대가 떠올랐고, 그래서 무조건 기획서 한 장 들고 조희연 교수님을 찾아갔다.

우리는 2~3년을 조를 생각으로 찾아갔는데, 조 교수님이 20분간 이야기를 듣더니 너무 간명하게 ‘합시다!’라고 했다. 사범대 교수도 아니고 교대 교수도 아닌 사회학 교수가 청소년들을 위한 사회발표대회를 당장 2달 뒤에 시작하자고 했었다. 우리는 왜 사범대나 교대에 저런 분이 없을까라고 생각했는데 15년 뒤 교육감으로 나타났다”

한 학생이 부족한 공교육 때문이라도 사교육이라는 선행학습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교육개혁은 교과서 개편에도 있다. 지금 수학의 난이도가 너무 높다. 고대에서 교육통계를 가르치는 교수조차도 고등학교 입시문제를 풀지 못하겠다고 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그러다보니 선행학습만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것 자체는 정상적인 제도가 아니다. 지금의 교육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선행학습이 나온 것이다. 학벌에 따른 보상의 차이 문제를 국민적 토론으로 해결해야 한다. 좋은 학벌은 평생 가는 자격증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패자부활전도 없다.

그래서 지금처럼 학벌간 보상의 차이가 커서는 안 된다고 본다. 선행학습은 과도기적 고육지책일 뿐이고, 궁극적으로는 선행학습보다 자유롭게 놀고 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지식인, 교수 조희연과 교육감, 행정가 조희연은 그 직책과 직업은 달라졌지만 추구했던 삶의 방향에서는 다르지 않은 하나의 길을 걸어간다는 느낌이다. 물론 교수 조희연이 아니라 교육감 조희연의 모습과 그 결과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