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 급진주의와 미학의 결합
    [책소개] 『켄 로치』(존 힐/ 컬처룩)
        2014년 05월 25일 10: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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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2006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며 해마다 세계 주요 영화제에 초청되어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세계적인 거장 켄 로치는 올해도 신작 [지미 홀]로 경쟁 부문에 오를 만큼 여전히 영화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50년간 60여 편에 이르는 텔레비전 작품과 영화를 만들어 온 그는 한결같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충실해 왔다.

    그가 차용한 이야기의 소재와 시각적 스타일, 그의 영화를 둘러싼 생산 및 수용의 조건 모두 조금씩 변해 왔지만, 힘 없는 자들의 편에 서서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한 그의 정신만은 변함이 없었다.

    특히 실업이나 민영화에 따른 노동 환경의 변화, 사회복지 시스템의 문제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깊은 통찰력이 담긴 켄 로치의 작품들은 영국뿐만 아니라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켄 로치는 오늘날 활동하고 있는 영화 감독 중 가장 독보적인 인물이다. 그는 반세기에 걸쳐 [업 더 정션]부터 [캐시 컴 홈], [케스], [희망의 나날들], [레이닝 스톤], [랜드 앤 프리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룩킹 포 에릭] 등을 만들어 오면서 일관되게 정치적 이상주의에 대한 열정을 견지해 왔다.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을 직시하고 정치적 변화의 필요성과 전망을 담은 그의 작품들은 매번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텔레비전에서 시작해 영화로 옮겨 온 켄 로치의 작품(텔레비전과 영화 모두를 포함해) 세계를 돌아보면서 그 작품들이 초래한 정치적, 미학적 논쟁에 대해 살펴본다.

    일부 비평가들은 켄 로치의 작품에서 미학적 측면과 정치적 측면을 구별해 다루기도 하지만, 그것은 켄 로치가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기피한 방식일 뿐 아니라, 그의 작품의 내적 세계를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있는 방법도 아니다.

    작가 이론에 대한 켄 로치의 반감도 그의 정치적 이상과 무관하지 않다. 한 작가의 독재적 창의성을 신뢰하지 않는 그에게 영화는 제작자와 각본가부터 무명의 현지 엑스트라까지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만드는, 집단 작업의 산물이다.

    이런 정신은 그가 자주 다루어온 주제에도 반영돼 있다. 소외 계층 경험의 보편성([업 더 정션], [캐시 컴 홈], [불쌍한 암소] 등), 피억압자 집단의 역사적 가능성([희망의 나날들], [랜드 앤 프리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등), 노동 계급 공동체 문화의 활력([골든 비전], [빅 플레임], [랭크 앤 파일], [룩킹 포 에릭] 등)이야말로 그의 영화를 꾸준히 떠받쳐 온 힘이다.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켄 로치로 인해 ‘정치적 영화’의 스펙트럼이 크게 넓혀질 수 있었다는 점이며, 그를 통해 ‘정치와 미학의 관계’에 대해서도 새로운 안목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켄 로치

    평생 정치적 급진주의라는 입장을 잃지 않았던 그는 최근 영화들에서도 자신이 여전히 사회적 정의에 목말라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1963년 이래 그가 펼쳐온 폭넓은 작품 세계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관객들의 사유를 풍요롭게 할 것이며 때로는 그들을 분노하게도 할 것이다.

    켄 로치에 대한 국내 최초의 종합적인 안내서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그의 작품들이 가진 사회적 맥락, 제도적 배경, 형식적 테크닉, 정치적 신념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다. 켄 로치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뿐 아니라, 그의 작품을 둘러싼 논쟁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더 없이 소중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켄 로치 Ken Loach는 누구인가

    켄 로치는 1936년 6월 17일 영국 워릭셔 주 넌이턴 시의 노동계급 집안에서 태어나 영국 공군에 징집되어 군 복무를 마친 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드라마학회에서 활동을 한 그는 졸업 후 법조계 대신 연극계로 뛰어들었다. 1963년 8월 BBC에 텔레비전 감독 교육생으로 들어가 1964년 [Z 카] 시리즈의 3편을 연출하면서 감독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전통적인 드라마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파괴한 [업 더 정션], [커밍아웃 파티] 등의 텔레비전 작품을 만들었으며, 1967년 이후 그가 만든 텔레비전 드라마는 영화나 다름없었다.

    또한 그의 작품들은 미학적, 정치적으로 큰 논쟁을 불러왔으며, 1960년대와 1970년대 영국에서 텔레비전, 특히 BBC는 영화 산업 내에서 허용되지 않는 창의적 실험의 토대를 제공했다.

    이후 TV 드라마와 극장용 영화, 픽션과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거의 매해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영국의 좌파 정당 설립에도 관여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캐시 컴 홈], [케스], [희망의 나날들], [숨겨진 계략], [레이닝 스톤], [레이디버드 레이디버드], [랜드 앤 프리덤], [스위트 식스틴],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룩킹 포 에릭], [앤젤스 셰어] 등이 있으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2006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앤젤스 셰어]로 2012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해마다 세계 주요 영화제에 초청되어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그는 1930년대의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 [지미 홀 Jimmy’s Hall]로 2014년 칸 영화제 경쟁 부분에 올라 영화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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