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유예된 유로존 이탈과 그 미래
    [inside 국제경제] 그리스 선거 이후와 남유럽 재정위기의 현재
        2012년 06월 23일 06: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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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2차 총선과 돌파구를 찾지 못한 재정 위기

     지난 617(현지 시각) 유로존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예상되었던 그리스 2차 총선거가 끝났다. 당초 세간의 기대와는 달리, 5월 중순에 있었던 1차 선거에서 제 2당으로 급부상했던 급진좌파연합 시리자는 이번 선거에서 단독으로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시리자는 트로이카가 강요해온 긴축 위주의 경제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구제 금융 조건에 대한 전면 재협상, 대외 부채에 대한 지급 불능 선언, 그리고 국내 금융 산업에 대한 국유화 등을 주요 선거 공약으로 내걸어 1차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반면, 신민주당과 범그리스 사회주의 운동당은 시리자의 이와 같은 공약이 국가 경제를 파탄낼지도 모를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비난했고, 독일 총리와 재무장관 등은 시리자와 같은 급진주의 세력이 집권을 하여 구제 금융에 대해서 재협상을 하겠다고 나설 경우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불가피하며 유로존 전체에 파국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그리스 국민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리스의 2차 총선은 지금까지 그리스에 강요되어 온 긴축 위주의 구조 개혁 노선을 유지할 것인가 말 것인가, 더 나아가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유럽으로 파급된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 국면에 어떤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인가 여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는 그동안 그리스 정부가 트로이카 (유럽연합과 유럽 중앙은행 그리고 국제통화기금)와 맺어온 관계에 급격한 변동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다시 말해 그동안 연립정부를 구성해온 신민주당과 범그리스 사회주의 운동당이 시리자를 배제한 채 트로이카의 긴축 구조 개혁 조치를 수용하고 집행해온 반민주적인 정치경제 시스템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드러냈다.

    그리스 1-2차 선거 결과 (20125-6)

    정당명 (의석수 순)

    신민주당

    급진좌파연합

    범그리스 사회주의 운동

    독립 그리스당

    그리스 공산당

    황금새벽당

    민주좌파

    5월 득표율

    18.85%

    16.78%

    13.18%

    10.60%

    8.48%

    6.97%

    6.11%

    6월 득표율 (변동)

    29.66% (+10.81%)

    26.89% (+10.11%)

    12.28%

    (-0.9%)

    7.51%

    (-3.09%)

    4.50%

    (-4.04%)

    6.92%

    (-0.05%)

    6.26% (+0.15%)

    5월 총선 의석수

    108

    52

    41

    33

    26

    21

    19

    6월 총선 의석수 (변동)

    129 (+21)

    71 (+19)

    33 (-8)

    20 (-13)

    12 (-14)

    18 (-3)

    17 (-2)

     그리스 선거, 20125/6월에 관한 위키피디아 문서 파이낸셜 타임즈 619일자 2

    그리스 연립정부의 구성과 남은 문제들

    최종 선거 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되기도 전에 승리를 확신한 신민주당의 대표 사마라스는 범그리스 사회주의 운동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바로 협상에 들어갔다. 그리고 불과 이틀도 지나지 않아 신민주당과 범그리스 사회주의 운동당 그리고 민주좌파는 그리스 의회 전체 300석 가운데 총 179석을 점하는 3자 연립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619-20).

    한때 일부 언론에서는 범그리스 사회주의 운동당 내부에 시리자와의 연정 구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분파가 있고, 이들이 영향력을 발휘해서 연정 구성 협상에 시리자가 포함될지도 모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신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3자 연립 정부는 시리자와 기타 소수 정당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방식으로 연립 정부 구성에 관한 합의를 끝마쳤고, 심지어 독일과 트로이카에 차기 그리스 정부를 운영할 고위직 관료들에 대한 신상 정보를 은밀하게 제공하기까지 했다.

    이제 그리스 정국은 새로 탄생한 3자 연립 정부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그리고 어떠한 방식으로 트로이카와 구제 금융 지원 조건에 대해서 재협상 또는 협의를 해나갈 것인가에 강하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년 여 동안 신민주당과 범그리스 사회주의 운동당은 트로이카가 강요해온 긴축 위주의 구제 금융 조건을 (약간의 이견 표명과 그에 따른 협상이 있었지만) 대부분 수용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에 대한 그리스 국민들의 반발이 커져갔고, 급기야 구제 금융 조건에 대한 전면 재협상과 채무 불이행 선언 등을 포함한 일련의 급진적 정책을 표방한 시리자가 유권자들에게 강한 호소력을 미치기 시작하자, 신민주당과 범그리스 사회주의 운동당은 그동안의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어도 겉으로는 구제 금융 조건에 관해 재협상을 벌이겠다고 말하며 선거 운동을 펼쳤다.

    새로 구성될 그리스 연립 정부의 핵심 축을 이루는 이 두 정당이 내건 이와 같은 공약이 진정성이 있는 것이었는지 아니면 선거 시기에 일시적으로 유권자들을 현혹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것인지 여부는 조만간 판별될 것이다.

    참고로, 이 문제에 관해 채권국들을 대표하는 독일 정부는 지금까지 긴축 구조 개혁 조치들을 집행하는 시기를 일부 조정을 할 수는 있어도 긴축 위주의 구제 금융 조건 그 자체를 협상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로 대표되는 채권국가들의 이와 같은 강경한 태도를 새로 구성된 그리스 연립 정부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누그러뜨리거나 변화시킬 지가 그리스 경제 회생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2당일 뿐만 아니라 지난 번 5월 선거에 비해 20석 가량 더 국회 의석을 확보하게 된 시리자가 앞으로 어떠한 정치적 지도력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따라 선거 이후 그리스 정국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시리자의 대표 치프라스는 선거 결과가 발표된 직후 언론들과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그리스 정부 여당이 트로이카와 올바른 방향으로 재협상을 할 수 있게끔 야당으로서 강력한 압력을 행사하겠노라고 선언했다.

    스페인의 국채 이자율 상승과 계속되는 뱅크런

    그리스를 포함한 남부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 더 나아가 유로존 전체의 존폐에 영향을 미칠 또 다른 요인은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자본 재확충 지원금이 어떠한 방식으로 지급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유럽 금융안정기구는 5월 중순 스페인 민간 은행에 거의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고 €100bn규모의 자본 재확충 지원금(일명 질서정연한 은행 구조조정 기금; Fund for Orderly Bank Restructuring)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연이어 스페인 정부와 주요 민간은행들의 신용 등급을 강등하고, 일련의 뱅크런 (대량 예금 인출 사태)이 발생하자 유럽 금융안정기구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치가 발표된 이후에도 스페인 민간 은행에서 유출되어 해외로 빼돌려지는 자본의 규모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으며, 스페인 정부 발행 국채 이자율도 6월 중순 이후 줄곧 7%대 이상으로 치솟는 등 좀처럼 스페인의 취약한 금융 및 재정 상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스페인 중앙은행의 보고에 따르면, 20121분기 동안에만 총 €97bn, 즉 스페인 국내총생산의 10% 상당 규모의 예금이 대량으로 인출되었다. 국제결제은행(BIS)는 같은 기간 동안 스페인 은행권에 유입되었다가 해외로 유출된 해외 단기 자본의 규모가 총 $81bn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이 점을 고려할 때 유럽 중앙은행과 금융안정기구가 어떠한 방식으로 스페인 은행권의 부실 자산 문제를 처리하고 안정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지에 따라, 그리고 스페인 정부가 악화되는 정부 채권 이자 부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유로존 전체는 다시 한번 존폐 위기의 국면을 맞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악의 경우 스페인 정부가 그리스에 이어 정부 차원의 긴급 구제 금융 지원을 신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일이 생기면 유럽 금융안정기구가 지극히 예외적으로 공언했던 스페인 은행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자본 재확충 자금 지원 방안은 사실상 무의미해질 것이고, 스페인 정부는 지금까지 그리스 정부가 그래왔던 것처럼 구제 금융 지원금을 댓가로 수용해야 할 각종 요구 조건들을 두고 트로이카와 지리한 협상을 벌이게 될지도 모른다.

    스페인 재정 적자 규모와 국채 이자 부담율의 변화

     

    유럽 정상들이 거론하는 위기 극복 방안 – (1) 재정 긴축을 바탕으로 한 재정 통합론

    이러한 가운데 유럽연합 정치 지도자들과 유럽 중앙은행 간부들은 앞다투어 서로 다른 대처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우선, 독일의 메르켈 수상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추구했던 것은 건전 재정을 바탕으로 한 보다 긴밀한 재정 통합론 (fiscal union)이었다. 지난 해 말 양국 정상은 유로존 내 국가들의 재정 적자 폭을 대폭 줄이고 이것을 바탕으로 보다 강력한 재정 통합을 달성한다는 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보수주의적 재정 통합론은 현재와 같은 유럽 재정 위기의 원인과 결과는 물론이고 단기적 과제와 장기적 개혁 과제를 근본적으로 혼동한 잘못된 처방이라는 점이 점점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리스를 포함한 남부 유럽 재정 위기의 근본 원인은 금융 시장에 대한 무분별한 개방 정책에 있었고, 미국발 금융위기가 국제적으로 파급되면서 드러난 은행 및 비은행 금융기업 부분의 부실화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가운데 정부의 재정 적자 폭을 줄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자국 금융 위기 상황에 정부가 개입하지 말고 최악의 경우 은행 및 금융 시스템 전체가 붕괴하더라도 그대로 그대로 내버려두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구나 현재와 같은 금융 위기 국면에서는 전통적인 케인즈주의 노선에 따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민간 부문의 디레버리징 (deleveraging; 급격한 부채 청산 노력)에 따르는 유효수요 감축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확대 재정정책 편성을 언제 달성될지도 모르는 강력한 재정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막는 것은 결국 위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유로존 전체를 심각한 이중 경기 후퇴 (double dip recession) 국면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

    유럽 정상들이 거론하는 위기 극복 방안 – (2) 유럽 단일 채권 시장 창설 방안

    바로 이와 같은 문제점을 고려하면서 일각에서는 유로존 내부에 단일한 채권 시장을 창설해서 공동으로 유로화로 정산되는 정부 채권을 발행하는 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유로본드론’ 또는 ‘단일 채권 시장 창설론’).

    유로존 내 단일 채권 시장 창설론자들은 이렇게 해서 발행되는 채권 판매 수익금으로 유럽 금융안정기구와 유럽 안정 메커니즘에 소요되는 기금을 늘리고, 다시 이를 통해 재정 위기 상황에 빠진 국가들을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 있는 강화된 재정 통합론과 마찬가지로 이 방안도 유로존 내부의 구조적 불균형 (경상수지의 만성적인 불균형과 민간 및 정부 부문의 지속적인 채무관계 형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로존 내부에서 만성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경험하는 나라들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은 항상 이 유로 채권 발행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경상수지 흑자국 (독일 등)은 유로화로 정산되는 공동 채권 발행의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할 것이고, 이 채권 발행을 통해 얻는 기금을 거의 대부분 ‘도덕적 해이에 빠진 적자국’을 위해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할 것이다.

    결국 지속 가능한 성장 정책을 통해서 유로존 내부의 구조적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유럽 단일 채권 시장 창설 방안은 현재와 같은 문제를 비록 형식은 달리할 수 있겠지만 그대로 재현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 정상들이 거론하는 위기 극복 방안 – (3) 프랑스 사회당의 유럽연합 신성장론

    다음으로 거론되는 방안은 프랑스 사회당이 중심이 되어 거론하고 있는 ‘유럽연합 신성장론’이다. 지난 달 5월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프랑스와 올랑드 사회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한달이 지난 617일 국회의원 결선 투표에서 프랑스 사회당이 단독으로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선거 이후 프랑스 사회당은 현재와 같은 유로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성장 협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이 중심이 되어 유로존, 더 나아가 유럽연합 전체를 아우르는 산업발전 기금을 창설하고 이 기금을 효과적으로 운용해서 유로존 내 지역간 산업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취하자는 내용이다.

    필자는 이 구상이 유럽 단일 채권 시장의 창설이라는 안과 결합되어 실제로 집행될 수 있다면, 적어도 가능성의 영역에서 현재의 재정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보다 강력한 유로존, 유럽연합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구상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독일은 물론이고 네델란드 등 그동안 보수주의적 경제정책을 강요해온 채권국에서 조만간 사회민주당이나 다른 좌파 정당이 집권을 해야만 한다.

    유럽 정상들이 거론하는 위기 극복 방안 – (4) 금융동맹론 또는 금융 시장 일괄 규제론

    다른 한편, 스페인 민간 은행권에서 올해 1분기 동안 대규모로 자본이 이탈했고 해외로 빼돌려졌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최근 들어 유럽 중앙은행 관리들 가운데 일부가 유로존 민간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에 대한 사전 심의와 규제, 은행 파산 시 체계적인 인수 합병 유도 및 예금자 보호 등을 핵심으로 하는 민간 은행들에 대한 통합 관리 및 규제론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금융 동맹론’; banking union).

    그들은 민간 은행들의 부실화와 급속한 자본 유출이 결과적으로 정부의 재정 위기로 비화되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지적했고, 은행들에 대한 유럽연합 차원의 통합적인 관리 감독이 없이는 언제라도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하는 바대로 유럽 연합 차원에서 공동의 예금보험공사를 설립하고 유럽 중앙은행 등과 함께 민간 은행들을 관리 감독 및 규제하는 시스템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금융 산업 영역에서 한층 강화된 협력과 통합의 진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달성되어야 할, 또는 어쩌면 영원히 달성되지 못할 수도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현재와 같은 남부 유럽 국가들의 금융 및 재정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중단기적 해결 방안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럽 정상들이 거론하는 위기 극복 방안 – (5) 유럽중앙은행의 유동성 정책과 국제적 압력

    마지막으로 유로존 내부의 제도 변화 또는 구조적 이행기 국면에서 유럽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적극적인 유동성 투입 정책이나 G20 등을 통한 외부에서의 압력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이미 유럽 중앙은행은 두 차례에 걸쳐 유로존 민간 은행들을 대상으로 장기 자본재확충 기금(LTROs)을 운용해왔다. 한마디로 민간은행들이 값싼 담보물을 내걸고 저리의 유로화 현금을 장기적으로 빌릴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이 발행한 정부 채권을 인위적으로 사들여 국채 이자율을 낮추는 조치 등을 취했다.

    물론 이러한 조치들만으로 점점 더 유동성 함정에 빠져드는 민간 은행들의 신용 대부 행태를 바꾸지는 못하였지만,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단기 자본 시장의 신용 경색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긴급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제도의 변화를 구현하거나 안착시키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유럽 중앙은행은 이와 같은 조치를 거듭 취해야 하고 또 취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더불어 미국과 G-20정상들의 압력도 독일 중심의 보수주의적 경제정책을 누그려뜨리거나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지난 19일 열린G20 정상회담에서 회의 참석자들은 적어도 외면적으로는 ‘긴축 위주에서 성장’으로 경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를 했다. 남부 유럽의 위기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발표한 것은 아니나 상징적으로는 프랑스 사회당의 올랑스 대통령 당선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체는 그리스인들과 스페인 사람들이다. 그러나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세계 경제 전체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독일에게 국제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그리스와 스페인에게도 이로운 일일 것이고, 또 이렇게 조성된 국제적 환경을 그리스와 스페인의 좌파 정치세력들이 활용할 것인지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신희영
    뉴욕 뉴스쿨 대학원(The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현재 오하이오 주립대학 (Wright State University)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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