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도교육의 적’들을 만나다
    [책소개] 『세상의 교사로 살다』(윤지형/ 교육공동체벗)
        2014년 05월 18일 01: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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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교사로 살다 – 윤지형의 교사탐구 3》은 ‘학교 밖’ 교사들의 이야기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려 쓰자면 그들은 ‘제도 교육의 적’이다. 틀에 박히기를 싫어하고 반항적이고 날것으로서의 자유인, 자연인이기 때문이다. 또 그들의 학교는 제도권 학교의 이데올로기와 관습을 근본에서부터 의심하고 타파코자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전작 교사탐구 전편들을 통해 학교 안에서 분투하는 교사들을 소개해 왔다. 세상을 향해 “이 교사를 보라!”고 소리치며, 그들을 통해 우리 교육의 ‘희망’을 보여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교사들의 아름다운 분투는 학교 담장 안에 머물러 있었다. 그들의 사유와 실천은 끊임없이 학교 안팎을 넘나들었지만 그 자유에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문계에서 야자를 ‘째고’ 반 아이들과 함께 야구 경기 관람을 갈 만큼 저자 또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기에 새로운 ‘희망’ 찾기는 계속되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버린 세상의 교사들을 통해 ‘교육 너머’를 상상해 보고자.

    이 책은 격월간 《오늘의 교육》 2012년 3.4월호부터 2013년 11.12월호까지 <윤지형이 만난 사람>으로 연재된 내용을 새롭게 다듬어 엮은 책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세상이라는 학교, 이 가슴 벅찬>은 각기 다른 이유로 학교를 떠난 네 명의 교사의 이야기다.

    귀촌과 연극이라는 공통분모로 아이들을 만나는 박계혜와 임은혜, 창녕 우포늪 지킴이로 살아가며 환경교육을 몸소 실천하는 이인식, 홍동 갓골에서 농사의 전인적, 생태적 가치를 교육적으로 선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박형일이다. 이들에게 학교는 더 이상 교육이 이뤄지는 장소로서 공간적 의미는 퇴색한 지 오래다. 세상이란 학교에서 아이들을 자유롭게 만나고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2부 <이런 학교, 이런 교장, 이런 교육>은 부천실고와 노들야학, 불이학교를 통해 다른 학교, 다른 교장, 다른 교육을 보여 준다.

    학교와 가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탈학교 아이들과 어린 학생 노동자들의 배움터이자 보금자리인 부천실고와 그 설립자인 이주항 교장. 장애인운동판의 확고부동한 거점이며 삶과 문화, 배움의 공동체인 노들야학과 박경석 교장. 공동육아협동조합에서부터 초등, 중등 대안학교까지 학부모들과 마을학교,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불이학교 이철국 교장. 이들은 학교를 아이들의 안식처이자 마음의 고향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3부 <교사의 길, 멀고도 아름다운>은 가르치는 존재로서 교사의 역할을 고민하게 한다.

    참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부산교육연구소를 설립하고 그 스스로가 씽크탱크think tank인 이광호. 미술교육을 바로잡기 위해 교육운동에 나선 화가, 그리고 이젠 ‘대안학교 코디네이터’를 자처하며 대안학교를 설계하고 만들어 나가는 일에 팔을 걷어붙인 심수환. 병역거부를 선언해 옥고를 치르고 학교에서 쫓겨난 후 ‘평화’의 교육적 실천이 가능한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에 둥지를 튼 김훈태. 이들의 활동에는 교육에 대한 열정과 실천, 성찰이 잘 드러난다.

    세상의 교사

    1부 – 세상이라는 학교, 이 가슴 벅 찬

    <그녀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의 박계혜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학급 운영 전문가였다. 하지만 그녀는 ‘현재를 살기 위해’ 18년 동안 몸담았던 경남 양산의 개운중학교 아이들과 이별한다.

    우리 교육은 소수만이 가질 수 있는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구조이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이런 교육의 신화, 이데올로기를 신봉한다. 그러나 박계해는 자신의 삶으로 ‘카르페디엠carpe diem’을 실천하고 있다.

    방과후학교에서 연극을 가르치며 아이들이 열정을 분출하며 매 순간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녀 스스로가 아이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것을 즐길 줄 알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기에 아이들이 공연을 마쳤을 때 그녀는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훌륭한, 은 아니지만 행복한 공연임이 틀림없다.”

    <‘자연의 학교’에서 교육의 도道를 살다>의 이인식은 우포늪 지킴이다. 33년의 교사 생활만큼이나 환경운동 경력도 25년이나 된다. 20년 전 우포늪 보전운동 당시 주민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2010년 아예 인근 마을로 이사까지 했다. 변혁을 꾀하는 어떤 운동이든 ‘마을’에 뿌리박아야 한다는 그의 지론 때문이었다.

    모든 생명은 단 한순간도 같은 적이 없기에 그는 ‘우포늪은 힐링이 아니라 상상과 창조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멸종된 따오기를 중국에서 들여와 복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 세대인 아이들이 따오기가 날아다니는 우포늪에서 생명의 가치와 환경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말이다.

    <신神이 떠나간 마을에서 아이들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임은혜는 마을을 복원하고 아이들의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연극과 놀이를 강조한다. 문화를 창조, 향유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자긍심을 심어 주기 위해서다.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의 아이들, 학교에선 ‘투명인간’이지만 임은혜의 품 안에선 빛이 나고 생기 넘친다. 그녀가 경북 청송과 서울 구로의 아이들과 함께 매년 축제를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삶과 교육의 ‘농적農的 전환’을 꿈꾸다>의 박형일은 청년 농부이다. 그는 “학교교육의 시간에도 ‘자연의 시간’, 농사의 시간이 들어와야 한다”고 말한다. 계절의 변화와 상관없이 매일 분초를 다투고 나누는 삶의 비교육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교사들과 농사를 함께 지으며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의 농적 전환’을 꿈꾼다. 농사를 통해 생명, 생태, 공동체, 협동경제, 먹거리교육 등 이 시대에 필요한 교육, 이 시대가 ‘망각’하고 있는 것들을 되살리고 싶기 때문이다.

    2부 – 이런 학교, 이런 교장, 이런 교육

    <‘불가능한 학교’의 지속가능성을 기도企圖 혹은 祈禱하다>의 이주항은 부천실고의 설립자 겸 교장이다. 대학 졸업 후 노동운동을 위해 공장에 위장 취업한 그는 4년 동안 용접 등을 하며 진짜 노동자가 된다. 그 시간은 이주항에게 ‘노동자의 실제 삶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만들어 준다.

    부천실고를 설립한 것도 어린 노동자를 위한 학교와 그들이 노동자로서 자각할 수 있게 도와줄 좋은 선생님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금전적 어려움으로 존폐의 위기를 겪을 만큼 어려웠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난 25년 동안 부천실고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아이들 때문이다.

    “아이들을 갈 곳이 없게 만드는 것은 사회적 폭력이지요. 떠밀리고 떠밀려서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 우리 학교에 오는 것입니다.” 이주항의 말이다.

    <당신의 해방이 나의 해방과 같다면>의 노들야학은 교사로 1년 있으면 잘 있는 거고 2년을 버티면 괴물이라고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학생과 교사로 만나는 노들의 밤은 수업도 밥도 술자리도 모두 투쟁처럼 뜨겁고 치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떠날 때가 되면 떠나는 것이 당연했던 교사들과 달리 야학을 자신의 인생에 묶은 최초의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박경석 교장이다. 그는 교장보다 ‘고장’이라고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학생들에게 노들야학이 ‘마음과 몸의 실천의 고장(고향)’이 되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야호!’에서 ‘불이’까지, 그리고?>의 불이학교의 구성원들은 제도 교육의 적이라 할 만하다. 공동육아협동조합에서부터 시작해 초등 대안학교, 중등 대안학교인 불이학교까지 제도 교육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핵심에 이철국 교장이 있다.

    불이학교는 어떤 수업이 학생의 성장과 행복에 큰 의미가 없다면 다른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3학년이 되면 1, 2학년 후배들을 가르치는 ‘청출어람’이라는 수업도 한다. 아이들에 대한 그의 사랑과 믿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그는 교장의 권력을 내려놓았다. 교장은 교사의 자율성을 절대적으로 존중하고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그의 지론 때문이다.

    3부 – 교사의 길, 멀고도 아름다운

    <가없는 ‘벌판’ 상상하며 길을 가다>의 이광호, 저자 윤지형은 그를 시시포스에 비유한다. 그는 교사-교육운동과 참교육 실천을 위해 부산교육연구소와 도시형 대안학교인 온새미학교를 설립하고, 동아시아 동포 어린이들의 우정과 평화의 연대를 위한 ‘어린이 희망학교’를 주최한다. 또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을 설립해 ‘깨어 있는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끊임없이 거대한 바윗덩이를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처럼 그 또한 사회 변화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지난 30여 년 동안 자신의 상상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동서분주하는 인간의 교사인 것이다.

    <그림에서 교육으로, 교육에서 운동으로>의 심수환은 화가이다. 젊은 시절 미술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그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미술은 곧 재능’이라는 편견이 그림맹盲을 양산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바른 미술교육을 하기 위해 공부하다 이오덕 선생의 《삶을 위한 글쓰기 교육》에서 그 답을 찾게 된다. (미술)교육을 변화시키려면 교사들을 만나야 했다. 그러면서 교육운동에 발을 내딛게 됐고 그의 다양한 사회 경험은 대안학교 설립에 많은 도움이 됐다. 기금 마련과 재정 운영 방법에서부터 인력 지원, 건축 공사까지 다재다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그는 스스로를 ‘대안학교 코디네이터’라고 소개하고 있다.

    <“나의 촛불이 꺼지지 않기를”>의 김훈태는 ‘평화주의자’이다. 하지만 그는 “일찍부터 평화보다도 폭력의 문제를 많이 생각했다”라고 고백한다. 이라크 전쟁과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 반대 투쟁이 바로 그것이다. 전자가 그로 하여금 전쟁과 무기를 거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 후자는 그의 내면을 폭력으로 물들였다.

    하지만 김훈태에게는 틱낫한 스님과 영어의 몸이라는 수행의 길이 주어져 있었다. 지금은 ‘평화’와 인간에 대한 참된 ‘이해’에 기초한 슈타이너의 인지학을 공부하며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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