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 방한 그리고 TPP,
    민중의 건강권에 대한 공격
        2014년 04월 28일 09: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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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에 이어 TPP(1)를 통해서도 더 광범위한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고 밝혔다.

    TPP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29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협의 내용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나마 NGO단체인 국제지식생태계(KEI), 미국 소비자단체인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 위키리크스(Wikileaks) 등에 의해 협상 내용이 일부 폭로되었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 보고서 등이 공개되어 간접적으로나마 그 내용을 파악 할 수 있게 되었다.

    유출된 내용은 TPP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측 제안의 내용으로써 지적재산권 챕터, 의약품 챕터, 투자 챕터 등인데, 이 내용들을 분석해보면 TPP가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TPP는 의약품, 의료기기와 의료기술에 대해 한미 FTA,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보다 더욱 강력하게 초국적 자본의 독점권을 보장하는 한편 제네릭 의약품의 제조·생산·출시에 대해서도 제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직접적으로는 민중의 의약품 접근권을 약화시킬 것이며, 나아가 건강보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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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PP는 민중의 의약품접근권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것

    한미 FTA가 민중의 의약품접근성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점은 이미 지적된 바 있다(2). TPP는 한미 FTA보다 더욱 의약품 접근권을 저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 TPP는 특허권을 강화함으로써 오리지널 의약품의 독점을 강화하고 제네릭 의약품 출시를 늦추고자 한다. 특허권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은 △효과의 향상이 없을지라도 기존 물질의 새로운 사용방법, 형태, 용도에 대해 특허를 획득하도록 하는 특허기준완화, △특허심사기간과 의약품시판허가기간을 특허존속기간에 더하는 특허기간 연장, △특허취소기준 강화 등이다.

    이는 제약자본의 ‘에버그리닝 전략’(3)을 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TPP는 여기에 더해 특허 대상을 인간‧동물의 치료를 위한 진단법, 요법 및 외과적 방법까지 확대하고 있어 의약품 접근권을 넘어서 의료기술 전반에 대한 접근권을 위협한다.

    둘째, 자료독점권을 강화하는 TPP의 조항들은 초국적 제약회사들이 특허 기간을 편법적으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한다. 자료독점권은 의약품 판매승인을 받을 때 제출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임상시험자료를 제네릭 제조회사가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이는 특허 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제네릭 의약품의 출시를 지연시켜 오리지널 의약품의 독점 기간을 연장한다. TPP는 인슐린, 백신과 같은 바이오의약품의 경우에는 자료독점 기간을 12년간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셋째, TPP는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더욱 구체화한다.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한미 FTA를 통해 관철된 제도로, 최근 보건복지부는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반영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특허권자가 식약청에 특허를 등재해 놓으면, 특허 등재된 의약품과 같거나 비슷한 의약품의 허가 신청이 들어올 경우 식약청이 특허권자에게 이를 통보하도록 한다. 그리고 특허권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특허 침해 여부와 상관없이 제네릭 의약품의 시판을 일정 기간 동안 자동으로 정지시키도록 한다.

    이 제도는 특허권 보호라는 취지를 넘어서 모든 제네릭 의약품의 출시를 늦추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현실화될 경우, 특허권자가 제네릭 의약품 제조사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제네릭 의약품의 출시를 지연시키기는 이른바 ‘역지불합의’가 자행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이미 한국에서도 GSK와 동아제약 사이의 역지불합의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바 있다. 동아제약이 GSK의 항구토제 ‘조프란’의 개량 신약을 출시하지 않는 대신, GSK측으로부터 경제적 보상을 받은 것이다. 허가-특허 연계제도의 강화는 제네릭 의약품 출시에 불리하게 작용하므로, 특허권자의 역지불합의 시도를 더욱 쉽게 만들 것이다.

    그 밖에도 TPP에는 초국적 제약회사가 약가 결정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허용하는 조항,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의 도입, 의약품의 색·모양·크기에도 상표권을 적용하도록 하는 조항, 의약품 포장의 일부에 포함된 의약품 정보 문서나 라벨 등에 대한 저작권 관련 조항, 특허 만료 전 제네릭 의약품의 제조 및 판매 허가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볼라조항’에 대한 약화 등 민중의 의약품 접근권을 제한하는 광범위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TPP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와 국민건강보험 약화를 초래할 것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FTA가 국민건강보험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정부는 한미 FTA는 국민건강보험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우려를 일축했지만, 문제는 한미 FTA가 체결됨에 따라 한번 완화된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규제는 돌이키기 힘들어졌다는데 있다.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규제 완화와 이로 인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대한 유인을 감소시키고 건강보험 재정 악화, 건강보험의 보장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TPP는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이라는 측면에서 한미FTA보다 더 강화된 규정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더 높다.

    우선, TPP에는 지금껏 어떤 FTA에도 없던 ‘국영 기업’에 관한 챕터가 있는데 그 내용과 목표는 공기업의 해체 및 민영화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TPP 협상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제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실제하는 것이다.

    게다가 TPP는 ‘간접수용’에 있어서도 한미 FTA보다 더 강화된 규정을 가지고 있다. 한미 FTA에는 정부의 규제가 투자자의 ‘기대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 이를 정부의 몰수로 간주하고 해당 국가의 정부가 보상해줘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를 ‘간접수용’이라고 하는데, 한미 FTA에서는 ‘투자자의 기대는 규제가 덜한 부문보다는 규제가 심한 부문에서 합리적일 가능성이 더욱 낮다’고 밝히며 간접수용 규정의 적용에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러나 유출된 TPP의 투자챕터에 따르면 TPP에는 이러한 종류의 제한 규정이 없다. TPP가 체결될 경우 현재에도 60% 수준에 불과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정부가 높이려 하거나 재정 절감을 시도하면 ISD 제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실제 미국이 TPP를 통해서 민간보험시장의 개방·확대를 원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2013년 8월 TPP 협상과 병행한 미·일간 무역협상에서 미국 무역대표부는 일본우정그룹 산하 간포생명보험을 두고 ‘민간기업과 경쟁조건이 평등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미국 측의 주장은 미국생명보험협회(ACLI)가 이전부터 주장해 오던 것으로, 미국은 TPP를 통해 자국 보험업계의 이해관계를 노골적으로 관철시키려 하는 것이다.

    TPP가 불러올 우울한 미래

    살펴봤다시피 TPP는 초국적 제약자본에게는 축복이, 민중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다. 의약품 특허와 관련한 조항들만 보더라도 TPP를 막아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특허권의 범위와 기간을 무차별적으로 늘림으로써 초국적 제약회사의 이윤을 보장하는데, 이는 약가 상승을 불러옴으로써 민중의 의약품접근권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한미 FTA의 연장선상에서 TPP가 강화하고 있는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과 민영화를 강제하는 조항들은 TPP를 막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박근혜 정부는 영리자회사 허용 및 부대사업 범위 확대, 원격의료 허용, 영리법인약국 허용 등 광범위한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TPP는 한 번 허용된 의료민영화 정책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TPP는 박근혜 정부의 ‘민영화’라는 국내 정책을 더욱 공고히 만드는 대외 정책이다.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반대 여론이 형성되어 있는 것에 비해 TPP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경제 성장’, ‘수출 확대’라는 이름으로 자본의 이해관계만 강조되는 지금의 현실을 넘어서서 TPP가 실제 민중의 권리를 침해하는 측면을 널리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관련 설명>

    (1)TPP(Trans-Pacific Partnership: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의 통합을 목표로 모든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고 자유화하는 협정. 최근 미국이 적극적으로 협정 가입을 추진하고, 아시아 국가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는 것은 큰 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크게 작용한 때문이라고 알려짐. 현재 12개국(미국,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멕시코, 캐나다, 일본)이 참여.

    (2) 이은주 ‘한미 FTA와 보건의료 : 한미 FTA는 자본의 이해에 맞게 한국 보건의료를 재편하려는 시도다’ <사회운동> (2011년 7·8월호).

    (3) 기존의 의약품에 ‘사소한 변화’를 주어 2차 특허를 얻어 특허기간을 연장함으로써 제네릭 생산을 막고 약값을 높은 상태로 유지하려는 것이 “에버그리닝”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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