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병원 민간위탁,
    공공성의 파괴이자 의료민영화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사태로 본 공공병원 민간위탁 문제점
        2014년 04월 18일 05: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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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동자들은 지난 3월 29일부터 파업 중이다. 노동조합은 병원의 불법·편법 운영과 노동자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은 지역 노인의 건강을 위해 청주시민의 세금으로 세워진 공공병원이다. 이 병원은 지자체 병원의 성격에 맞게 공공성을 중심에 두고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민간병원에 위탁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병원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씨엔씨병원은 사익만을 추구하면서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의료의 질’은 외면한 채 ‘비용절감’만을 좇아왔다. 또한 병원 노동자에 대한 터무니없는 처우와 탄압이 이어져 왔다. 이에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정당한 노동조건 보장과 함께 공공병원으로서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의 제자리 찾기를 요구하고 있다.

    행진

    의료 공공성을 주장하는 노동자들

    노동권 짓밟으며, 수익만 추구하는 씨엔씨병원

    지난 2년 동안 병원 노동자들은 노예와 다름없는 계약조건 속에 일했다. 근로계약서에는 근로기준법상의 법정수당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함께, 본인의 연봉을 공개하지 않으며 타인의 연봉도 알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등 비상식적인 내용들이 버젓이 쓰여 있다.

    간병노동자들의 경우에는 24시간 노동을 해도 15.5시간의 임금만 지급되었다. 근로계약서부터 임금체불까지 씨엔씨병원이 보인 행태는 모두 명백한 노동자의 권리 침해이다.

    씨엔씨병원은 비용절감을 위해 간병사 1인이 1병실(5명~8명)을 담당하던 것을 2병실(10명~16명)로 늘리겠다고 한다. 이는 간병노동자의 노동강도를 증가시킬뿐더러 간병인이 보지 못하는 절반의 환자는 간병을 받지 못하게 되어, 건강과 안전에 치명적이다.

    ‘비용절감’을 위해서라면, 환자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문제제기에 병원 측은 병실에 CCTV를 설치해서 보면 된다는 비상식적인 ‘모니터 간병’을 주장한다. 이는 환자의 안전은커녕 노동자를 감시하고 탄압하기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환자의 인권마저 침해하는 것이다.

    작년 10월 설립된 노동조합은 6개월에 걸쳐 교섭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요구해왔지만, 병원장에게 대화의 의지는 전무했다. 병원장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커녕 조합원 해고, 용역투입, 불법 CCTV 설치, 부당징계 남발 등 노동탄압에만 열중하였다.

    병원의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지만,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청주시는 오히려 씨엔씨 병원의 편을 들고 있는 행색이다. 노동조합이 사태 해결 촉구를 위해 청주시청 앞에 이미 신고된 농성 천막을 설치하려고 하자, 청주시청 측은 300여명의 경찰 병력과 시청 직원 50여명을 동원하여 해체하는 등 막무가내 폭력행위도 불사했다.

    300

    의료 공공성을 촉구하는 노동자를 탄압하는 경찰(사진=미디어충청)

    반복되는 공공병원 민간위탁의 문제점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의 민간위탁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이 병원을 위탁운영하던 효성병원은 유효기간 지난 의약품,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 병원 노동자 임금체불 및 노조원 부당해고 사태 등으로 수많은 물의를 빚었다.

    민간위탁으로 크게 문제가 된 공공병원을 또 다른 민간병원에게 위탁을 맡기면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민간위탁의 문제는 다른 병원에서도 나타났다. 2012년 운경재단이 위탁 운영하던 대구시노인전문병원은 최저임금 위반, 13억 원 체불임금, 고의적 인원감축, 부당 해고·징계 등의 문제로 106일 간 노조가 파업한 바 있다.

    당시 병원은 간병사 1인당 최대 환자 18명(3병실)까지 돌보게 하였으며, 청소와 빨래는 물론이고 전문 의료인이 해야 할 의료행위(투약, 피딩, 석션 등)까지 모두 간병사의 몫이 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렇듯 민간위탁된 병원의 악화된 노동조건은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져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민간에게 위탁된 군산, 마산, 이천의료원을 분석한 ‘국내 의료서비스 현황과 관련 쟁점’ 보고서에 의하면, 3개 의료원 모두 민간위탁 이후 △병원노동자의 임금은 동결되거나 하락했고, △비정규직·계약직이 급증했으며, △노동강도는 더욱 강화되었다.

    반면, 이들 지방공사의료원을 민간위탁한 뒤 입원 환자 한 명당 하루 평균 진료비가 2~3배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공공병원의 민간위탁 사례를 살펴보면, 서울시 보건정책과 내부 자료에서 2005년 현재 6개 시립병원 환자의 평균 32.5%가 의료급여 환자인 반면, 서울대학병원에 민간위탁 된 보라매병원은 고작 15.3%에 불과했다. 보라매병원은 의료급여 환자의 비율이 다른 공공병원에 비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낮았다.

    이와 같이 공공병원의 민간위탁은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 아니라 병원의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것이 분명하다. 민간 사업자인 이상 필연적으로 환자들에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 영리추구를 위해 인력을 줄이고 매출을 올리는 것에만 골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공병원 민간위탁은 의료민영화의 일환

    공공병원 민간위탁은 넓은 의미에서 볼 때 의료민영화의 일환이며, 기존의 의료민영화 정책들과 맥락을 같이한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금까지의 공공병원 민간위탁은 의료의 영리적 성격을 강화시키는 것이었다.

    이는 의료민영화로 인해 기존의 민간 병원들이 경영 개선을 내세우며 자행하는 구조조정,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하락, 민중의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게 되는 현실과 다를 바가 없다.

    또한 민간위탁은 의료의 공공성이 담보되기 위해 힘써야하는 공공병원 본연의 기능을 훼손하는 것이다. 공공병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형성된 재원이 투입된 만큼 이윤 창출을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건강권을 공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민간위탁은 그나마도 부족한 공공병원을 시장의 손에 맡김으로써 수익 추구의 의료에 편승하게 한다. 지방공사의료원과 시립병원의 경우 의료공공성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여 지역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청주시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문제를 즉각 해결하라

    노동부는 ‘기존 격일제 근무형태의 임금체불 소지를 먼저 해소하고, 전문기관 의뢰를 통해 충분한 검토 이후 노사합의하에 근무형태를 전환한다’는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병원측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병원장은 정부가 내놓은 중재안을 당장 수용하여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고, 청주시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이 시민을 위한 공공병원이 될 수 있도록 책임지고 직접 나서야 한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와 민중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수익성 추구에 혈안이 되어 병원의 의료공공성이 사라지는 상황 속에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필연적으로 열악해질 수밖에 없고, 이는 환자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 투쟁은 단순한 노사 문제가 아니라 공공병원의 민간위탁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이는 의료민영화를 막아내기 위한 투쟁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민간위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청주시노인병원에서는 의료공공성을 기대할 수 없다. 노동자의 노동권도 무시하는 병원이 지역 어르신의 건강을 제대로 돌볼 리 만무하다. 따라서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은 시에서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을 관리 감독하고, 직접 운영하여 청주시민을 위해 역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공공병원의 직접 운영은 공공의료기관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 일뿐 아니라 의료의 공공성 회복과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한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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