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자 '들었다, 놨다' 속보 경쟁
    [기자수첩] 세월호 침몰에 오보 난무하는 속보와 단독 경쟁
        2014년 04월 16일 04: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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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객과 승무원 459여명을 태우고 인천에서 제주로 항해 중이던 여객선 ‘세월호’가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해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특히 ‘세월호’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300여명의 교사와 학생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가족들과 국민들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침몰된 여객선 모습(방송화면)

    침몰된 여객선 모습(방송화면)

    이런 와중에 방송사와 신문매체 할 것 없이 ‘속보 경쟁’을 벌이면서 오보가 난무하고 있어 탑승자 가족들과 국민들을 ‘들었다, 놓았다’ 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원고 학생들 전원이 구출됐다”라고 보도한다거나, 탑승자 000명이 구출됐다는 식의 보도를 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속보를 접한 네티즌들은 언론사마다 크게는 100여명이 차이가 나는 구조자의 규모를 보고 “도대체 어느 언론사의 보도가 정확한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심지어 모 일간지는 ‘2차 구조자 명단’을 확보했다고 ‘단독’이라고 보도하고 있으니, 누군가의 불행을 단독보도 경쟁으로까지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조차도 출처가 불분명해 사실여부를 역시 정확히 알 수 없다.

    사실 대형 사건사고가 터졌을 때마다 언론의 과열 취재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울산 아동폭행 피해자 어린이를 화장실로 불러내 취재한다거나, 경주 마오나 리조트 붕괴사고에서도 취재진들이 붕괴 건물 바로 앞에 주차해 소방 구조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웠다는 한 소방관의 비판도 있었다.

    필자 역시 국회 인근 병원에 분신으로 중환자실에 실려간 시민이 있어 취재를 갔다가 아연실색한 적이 있다. 사건사고를 담당하는 기자가 아니었던지라 경찰 출입 기자들을 처음 만나게 됐는데, 이들 기자들은 거의 병원에 ‘난입’하는 수준이었다. 어떤 기자들은 “이게 얼마만에 일어난 사건이냐”며 입맛을 다시기도 했다.

    분신한 시민의 살아날 가능성을 취재하고 있던 내가 지나가는 의사에게 “3도 화상이면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것이냐”고 물었을 때에도 인근 기자들 나와 대화를 하고 있던 의사에게 달려들어 해당 의사가 기겁을 하고 도망가기도 했다.

    기자는 최대한 자기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의무가 있다. 기자회견에서조차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사는 자질 없는 기자인 나는 그날 취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지금도 역시 썩 훌륭한 기자는 결코 아니다.

    반면 자기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 채 모든 사건과 사고를 ‘단독’ 보도의 대상으로 사고하는 것 역시 기자로서 옳은 자질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누군가의 죽음과 불행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조차 갖추지 못하는 보도가 ‘객관적 보도’라 할지라도 말이다.

    물론 이를 단순히 기자 개인의 윤리나 자질의 문제로만 판단할 수 없다. 광고와 직결된 페이지뷰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기자들에게 오보를 감수한 경쟁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충격 고로케의 이준행씨 “큰 사고는 함께 즐기는 스포츠가 아니야” 비판

    언론사가 페이지뷰를 늘리기 위해 낚시성 제목을 다는 문제를 전면 비판하고 나섰던 ‘충격 고로케’의 이준행씨가 ‘일간워스트’에 이러한 사건 사고 뉴스는 “차라리 안 보는 것이 좋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준행씨는 이날 오후 일간워스트 게시판을 통해 “기자들도 괜히 지역 해경이나 구조대, 학교로 전화를 걸어대기보다 정부에서 만들어 놓은 중앙대책본부 같은 곳의 브리핑을 얌전히 기다리는 게 도리이지만 절대 그렇게 안 한다”고 꼬집으며 “속보라는 것, 중요하고 관심도 클 수밖에 없지만 그 속보라는 것이 ‘빠른 소식을 전하는 사명’ 아닌 ‘호객수단’이 된 지 이미 오래”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큰 사고는 함께 ‘즐기는 스포츠’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TV를 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무사귀환을 빈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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