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로비에 국회 뒤흔들려
공영 아닌 '민간 산재보험' 강요
    2014년 04월 10일 11:11 오전

Print Friendly

보험설계사, 레미콘 기사, 경기보조원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산업재해보험(산재보험) 당연가입을 위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보험회사의 로비 때문에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주장이 10일 제기되는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법제사법위가 이 개정안을 재심의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월권금지’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더 많은 산업재해에 노출되어있는데도 ‘적용제외 신청’ 이라는 독소조항 때문에 당연가입이 안되어 실제 가입률은 9%대에 머무르고 있다”며 “사업주의 강요로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산재 보상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지난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독소조항을 폐지하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법사위에서 지연 계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_MG_0971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산재보험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참세상 김용욱)

적용제외 신청이란 특수고용노동자들 산재보험을 가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제도인데, 사업주가 이 제도를 악용해 적용제외 신청을 하지 않는 노동자들과는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거나, 임의적으로 적용제외 신청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민주노총의 최명선 노동안전국장은 환노위에서 통과된 이 개정안이 정작 법사위에 걸려 표류하고 있는 데 대해 “보험회사들이 민간 산재보험을 팔기 위해 자기 시장을 사수하려는 업계의 로비가 개입되어 있다”고 제기했다.

보험회사,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에 싸인만 하라고 강요
보험설계사 대다수 민간 산재보험 확대 반대…”복지정책 후퇴”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오세중 대한보험설계사협회 대표 역시 “보험회사가 설계사들을 위촉할 시 산재보험에 자기부담금이 있다는 걸 강조하며 회사가 전액 부담하는 단체보험을 강요하고 있다”고 제기했다.

산재보험은 일반 노동자들의 경우 사업자가 100% 부담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은 50%를 부담해야 한다. 보험사들이 이러한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것.

또한 오 대표는 “보험회사가 단체보험을 강권하면서 ‘적용제외 신청’을 강제하기도 한다”며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에 아예 적용제외 신청에 마크한 것으로 인쇄된 걸 나눠주고 특별한 설명 없이 그냥 싸인만 하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간 산재보험이 문제가 되자 보험회사측이 설계사들에게 ‘산재보험 적용 반대’ 서명 용지를 나눠주며 싸인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보험설계사들의 온라인 모임에서 한 설계사가 “우리 회사에서 직원이 싸인 하라고해서 생각 없이 서명했는데 산재적용 반대였다”며 “서명 후에 알고 나서 그거 없애달라하니 그냥 가져가버렸다. 회사가 이런 식으로 설계사에게 서명을 받았다”고 제기했다.

IMG_0449

보험회사측이 설계사들에게 나눠준 적용예외 신청서. 신청서에는 이미 ‘적용예외 신청’에 마크가 인쇄되어있다.

그러자 다른 설계사 역시 “저희 회사도 그랬다. 단체 산재보험(민간 보험) 비교해주더니 싸인 받아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환노위에서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 법사위에서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주장한 내용이 전혀 근거가 없다는 걸 의미한다.

두 의원은 현재 설계사들이 공영 산재보험과 보험사의 민간 산재보험 중 자기부담이 없는 민간 산재보험을 선택할 권리를 박탈하게 되는 것이라며, 마치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위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펼쳤다.

그러나 오 대표는 “보험회사들과 일부 국회의원들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공영 산재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것을 마치 노동자들이 자기부담금 때문에 싫어한다고 왜곡 선전하고 있지만, 실상은 가입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라며 특히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에 국민 선택권 준다면 얼마나 실효성 있는 사회보험이 되겠나. 결과적으로 복지정책을 후퇴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IMG_0453

보험설계사들 모임 화면 캡쳐. 회사가 설계사들에게 산재보험 적용 반대 서명에 싸인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는 증언

산재보험 가입은 곧 해고
다른 직업보다 산재율 34배 많지만 보상 못 받아

레미콘 기사인 김희기 성신양회 운송노조 위원장 역시 “레미콘 운전기사들은 레미콘 운반 후 찌꺼기 세차가 가장 중요한 일인데, 이 업무로 인한 추락사고가 빈번하다”며 “하지만 사측은 1년에 한 번씩 하는 사업자 등록 할 때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안 하면 계약을 해지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레미콘은 다른 건설기계 장비와 달리 레미콘이 아닌 다른 제품을 담을 수 없어, 계약을 해지당하면 갈 때가 없다. 그래서 회사 측에서 요구하는 대로 적용예외 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 반드시 이러한 적용제외 신청 제도가 폐지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부영 한원CC노조 위원장은 “골프공은 워낙 파괴력이 높아 잘못하면 맞아 죽을 수도 있다. 실제로 얼마 전 한 경기보조원이 큰 사고로 인해 뇌사상태에 빠졌지만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때문에 아무런 보상을 받고 있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속히 적용제외라는 독소조항을 폐지해서 경기보조원들 역시 최소한의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산재보험 혜택을 받는 기회가 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명선 국장에 따르면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일반 노동자들과 비교해 무려 34배 가량 산재사고의 위험을 갖고 있다.

한편 <산재보험법> 개정안은 환노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계류 중이며 오는 22일 타 상임위 법안을 심사하는 법사위 제2소위원회가 개최된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