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의 개발 행정에
    맨몸으로 맞서 싸운 사람들
    [서평] 『굿바이 뉴타운』(목영대/ 글통)
        2014년 03월 29일 11: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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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이 서평은 노동당 기관지 <미래에서 온 편지> 4월호에도 게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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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27일 의정부에서 색다른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굿바이 뉴타운 – 목영대, 뉴타운을 뒤집다》 출판기념회는 참가한 사람들의 축사나 연대사 없이 공연과 토크로 이어지는 토크콘서트로 한껏 즐거움과 끼를 발산하는 자리였다.

    토크콘서트에는 평균 75세인 주민들이 뉴타운 투쟁을 하며 겪은 일들을 맛깔나게 풀어냈다. 어떤 주민대표는 투쟁할 때 격렬하게 부딪친 조합 추진 찬성측 대표하고 이제는 ‘애니팡 하트’를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고 말해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책장에 얌전히 꽂힐 수 없는 뜨거운 투쟁기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대개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가 자서전으로 선거자금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기념회에서 받은 책들 중 대부분은 책장 한 구석을 차지하는 장식품이 되고 만다. 그러나 《굿바이 뉴타운》은 장식품이 되기엔 가슴 뜨거운 사연이 너무 많다.

    《굿바이 뉴타운》은 지난 3년 동안 뉴타운 · 재개발을 막아내려 고생한 주민들과 경기도 각 시군의 뉴타운 비상대책위원회 임원들이 함께 투쟁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투쟁을 이끈 목영대 위원장이 자서전 형식으로 의정부와 경기도의 뉴타운 투쟁 과정과 승리의 기록을 엮었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0년이 됐지만 아직도 지역의 주민운동은 열악하다. 특히 주거운동을 오랫동안 한 내가 볼 때 진보운동의 주체들이 가장 중요한 문제를 소홀히 여긴 게 아닌지 묻고 싶을 때가 많다.

    책장을 넘기며 《굿바이 뉴타운》이 그동안의 내 답답증과 갈증을 풀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지역 현안이 전국 사안으로 확대되는 방식, 주민들과 함께하는 투쟁이 승리할 수 있는 조건과 경로를 얻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투쟁 전략과 전술도 배울 수 있고, 주민을 투쟁 주체로 세우려면 먼저 해결해야 하는 조건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굿바이 뉴타운

    뉴타운 괴물을 몰고 온 타운돌이와 헌집 주고 내쫓기는 지역 주민의 비극

    한국 사회에서 경제 분야가 점점 커지면서 부동산 불패 신화는 신앙처럼 굳어졌다. 개발은 좋고 개발하면 발전한다는 공허한 확신이 뿌리를 내렸다. 이런 믿음은 실제로 일어난 부동산 열풍으로 널리 퍼지기도 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뉴타운 괴물이 등장했다. 주민들의 개발 욕구를 정치적으로 선동한 힘 때문이다. 이명박은 서울시장일 때 청계천을 복원하며 강남과 강북의 균형발전이라는 허울 좋은 구호를 내세워 뉴타운 괴물을 불러들였다. 이명박은 뉴타운 괴물을 타고 대통령까지 됐다. 부동산 거품이 한창 부풀어 오른 2008년 총선에서는 무책임한 뉴타운 공약을 내세운 이른바 ‘타운돌이’ 국회의원들이 대거 당선했다.

    개발공약으로 재미를 본 정치인과 토건관료에게 뉴타운 재개발은 손쉽게 도시를 바꾸는 사업이다. 그 사람들은 낡고 허름한 도시 공간을 쓸어버리고 그 자리에 새 아파트와 건물을 세우면 성공이라 생각한다. 전형적인 성과 지향 의식이다.

    ‘헌집 주면 새집 준다’는 허황된 논리에 도장을 찍고 철거 단계에서 추가부담금이라는 폭탄을 맞고 쫓겨난 주민들, 이미 뉴타운 재개발이 시작된 지역에서 들려오는 이런 안 좋은 소식 때문에 주민들은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주민의 주거권 문제를 들어주고 풀어낼 사람이 필요했다.

    마을 공동체를 제대로 살리고 가꾸는 게 ‘레알 뉴타운’

    목영대와 뉴타운에 반대한 주민들은 투쟁할 수밖에 없었다. 도시를 재생하는 일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골목 문화, 삶의 터전, 주민 커뮤니티, 집에 관한 애착을 가볍게 보는 뉴타운은 재앙 그 자체였다.

    의정부지역은 수도권 북부 변방이라는 불리한 지형적 위치와 도시개발을 향한 기대 심리 때문에 뉴타운 괴물이 기세를 펼 수 있었다. 그러나 뉴타운 괴물이 불어넣은 재개발 열풍이 허상일 뿐이라는 사실이 곧 밝혀졌고, 주민들은 직접 맨몸으로 맞서는 대서사시를 쓰며 뉴타운 괴물을 물리쳤다.

    허상인 모래성을 끈질기게 지키려는 문지기인 자치단체장, 관료, 지역 정치인들은 비겁한 기회주의 태도를 계속 보였다. 싸움 초기부터 뉴타운을 향한 개발 신념을 버리지 못하다 주민의 반발이 커지자 찬반 양측에서 중립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말로 상황을 모른 척 굴었다. 중용의 태도를 가장한 곡학아세였다.

    “중용이란 좌와 우의 평균값이 아니며, 과와 부족의 평균값도 아니며, 절충과 타협점도 아니다. 그것은 분별이며 절도이고 소신 있는 태도이지 단순히 겸손하거나 적당주의는 물론 아니다.”(홍사중, 《나의 논어》, 이다미디어, 2004)

    뉴타운 재개발은 지자체, 조합, 집주인(토지등소유자), 세입자, 상가 자영업자, 건설사, 정비업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얽힌 사업이다. 반면 주민들한테 집은 평생 벌어 마련한 가족들의 소중한 휴식처요, 소통 공간이고, 삶의 공간이다. 또한 노후를 대비한 생계 수단이고, 생산의 기초다.

    그런데 뉴타운은 사업 초기부터 주민의 재산 가치나 사업이 시작되고 부담해야 할 추가 부담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계획 단계에서 주민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했다. 뉴타운 사업은 토건 자본의 이해와 욕구에 놀아나는 원주민 교체 사업이었다.

    목영대와 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한 채 투쟁했고, 관련 법률과 조례마저 바꿨다. 끝내 경기도와 의정부에서 뉴타운 괴물을 완전히 몰아냈다. 뉴타운 투쟁에는 목영대 위원장과 함께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쌓아온 경험이 모두 녹아들어갔다. 주민 투쟁의 전략과 전술, 주민들과 함께 하는 투쟁은 어떤 경로를 밟아 나가야 할지, 승리하는 투쟁의 선결과제가 무엇일지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 지긋한 주민들이 얼마나 민주적으로 소통하고 합리적으로 투쟁했는지, 놀랍기만 하다. 평생을 국가 행정에 순응하기만 한 주민들이 어떻게 전사가 됐을까. 책에 나오는 투쟁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머리를 끄덕이게 된다.

    목영대 위원장은 지난 1998년 국민승리 21의 기초의회 후보로 처음 출마를 한 뒤 지금까지 모두 6번 출마했다. 그때마다 패배의 쓴잔을 마시며 진보정당의 총알받이를 해왔다. 올해 지방선거가 목영대 위원장의 마지막 출마가 될 것 같다. 30년 동안 지역 주민 정치를 하면서 쌓아온 정치 역량과 경험은 의회에서 당장 큰 빛을 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목영대 위원장이 지방 정치를 혁신하는 주춧돌이 되고, 진보적 지방 자치가 발전할 수 있는 큰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책을 덮는 순간 여러분들은 30년 동안 의정부지역에서 주민운동에 투신한 주민정치인 목영대의 눈물, 고민, 철학을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한 평생 1번과 2번만 찍은 주민들이 그 번호와 거리가 먼 목영대 위원장을 왜 ‘평생 은인’ 또는 ‘평생 동지’라 부르며 온몸으로 껴안고 사랑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책장에 꽂힌 장식품이 아니라 주민운동의 교재로 사용해야 할 만큼 가치 있다. 모두 《굿바이 뉴타운》을 꼭 한 번 읽기를 바란다.

    *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노동당 박은지 부대표가 하늘나라로 먼저 떠났다.

    박은지 부대표는 뉴타운 투쟁의 중요한 시점에 당 대변인으로 도움을 준 적 있다. 사정이 어려운 정당에서 고군분투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박은지 부대표가 고생만 하다 떠나가니 황망하고 가슴이 아프다. 노동자와 서민이 살맛나는 세상을 맞이하지 못하고 떠났지만, 박은지 부대표가 남긴 땀과 눈물이 열매를 맺고 진보정치의 큰길이 성큼 다가오길 바란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필자소개
    경기뉴타운재개발 반대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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