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법인 인수합병 허용
    영리네트워크 병원 가는 포석
        2014년 03월 10일 02: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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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이 발표되면서 의료민영화 논란이 재점화되었다. 이 대책은 이른바 ‘의료민영화 종합선물세트’라고 불릴 만큼 의료를 영리화/상업화시키는 다양한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이 논란의 중심이 되어 ‘우회적 영리병원화’라는 비판과 함께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았지만, ‘의료법인 간 인수합병 허용’도 그것만큼이나 핵심적인 사안이다.

    현재는 의료법인 간 합병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병원 경영이 악화되어 문을 닫게 되면 국가나 지자체에 병원 재산이 귀속된다. 정부의 입장은 이런 제도 하에서는 부실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파산 전까지 운영되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의료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고 의료자원이 낭비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의료법인 간 인수합병 허용은 결코 경영난에 처한 병원을 처분하는 차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인수합병 근거 조항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단 한 해도 빼놓지 않고 국회에 제출한 것만 봐도 정부가 이 사안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이제 더 큰 그림에서 살펴보자. 영리자회사와 인수합병 허용을 동시에 추진하는 정부의 진짜 의도를 알 수 있다.

    영리병원

    ‘인수합병 허용 = 영리 네트워크 병원으로의 진행’, 경제계도 주장

    의료법인 간 인수합병 허용은 사실 영리 네트워크 병원 설립을 위한 초석이다. 이러한 주장이 억지가 아닌 것은 의료민영화 찬성 측마저 이런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의료를 민영화시켜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으로 삼자고 주장하는 경제계의 인수합병에 대한 의견은 다음과 같다.

    ‘병원 간 M&A를 허용함으로써 영리형 네트워크 병원을 가능하게 만들 것’(참조1)…신지원, <의료시장에 2012가 온다>, 미래에셋증권, p11

    ‘비영리로 진입한 의료기관은 새로운 병원을 영리법인으로 설립하고, 전체 병원그룹 체제 내에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이 공존하는 형태를 만들 것이다. 비영리법인 병원을 매입하려고 할 때 대가를 줄 수 없기에 편법으로 인수, 합병이 이루어질 것이다. ……중략…… 자본조달이 용이한 영리법인들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부실화된 병원들을 싼 값에 사들일 것이다.’(참조2) …박개성, <병원은 많아도 의료산업은 없다>, 엘리오&컴퍼니, p121~122

    영리병원의 또 다른 기능은 한계병원(경영난에 처한 병원)의 경영 정상화이다. ……중략……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누군가가 병원을 인수해서 정상화해야 하는데, 기존의 비영리병원으로서는 엄두를 내기가 어렵다. 이때 투자개방형 병원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병원 경영권을 확보한 후 병상 축소 등의 강력한 구조조정과 합리적인 투자를 통해 병원을 정상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Tenet corporation, Columbia/HCA, Universal Health Services 등의 영리 네트워크 병원이 비영리 대학병원을 인수한 사례를 들고 있음)…삼정KPMG 경제연구원, <의료전쟁>, 올림, p85~86

    물론 이들 경제계의 주장에는 한 가지 전제가 깔려 있다. 영리병원이 같이 허용되는 조건이다. 병원에서 난 수익을 병원 외부로 빼내어가지 못하면 인수하려는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던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 정책이 중요해진다. 영리자회사를 통해 의료법인이 인수한 병원에서 이윤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의료법인간 인수합병으로 네트워크 병원을 설립하고 영리자회사를 통해 이 네트워크 소속 병원들에 건물 임대, 의료기기공급 및 임대, 의료용구 임대·판매 등의 영리사업을 하게 되면 영리자회사가 실질적 지주회사가 되는 영리 네트워크 병원이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더구나 인수합병 과정에서 합병되는 병원 소유자에게 대가를 지불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면 병원에 가격이 매겨지게 된다.(참조3) 그렇게 되면 병원이 시장의 가치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수익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인수합병으로 만들어진 미국의 영리 네트워크 병원 사례

    인수합병이 영리 네트워크 병원의 세력 확장 수단이라는 사실은 미국의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한 연구에 의하면, 미국에서 영리병원 체인이 급속도로 성장했던 1980~1993년 사이에 비영리병원이 영리병원으로 전환된 것이 174건에 이른다. 그런데 이 전환의 대부분은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을 인수하면서 이루어졌다.(참조4)

    미국의 가장 큰 영리병원 체인인 HCA는 인수합병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한 대표적인 사례다. HCA의 설립자들은 설립 초기부터 적극적 인수합병을 통해 다병원체제를 만들겠다고 구상했다.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병원을 인수하여 영리화 된 경영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이를 통해 인수한 병원의 수익성을 키워 거기서 창출되는 자금을 다시 다른 병원을 인수하는 데 사용함으로써 지속적으로 규모를 키워나갔다.(참조5)

    인수합병 과정에서 무분별한 정리해고, 수익추구 심화

    이런 방식으로 영리 네트워크 병원이 성장하게 되면 인수합병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먼저 인수합병 과정에서는 부서 통폐합, 인력 감축이 강행된다.

    1989년부터 1996년 사이에 미국에서 인수합병 된 병원을 조사한 한 연구를 살펴보자. 부서 통폐합은 80~90%의 병원에서 발생하였으며 인력감축은 각각 비의료 지원부문에서 60~70%, 의료 지원부문에서 50~70%, 간호인력 부문에서 약 60%의 병원에서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줄었는지 살펴보면 정규직 간호사는 평균 6% 가량 해고되었고 정규직 LPN(간호보조인력)은 평균 32.1%나 해고되었다. 인수합병 이후 비정규직이 증가했다는 병원은 20~30%에 달했다.(참조6)

    그러나 통념과는 달리 이러한 부서 통폐합이나 정리해고가 결코 의료의 효율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영리병원이 영리병원 체인에 의해 인수합병 되는 과정에서 폐쇄하는 부서는 수익이 남지 않는 곳들이다.

    미국의 경우 보험 측에서 병원에게 치료비를 전액 지불하지 않거나, 보험이 없는 가난한 환자들의 이용도가 높은 응급실, 외상센터 등은 없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참조7) 또한 정리해고로 인한 간호인력의 부족은 의료의 질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연구에 의하면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에 비해 사망률이 2%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영리병원 체인은 지나친 수익추구로 인한 부정부패와 과잉진료가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제1의 영리병원 체인인 HCA는 노년층을 위한 국가제공 보험인 메디케어 환자들의 질병 심각도를 과장하여 미국 정부에게 진료비를 과잉청구하였다.

    미국 제2의 영리병원 체인인 Tenet healthcare는 입원이 필요치 않은 정신병 환자를 다수 입원시켜 진료비를 허위 청구하는 일로 많은 벌금을 물었다.

    하지만 환자에게 가장 치명적이었던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에 걸쳐 Tenet healthcare 소속의 Redding Medical Center에서 불필요한 심장수술을 600명이 넘는 환자에게 시행했던 일이었다.

    이미 한국에서도 진행 중인 네트워크 병원의 수익성 경쟁

    한국의 네트워크 병원에서도 지나친 수익성 추구로 인해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PD수첩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한 유명 척추질환 전문 네트워크 병원에서는 공동 창업주 두 사람이 지점의 건물을 임대해주고 임대료를 받는다거나 광고를 대신해주고 광고비를 받는 형식으로 이윤을 배당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지점에서는 임대료와 광고비 때문에 높은 수익을 내야하는 강박에 시달렸고, 수술이 필요치 않은 환자에게도 고비용의 척추 수술을 권하여 많은 환자들이 후유증을 앓고 있었다. 수익 추구와 경쟁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낳는 것이 아니라 과잉진료의 희생자만 양산할 뿐이다.

    의료법인간 인수합병 허용은 모든 이에게 재앙

    의료법인간 인수합병 허용은 모든 이에게 재앙이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의사를 포함한 병원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된다. 영리자회사와 인수합병으로 형성된 영리 네트워크 병원은 고액의 진료비를 물리며 과잉진료를 하여 환자들의 건강과 가계재정을 모두 파탄으로 내몰 것이다.

    역사적 사례로도 입증되었고 의료민영화의 첨단을 달리는 경제계에서 예측한 일을, 앞장서서 추진하는 정부가 모를 리 없다. 제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거대한 계획으로 의료민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민중들의 저항이 단단하지 않으면, 다가오는 의료민영화 쓰나미에 휩쓸려가고 말 것이다.

    <참조자료>

    1) 신지원, <의료시장에 2012가 온다>, 미래에셋증권, p11
    2) 박개성, <병원은 많아도 의료산업은 없다>, 엘리오&컴퍼니, p121~122
    3) 우석균,「의료민영화 정책이 대학 병원 및 대학 사회에 미치는 영향」『의료민영화와 국립대병원의 역할 국회토론회 자료집』, 2014
    4) Needleman J. Nonprofit to for-profit conversions by hospitals, health insurers, and health plans. Public Health Rep. 1999 Mar-Apr;114(2):108-19.
    5) 엘리오&컴퍼니 중앙일보 오피니언 기고글, http://jhealthmedia.join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90.
    6) Bazzoli GJ1, Losasso A, Arnould R, Shalowitz M. Hospital reorganization and restructuring achieved through merger. Health Care Manage Rev. 2002 Winter;27(1):7-20.
    7) Needleman J. Nonprofit to for-profit conversions by hospitals, health insurers, and health plans. Public Health Rep. 1999 Mar-Apr;114(2):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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