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과 지방의원,
유권자에게 책임 지는 방법은?
[진보정치 현장] 나는 내 작은 정당의 공천을 받을 것
    2014년 02월 24일 05: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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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새정치연합이 국회 정개특위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에서 정당 공천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정하더라도 ‘새정치연합은 공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해서 발표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유력한 두 후보였던 새누리당 현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모두 정치개혁 차원에서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냈습니다. 물론 이것은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한 후속조치에 가까웠습니다.

정치인으로서의 약속을 지킨다는 측면에서는 새누리당은 0점이고, 안철수 의원은 100점에 가깝습니다. 민주당의 점수는 얼마나 될까요? -100점 정도가 온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역사상 처음으로 특정 정책에 대한 당원투표를 실시하여 당론으로 정당공천 폐지를 결정하고도, 제도가 그렇게 결정될 것 같아 보이지 않자 슬그머니 공천을 하는 방향의 입장을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정당공천 폐지 가능성에 대비해서 공천을 대신할 수 있는 사실상의 ‘내천제’를 여기저기에서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공천제의 반대말은 공천폐지가 아니라 내천제라는 것을 몇 차례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내천제는 사실상 공천을 주지는 않지만 지구당 위원장의 의중이 실린 후보를 유권자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방식을 말합니다. 특정 직책일 수도 있고, 특정 후보에게만 지구당 위원장이 지원 유세를 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었습니다. 민주당은 사실 공천 폐지에 대해 진지한 접근이 없었다는 의미에서 -100점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모든 논의가 과연 정치를 깨끗하게 바로잡는 것인가에 대해서 강하게 회의하는 정치인입니다.

왼쪽에서 네번째가 나경채 관악구 의원

왼쪽에서 네번째가 나경채 관악구 의원

지역정치가 중앙정치에 지나치게 예속되어 있는 것은 중앙정치인에 속하는 지구당 위원장이 공천권을 쥐고 있어서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평균 50%가 겨우 넘는 것에 기인합니다.

이것은 서울시(88.8%), 경기도(71.6%), 울산광역시(70.7%) 인천광역시(67.3%)와 같이 그나마 재정자립도가 60% 이상인 광역자치단체를 포함하는 수치로, 기초자치단체만 대상으로 집계를 한다면 더욱 낮은 수치가 나옵니다.

재정적 자립없이 예속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지역정치가 중앙정치에 지나치게 예속되어 있다면서 정작 지방자치단체의 건전한 재정자립을 위한 정책에는 무관심한 중앙정치인들은 국민을 기망하고 있는 것입니다.

위의 물적 예속 외에도 당연히 인적인 예속이 있습니다. 지구당 (당협) 위원장이 점지하면 기초의원이 될 수 있는 구조말입니다. 그런데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은 모두 기초의원과 단체장 공천을 하는 공적 시스템이 있습니다. 대의원 투표가 그것입니다.

대의원들이 투표로 공직 후보를 결정하는데도 왜 지구당 위원장에게 예속된다고 할까요?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합니다.

대답은 대의원을 지명하는 구조에 있습니다. 중요한 권한을 행사하는 대의원들이 당원들에 의해 직접 선거로 선출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당원협의회의 몇몇 인사들이 밀실에서 할당하는 구조이니 당연히 거기서 발언권이 가장 큰 당협 위원장에 의한 기초의원들의 인적 예속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인적 예속의 구조는 그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 정도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정당 내부의 운영이 매우 비민주적인 것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습니다. 헌법시간에 정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한다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정당 강제해산’을 할 수도 있다고 배웠습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속한 정당은 아니지만 위헌정당이므로 해산을 당해야 하는 정당은 진보당이 아니라, 새누리당과 민주당입니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지역정치의 중앙정치 예속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정당 내부의 비민주적 질서를 언급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국민과 유권자를 기망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제가 의원으로 일하고 있는 관악구만 하더라도 1년 예산이 4,000억원이 넘고, 공무원의 숫자만 해서 1,300명이 넘습니다. 천명이 넘는 일꾼이 4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가지고 하는 일을 지방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제대로 감시할 수 있다는 생각은 거의 환타지 소설에 가깝습니다.

의원들이 각자가 속한 정당의 도움을 받아야 이 예산으로 하는 일을 체계적으로 감시할 수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정당은 그러한 교육과 정책을 개발하는 일을 게을리해서 문제입니다.

제가 속한 노동당은 국회의원 한 명 없는 아주 작은 정당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2010년에 당선되어 의회에 들어갈때 제가 속한 당으로부터 지방의회 의장단 선출 방식의 민주적 개혁, 관광성 연수의 획기적 개혁, 의정비의 합리적 집행을 요구받았고 임기 중 최선을 다했습니다.

무상급식지원조례, 어린이보행안전로조례, 도림천생태복원기본조례, 작은도서관지원조례, 주민참여(예산)기본조례 등 5대 민생과제를 해결하라는 숙제도 당으로부터 받았습니다. 그리고 노동당 소속의 지방의원으로서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크게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정치적 소양과 정책적 지지와 조언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하는 것이 ‘정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최근에 관악구청의 직영 청소업무의 외주화를 추진하는 관악구청장에 맞서서 그것을 막아냈고 더 나아가 청소 업무의 공영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당의 강력한 지지와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또 저는 최근에 구청과의 대행계약에 의해 정화조 청소업무를 대행하는 기업의 유령직원을 통한 공금횡령 의혹을 제기했고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도 우리 당 당원들의 헌신적인 연구와 정책대안 마련에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다른 당의 운영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이 없습니다만, 정치적 견해에 따라 결성된 국민들의 자발적 결사체가 ‘당’이라고 하는 조직이라면 적어도 그 정치적 신념에 대해서는 당원들을 예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철도 민영화 반대 여론과 함께 정부의 민영화 정책을 비판하고 있을 때 민주당 소속 관악구 유종필 구청장은 관악구의 청소행정을 사실상 민영화하려고 시도했었습니다. 정화조 청소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심각하게 유기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하나의 ‘당’이 불필요하고 비민주적 방식으로 당원들과 정치인들을 예속하고 있다면 그것은 시정되어야 합니다. ‘당’이 당원과 소속 정치인들에 대해 꼭 필요한 가치에 공감을 형성하고 있지 못하다면 그 당은 존재가치를 의심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제가 속한 작은 당, 노동당의 공천을 신청하려고 하고 있고 또 공천을 받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하나의 당으로서 유권자들에게 책임을 다하는 것이고, 저는 이런 절차가 자랑스럽습니다.

필자소개
나경채
정의당 공동대표. 전 관악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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